그리고 뿌옇게 흐리며 몸의 일부분만 보이던 꿈은 어느새 그림이 완성되는것과 같이 얼굴을 제외한 모든부분이 보였으면 좋겠다.
열이 심하게 오르던 어느 날의 밤. 새하얀 무대 위에서 기다란 창을든 꿈속의 인물과 이상한 옷을 입은 자신이 서로 마주보고 서 있었으면 좋겠다.
한쪽에는 황금색의 별. 다른 한쪽에는 푸른 불꽃의 고리. 어느쪽이든 커다란 팔을 들어 자신들이 서있는 무대를 박살내려고 하는 그의 발밑에 꺼림칙한 핏자국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감정이 끓어오른 카즈윈이 자신도 알수없는 말을 뭐라뭐라 외치는데 목소리를 내는 감각은 있어도 정작 본인의 귀에는 안들렸으면 좋겠다.
등돌려 서있던 인물이 자신의 목소리에 무언가 대답을 하고 돌아보는 시간이 카즈윈에게는 영원같이 느껴졌으면.
그대로 돌아보지 말기를.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간절한 염원에 카즈윈이 그제서야 아 이것도 꿈이였구나 하고 자각을 하는데 여느때와 달리 꿈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돌아보는 얼굴과 카즈윈이 마주하는순간 어떻게 너를 잊었을 수 있을까 싶은 강렬한 통증이 가슴을 꿰뚫었으면.
끔찍하리만치 리얼한 감각에 울컥하고 목구멍을 역류하는 피를 한웅큼 토해내며 어째서..? 라고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여전히 꿈속의 인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은채 입모양만.
마지막 의식이 흐려지기전 '잊고 살아가요' 라는 한마디만을 눈에 새긴채 꿈에서 깨어난 카즈윈이 아직도 목구멍에 가득한 피비린내에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빈속을 개워냈으면 좋곘다.
그릴 것인가 말것인가 고민하던 카즈윈이 붓을 들고 비어있던 캔버스에 손을 대었으면.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졸업작품 전시회에 전시되고 수많은 관객들이 지나쳐가는가운데 카즈윈이 직감했던것 처럼 그의 그림과 똑같은 얼굴을 한 관람객이 그 그림앞에 서있었으면 좋겠다.
꿈과 같은 뒷모습으로, 그때의 그 곧은 자세 그대로.
그 당시 처럼작고 여린팔을 강하게 낚아채며 인사도 나눌 새 없이 왜그랬어? 하고 책망했으면 좋겠다.
놀라서 뿌리칠법도 하것만 주변사람들의 어머어머, 사랑싸움인가봐. 와, 드라마네 드라마야 하는 잡소리속에서 밀레시안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해도 모르잖아요 라고 대답했으면 좋겠다.
다행이라고 이렇게 묻는걸 보면 완전히 기억해 낸것 같지는 않으니까. 그대로 잊고 살아가요 라고 말하는 밀레에게 카즈윈이 힘주어 밀레를 끌어냈으면 좋겠다.
인적이 드문 복도로 끌고나서는 내치듯 벽에 밀어 놓고는 품속에 가두어 내려다보며 사납게 소리치는 카즈윈이 보고싶다.
말하라고, 너는 누구고 나의 무엇인지. 그 꿈은? 그 기억은? 너는 왜 나를 배신한거야? 하고 꿈속과 현실을 혼동하는 카즈윈이 왜 나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어? 왜 나에게 의논하질 않았냐고.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사랑한다고 말했어야지. 나에게 잘가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다시 보자고 약속했어야지.라고 밀레의 양팔을 움켜쥐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지금 혼란스러운 현재의 자신인지 꿈속 이상한 복장을 했던 남자의 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밀레시안은 가만히 그의 분노와 슬픔을 받아내었으면. 새파랗게 멍이들정도로 움켜쥔 팔뚝에 손자국이 선명한것을 본 카즈윈이 겁에 질려 손을 때는게 보고싶다.
더이상 튼튼하지 않은 몸 이라는 낯설고도 이질적인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가운데 밀레시안이 약간의 수치심같은것을 내비치며 옷을내려 멍자국을 가려버렸으면.
약하고 가녀린 모습. 꿈에서 그리던 그때의 눈빛 그대로 자신을 외면하는 밀레를 보며 카즈윈이 무의식적으로 내게 자살하라고 말했어야지 라고 중얼거리는게 보고싶다. 머릿속에서는 미친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말꼬리를 잡고있지만 한번 터져나온 말은 멈출새도 없이 이어져 네가 그런 얼굴을 하며 나를 꿰뚫기전에 나더러 스스로 죽어달라고 말을 했어야지 라고 밀레 옆의 벽을 짚으며 거친순을 토해냈으면 좋겠다.
떨어지는 눈물이 누구의 것인지 알수도 없고 그가 느끼는 고통과 슬픔, 그리고 안타까움이 누구를 향한것인지도 알수 없지만 살아온 평생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았던 카즈윈이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어깨에 기대어 울었으면 좋겠다.
