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전투

트위터/퀘스트모음 2023. 4. 6. 23:22

동료들이 차례차례 신성기술을 사용하게 되는 모습을 보며 초조해진 나머지 이것 저것 시도하던 끝에 결국 선지자의 꾀임에 빠져 기르가쉬가 되는 견습 기사의 이야기가 보고싶다.
그리고 자신의 동료였던 견습기사들이 서툰 신성합공에 쓰러지는데 그 원한과 간절함에 결국 기적이 일어나게 되고 다 죽어가던 기르가쉬는 하시딤으로 부활.
신성기술을 봉인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데 알고 보니 그 견습기사들은 다 방어, 공격 담당이라 셀레담당이 없었고.. 모두가 그 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서 견습기사들은 두려움보다는 절망감, 축하해주고 싶으나 축하할 수 없는 상황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이 되어 쓰러져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공격하지 못하는 가운데 타락한 견습기사의 라이벌겸 소꿉친구겸, 리더격이었던 방어담당만이 다 부서져가는 방패만 들고 일어서 더 해보라고 더 휘둘러보라고 그렇게나 바라던 네 힘이 아니었냐고 악을 쓰고..
그 모습을 보는 하시딤의 가면 아래서도 은색 금속질 액체가 뚝뚝 떨어져 내리고.. 

하지만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 모두의 머리 위에 광물을 생성, 하시딤의 가슴속에서도 이를 활성화 시키는 신성력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요동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시딤은 처음으로 이 힘을 거부하기 시작했으면.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이며 그 죗값을 치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지지해주었던 동료들.
그런 동료들을 상처입히고 그 상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상황을 만든 것이 이 세계가 아닌 이계의 신성을 구한 결말이라는 것을 알게된 하시딤은 다시금 에린의 신에게 구원을 바라며 간절하게 이 모든 상황을 온전히 자신의 책임으로만 돌려달라고, 그들을 자신에게서 도망치게 해달라고 소원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이, 견습기사때의 그의 간절한 소원에도 답이 없었듯이 아튼시미니니는 이번에도 아무런 기적없이 그저 침묵.
광물이 폭발하며 견습기사들은 모두 소멸.
그리고 그 아무것도 없어진 공터 위에서 하시딤만이 홀로남아 마치 끈 떨어진 마리오네트마냥 철커덩 주저 앉아 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이 모래처럼 부스러져내려 한톨정도가 남았을 무렵, 저 멀리서 빛나는 창을 가지고 천천히 걸어오는 여행자의 모습이 나타났으면.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린 시간에 나타난 수호자를 발견한 하시딤의 마음에는 왜 이제왔냐고 묻고싶은 마음과 모든 일의 책임은 자신의 나약함이었다 라고 채찍질하는 마음이 격돌.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나약했는가, 내 노력이 그렇게도 부족했는가.
신은 왜, 당신은 왜, 시간은 왜 이렇게도 야속하도록 평온하고 거침없이, 그러면서도 서두르거나 늦춰지는 법 없이 항상 흘러가기만 하는가.
이게 정말 그분이 정한 운명이라면, 이 모든게 안배된 결과물이라면, 이 슬픔은 당신에게 그토록 당연한 것인가.
그래서 당신은 그렇게 평온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가. 하고 일련의 원망과 분노, 의문, 납득등이 스쳐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하시딤은 그렇다면. 이라고 생각했으면.

그렇다면 나는 당신의 구원을 포기하겠다. 이미 신을 등지고 힘을 얻은 몸, 당신에게 쓰러지지 않겠다.
당신이 내리는 운명을 거부하겠다. 라고 울부짖으며 다시 일어선 하시딤은 밀레시안을 향해 크게 포효하고 자신의 양날검을 치켜들어 자신안의 모든 힘을 모으기 시작. 
마치 저지먼트 블레이드를 만들어내듯이 칼날안에 눈부신 황금빛이 깃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밀레시안도 그 모습에 비친 거울처럼 브류나크를 치켜들고 저지먼트 블레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면.
커다란 은색의 기사와 그에 비하면 왜소하게 느껴지기 까지한 작은 인간.
그들이 들고 있는 두 자루의 커다란 검.

