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톨비밀레)벚꽃 (마비전력 60분 연습)
벚꽃
마비전력주제 0403
"임무입니다. 오래간만에 공동임무로군요"
사건의 발단은 톨비쉬가 가지고온 서류로부터 시작되었다.
따뜻한 봄날 늘어지는 몸을 추스릴 생각도 없이 조원들이 훈련하는 게이트 한구석에서 잠을 청하던 밀레시안에게 특별임무가 날아들어왔다.
그의 말 그대로 오래간만에 함께하는 임무이것만 하필 왜 이런 때인건지.
어떻게든 밍기적거리려는 밀레시안의 앞으로 톨비쉬가 직접 말까지 끌고오자 더이상 버틸 구실이 없는 밀레시안이 한숨과 함께 말위로 올라탔다.
주인이 아닌 사람이 오르자 말은 잠시 불편한듯 투레질을 쳤지만 주인의 엄한 눈빛에 곧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친근하게 목덜미를 쓸어넘기는 톨비쉬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떠올랐다.
"당신은요?"
"한마리면 충분합니다"
어느새 단 둘이 있을때의 말투로 돌아온 톨비쉬가 끊임없이 웃음을 지으며 밀레시안이 탄 말을 이끌었다.
임무라면서 왜 말은 한마리인지 알길이 없지만 그보다도 말 뒤에 실린 짐이 훨씬더 수상해보이는 밀레시안이 톨비쉬의 뒷통수를 흘겨보았다.
막 낮잠을 자려는 타이밍에 끌려나온 밀레시안은 여전히 불만에 가득찬 얼굴이였다
"괜히 게이트에 있었네요. 타라에나 가 있을껄"
"그렇게 섭섭한 소리 하지 말게나. 타라에 있었어도 똑같은 임무를 맡았을테니까"
"임무장소가 어디인데요?"
"음? 서류에 써있었을텐데?"
"읽기도 전에 당신이 날 들쳐매고 게이트에서 나와버렸잖아요"
하하하, 그랬던가 라고 웃는 톨비쉬는 곧 알게된다며 자세한 설명을 흐린채 문게이트 위로 올라섰다.
목적지는 알지 못하지만 말의 고삐를 쥔것은 톨비쉬. 활성화된 달의 그림자가 두사람의 모습을 집어삼켰다.
"돌아오셨군요 엘베드조장님. 밀레시안님도 오서오십시오."
눈을 가렸던 어둠이 물러나고나자 어둑한 영혹의 숲 대신 푸른 시냇물의 맑은 물소리가 들려왔다.
푸드덕거리며 주변을 맴도는 시끄러운 새소리를 뚫고 정중한 인사가 건내어지자 톨비쉬가 먼저 나서 기사에게 무언가를 건내받는다.
아마도 잠깐 자리를 비우는 동안 무언가 보고거리가 생겼는지 이름모를 기사는 한참동안이나 톨비쉬의 옆에 붙어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밀레시안과 있었을때와 달리 싱글벙글하던 미소를 싹 지운 톨비쉬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보면 잘생겼는데 말이야..'
주인을 잃은채 늘어져있던 말고삐를 잡은 밀레시안이 조각품을 감상하는 눈으로 톨비쉬의 옆모습을 훑어내렸다.
곧은 자세와 넒은 어깨, 단단해 보이는 체격과 달리 섬세한 얼굴.
세삼스럽게 톨비쉬의 모습을 요모죠모 뜯어보던 밀레시안이 톨비쉬가 돌아보려는 기척에 얼른 시선을 돌렸다.
흐르는 강물사이로 언뜻언뜻 희끄무래한것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너무 빠른 물살탓에 무엇인지 알수가 없지만 밀레시안은 톨비쉬의 그리브소리에 신경을 쏟으며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왜 긴장하고 있는지 모를 까닭에 밀레시안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왜 이제와서 갑자기 두근거리는거지'
톨비쉬의 입가에 뜻모를 미소가 번져나갔다.
"미안합니다. 보고가 조금 길어졌군요"
"괜찮아요. 그렇게 길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내가 할일은 어떤건가요?"
퀘스트지를 달라는 밀레의 손에 톨비쉬가 물끄러미 손을 따라 고개를 치켜들었다.
뜻모를 따뜻한 시선과 함께 손을 마주잡을듯 허공으로 뻗어진 톨비쉬의 손길에 밀레시안의 손이 움츠러들었다.
부끄러움, 혹은 어색함, 얼굴이 달아오르려는 느낌에 밀레시안이 입술을 깨물었다.
무표정을 가장하려는 밀레시안의 손을 지나치며 톨비쉬는 그대로 손을 뻗어 말의 고삐를 잡아챘다.
톨비쉬의 말이 앞발을 두어번 구른다.
"공동임무라니까요"
톨비쉬가 눈웃음을 지으며 밀레시안이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오늘따라 왜 저렇게 신이나서 웃는건지, 밀레시안이 그랬지요 라고 말하며 고개를 수그렸다.
저사람의 웃음은 심장에 좋지 않아. 밀레시안이 남몰래 한숨을 내쉬며 말의 갈기를 붙잡았다. 말이 불만스럽게 울음소리를 내었다.
잡을 것을 잃은 밀레가 말과 실랑이를 하는동안 톨비쉬는 기사에게 인사를 건내며 말을 잡아 끌었다.
제단이 아닌 코리브계곡쪽으로 향하는것으로 보아 임무지가 이곳은 아닌것 같아보였지만 톨비쉬는 여전히 말위로 오를 생각이 없어보였다.