그 폭력적이고도 혼란스러운 엉망진창의 상황에서도 밀레시안은 여전히 입술을 깨문채 억지로 지은 웃음을.
당신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서 다행이라며 어색하게 손을 들어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카즈윈의 등을 토닥였으면 좋겠다.
다 토해내고 잊으라고 미안하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기억하지 말아요. 그대로 묻어두세요. 내가 당신앞에 나타나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니 다시는 과거의 망령이 당신을 떠올리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꿈속에서 봤던 푸른 불꽃과 함께 카즈윈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정신을 잃은 카즈윈이 눈을 뜬곳은 전시회장 근처의 휴게실.
괜찮냐고 그 사람이랑 무슨일이 있었냐고 물어오는 후배에게 누구..? 라고 되묻는 카즈윈이 평소처럼 과묵하게 인상을 찡그리고는 무슨말이야? 하고 머리를 뒤흔들었으면 좋겠다. 꿈을 꾸기 전처럼 상쾌하고 가벼운 기분에 카즈윈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며 왠지 속안이 뻥 뚫린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왜, 그 있잖아요 선배의 졸업작품이랑 똑같이 생긴사람. 연인였잖아요? 라고 물어오는 소리에 카즈윈이 그런게 나한테 어딨냐어 라고 허튼소리 취급 했으면. 무슨 정신으로 누굴 그렸다는건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뭔가가 끝났다는 느낌에 카즈윈이 이만 방으로 돌아가겠다 말하고서는 외투를 챙겨 방밖으로 나간는 순간 후두둑 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게 무슨 비냐며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건물아래로 뛰어가는데 카즈윈만이 손을 내밀어 빗방울을 만져보며 언젠가 봤던것 같은 뿌연 구름결정을 떠올렸으면.
그대로.. 라는 낯선 목소리와 함께 잿빛 구름에 대한 기억으로 뿌옇던 머릿속에 확 개이면서 카즈윈이 우산있냐 하고 다시 휴게실로 돌아가 후배의 등을 걷어찼으면 좋겠다.
비가오는 거리에서 우산을 쓰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던 도중에 후드를 쓴 밀레와 마주치지만 아무것도 기억못하는 카즈윈이 그대로 밀레시안을 지나쳐 지나가 버스에 올라탔으면.
카즈윈이 기억 못하는 것을 확인한 밀레시안이 검은 우산을 들고 밀레를 마중나온 나오가 아련하게 웃으며 밀레에게 우산을 씌우는것으로 마무리.
+넣으려다가 못넣은 설정
1. 이계신의 목적은 에린을 한번 싹 부수고 새 세상을 만들려고 함
2. 아튼시미니도 한번 싹 갈아 엎고 새 세상을 만들려고 함
3. 아튼시미니가 일부러 이계신의 개입을 묵과하고 알반기사단을 만듬
4. 알반기사단의 목적 (이계신을 막아 에린을 구함 -> 아튼시미니의 뜻에 따라 에린을 멸망시킴)
5. 교리해석 위주의 알반의 상부는 그것에 순응하지만 전투조에 속했던 사람들은 반발.
6. 분열되는 기사단을 수습할 시간도 없이 아튼시미니 강림.
7. 에린 멸망의 직전에 결사단과 밀레시안이 아튼시미니와 이계신을 대면
8. 이용당했을 뿐이라고 이렇게되면 화풀이라도 하곘다고 진심으로 에린을 부수러는 이계신과 지금 죽으면 모든 기억을 잃지만 나의 보호아래 들어오면 모든것을 기억하고 다음 생의 영광(신의 종으로서 살아감)을 약속하겠다고 말하는 아튼시미니
9. 당신에게 모든 삶을 받쳐왔던 종들에게 이게 답이냐고 화를 내는 톨비쉬와 여태까지의 사람들을 회상하느라 멘탈붕괴가 온 아벨린 진정한 의미의 구원은 없는거냐고 절망하는 피네를 보며 밀레시안이 브류나크를 활성화.
10.혼란스러워하는 조장들을 보며 아튼시미니는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밀레시안을 내려다 보는데 밀레가 대답없이 각 조장들을 해치움
11. 선지자들을 따돌리느라 조금 늦게 도착한 카즈윈은 바로 여기 시점.
12. 카즈윈까지 직접 죽이고 나서 왜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묻는 아튼시미니에게 밀레가 이미 까마귀에게서 배운 지혜라며 여신이 티르 나 노이를 숨긴 이유를 들먹이고
13. 에린은 이계신에 의해서 초토화
14. 모든 이들이 죽은것을 확인한 아튼시미니는 에린을 리셋
+
15. 여기서 아튼시미니가 강림한 그릇은 알터
16. 카즈윈에게 걷어차인 후배도 알터
17. 밀레시안은 유일하게 과거기억을 가진 생존자가되어 과거 신족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며 나오와 함께 새로 만들어진 에린을 돌보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