한쪽은 금색, 다른 한쪽은 푸른색. 금방이라도 서로를 겨눌 것처럼 기울어지는 모습이 위태롭게 흔들리지만 검날이 밀레시안에게 닿기 직전 하시딤은 그 검의 결과를 거부하듯 검을 역수로 고쳐쥐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에게 기울어지는 푸른 대검을 똑바로 쳐다보며 황금색 대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러넣었으면.

신성은 신성으로, 그렇다면 잘못된 신성을 구가하며 휘두른 나의 죗값 역시 나의 칼날으로.
하시딤의 의지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검을 사용한 것에 만족한 하시딤은 자신이 선택한 자기파멸적인 엔딩에 만족해하며 부서지는 갑옷들을 응시.
가슴 아래로, 그리고 위로, 몸체를 이루던 금속들이 은색 가루가 되어 조각조각 흩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문득 자기 머리 위로 내려졌어야할 밀레시안의 저지먼트 블레이드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의문에 따라 고개를 들었을 때 하시딤의 눈 앞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창날을 가슴에 꽂고 푸른 불꽃속에서 타들어가는 밀레시안의 모습이 있었으면.

하지만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새도 없이 하시딤 보다 작은 밀레시안의 몸은 먼저 불꽃에 삼켜져 버리고 푸른 불꽃만이 하시딤을 응시.
천천히, 창날과 함께 떨어져 내리는 푸른 불꽃이 땅에 닿는 순간 확하고 불길이 퍼져나가며 부서져가던 하시딤의 몸을 삼켜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때 타락했던 견습 기사의 가슴에는 창날같이 가늘고 긴 푸른색 바늘이 꽂혀져 있었으면. 
가시가 내뿜는 강렬한 자기부정의 감정에 견습기사가 고통스러워 하자 그 위로 하시딤이 느꼈던 감정들이 차례차례 바늘이 되어 나타나기 시작.

동료들을 향한 원망, 신을 향한 분노, 자신의 간절함, 배덕감, 죄책감, 후회, 눈물, 그리고 다시 운명을 거부하기 까지.
일련의 바늘들이 하나하나 견습기사의 가슴을 꿰뚫을 때마다 기사의 머릿속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과 그렇기 때문에 라는 말이 번갈아 튀어올라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모든 시련이 지나갔을때 그의 가슴속에 남은 것은 결국 결국 나는.. 이라는 말이었으면.

결국 나는 기사로 남고 싶었고 결국 나는 그들을 지키고 싶었으며 결국 나는 끝까지 신앙을 내버리지 못했노라고.
믿음이 흔들리건 배신을 하건 다시 그 앞에 무릎을 꿇건 모든 것은 나였다고 생각하는 순간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견습기사에게 꽂혀있던 가시들이 모두 그 안으로 스며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신성기술을 습득한 기사는 자신이 어디에서 정신을 잃었었는지를 깨닫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으면. 

장소는 코리브 계곡의 외각, 회한의 동굴이라고 불리는 동굴의 안쪽 한 골목.
기사가 비틀비틀 걸어나오자 그곳에는 폭발에 휘말려 뼛조각 하나 없이 사라졌던 동료들과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단장, 그리고 태연하게 강아지와 놀고 있는 밀레시안이 앉아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신성을 얻은 눈은 그 강아지가 어렴풋하게 밀레시안의 영혼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면.
그리고 그 불꽃은 마치 자신이 하시딤의 눈으로 보았던 것과 같은 푸른빛 링크.

그제서야 밀레시안이 왜 자신과 똑같은 행동을 했었는지 이해한 기사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단장과 수호자를 보고 뒷목을 쭈물쭈물 문지르다가 셀레스테얼 스파이크를 사용할때처럼 헤일로를 생성. 
흔들림 없이 푸른 불꽃의 문양에 안심한 동료들이 눈에 띄게 한숨을 쉬며 자세를 흐트러트리고 밀레의 손에 애교를 부리던 강아지가 갑작스럽게 볼을 꽉 눌러오는 밀레의 손길에 놀라 깡깡 짖는엔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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