타라에서 내렸으면서 걸어갈만한 거리라면은 코리브계곡.
별다른것 없는 짤막한 길목에 조장이 두명씩이나 필요한 임무가 있나 고민하는 밀레시안이 톨비쉬에게 고개를 돌렸다.
"톨.."
타이밍이 너무 딱 맞아 떨어졌던건지 밀레시안이 톨비쉬에게 물어보려는 순간 톨비쉬가 손을 뻗어 앞을 가르켰다.
코리브계곡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있는 큰 나무넘어로 호쾌하게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왔다.
"보게, 밀레시안,"
톨비쉬는 즐거운듯이 밀레시안을 향해 웃어보였다
"벚꽃일세"
계곡을 따라 만개한 벚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눈앞을 가득 채우는 분홍빛 꽃무리에 밀레시안의 눈이 동그랗게 뜨여지자 톨비쉬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어때요 굉장하지 않습니까? 하고 밀레시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에스코트가 어색한 밀레시안이 톨비쉬의 손을 잡고 말에서 내려오자 톨비쉬는 말을 이끌어 절벽 가까이에 말을 매어 놓았다.
물소리가 요란한데도 말은 평안하게 꽃을 구경하다 톨비쉬를 보기를 반복한다 톨비쉬가 밀레시안의 손을 잡았다.
"왠 꽃이에요? 여긴 원래"
"침목수렵지. 알아. 그래서 우리들이 파견된 것일세"
절벽가에 가장 큰 나무 아래서자 꽃들은 훨씬더 위용넘치는 모습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시원하게 내질러지는 물소리와 그 물보라에 일어난 시원한 바람. 흔들리는 꽃잎들. 하늘이 모두 분홍 꽃잎으로 흔들리는 착각에 밀레시안은 의욕없던 게이트의 모습은 잊어버린채 환하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빙글돌며 꽃을 구경하는 밀레시안의 모습에 톨비쉬는 부지런히 말이 짊어지고온 짐을 내리며 빙긋이 웃었다.
"마음에 드는것 같아 다행이군"
"마음에 든다구요? 아니죠. 마음에 드는정도가 아니라 정신을 빼앗길 정도인걸요."
밀레시안이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며 톨비쉬가 크게 팔을 들어올렸다,
펄럭이는 체크무늬 돗자리의 귀퉁이로 적당한 돌덩이가 굴려졌다. 네 귀퉁이를 고정한 톨비쉬는 어잇차, 하는 소리와 함께 돗자리 위에 자리를 잡고는 익숙한 모습으로 그리브를 벗어 나무아래 가지런히 세워두었다.
어느새 내려온 짐꾸러미는 자세히 살펴보니 피크닉용 바구니. 건틀렛까지 벗어던진 톨비쉬는 어서 앉으라며 밀레시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밀레시안은 주변에 기사들이 있는지를 살피며 고개를 흔들었다
"임무는요?"
"방금 끝났네"
".....네?"
"방금 보고받는걸 지켜보지 않았나. 조사는 끝났네. 교단청이 걱정할만한 일은 없었어"
톨비쉬가 바구니 안에서 음식을 꺼내는 모습에 밀레시안이 어색하게 돗자리에 엉덩이를 걸쳤다.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바닥을 두드리던 톨비쉬가 깜빡했다며 방석까지 꺼내어 펼쳐놓는다.
아예 작정을 하고 나온 피크닉에 밀레시안이 입술을 삐죽였다. 궁금한게 생길때마다 나오는 밀레시안의 버릇이였다.
"그럼 내가 할 일은 없어요?"
"음, 파이 맛좀 봐주겠나?"
접시를 받아들면서도 전투라던가 라고 덧붙이는 밀레의 손에 작은 유리컵이 쥐어졌다. 바닥에는 네다섯가지의 음식들이 등뒤에는 푹신한 쿠션이.
말은 한짐 내려놓은것이 만족스러운듯 가지를 흔들며 꽃을 우물거리느라 정신없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느긋하게 드러누운 톨비쉬가 밀레시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가끔은 이런 휴식도 괜찮을것 같아서 말이지"
"...."
밀레시안의 미심쩍은 눈초리에 톨비쉬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조사가 모두 끝났는게 분명한데도 굳이 밀레시안을 데리고 와 한번 더 둘러보겠다고 말했으면서 피크닉 준비를 해오는 엘베드의 조장에게 무언의 질책을 쏟아는 연인의 볼은 달콤한 파이로 가득차올라 있었다.
간신히 파이를 넘기고 나서 이런식으로 거짓임무를 만들면 곤란하다고 엄하게 말하면서도 입가에는 파이 부스러기가.
머리에 붙은 꽃잎을 털어낸 톨비쉬가 알겠네, 다음에는 정식으로 데이트를 신청하도록 하지 하고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의미가 아니라고 말하려는 밀레시안의 입가에 붙은 파이부스러기에 손을 뻗자 밀레시안은 금새 또 입을 다물고 시선을 피해버린다. 톨비쉬가 나지막히 밀레시안의 이름을 불렀다.
"밀레시안"
힘주지 않은 손길에 돌아서는 고개에 톨비쉬가 입을 맞추며 다정하게 밀레시안의 빰을 쓰다듬었다.
머리위로 벚꽃잎이 떨어져내렸다.
"달군"
"많이 달아요"
파이의 맛인지 벚꽃의 분위기인지 모를 감상을 서로나누며 밀레시안이 톨비쉬를 향해 환하게 웃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