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비밀레)우로보로스의 조각

트위터/au모음 2023. 4. 5. 22:28

현대 AU 도시에서 부랑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괴소문과 가출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입소문, 그리고 길고양이와 떠돌이 강아지를 죽이고 다닌다는 괴한의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뉴스를 배경으로
지하수로에 갑작스럽게 불어난 구울의 원인을 찾는 오컬트 수사대 톨비쉬랑 우연한 기회에 사교도의 영체와 접촉해서 일시적으로 이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된 밀레시안이 보고싶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가한 주말,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며 아이스 아메라카노나 쭉쭉 빨아들이며 호수공원을 산책중이던 밀레가 강기슭주변에 한참동안 쪼그려 앉아있는 아이를 발견하는 장면.
커피 한통을 다 비우는 동안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는 아이를 보고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지만 햇살이 이렇게나 밝은 대낮에 귀신은 무슨 귀신이냐며 밀레는 자신의 불안감을 부정. 주변을 둘러보지만 근처에 아이의 보호자로 보이는 어른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은 어른 뿐만이 아닌 아예 다른 사람들 자체가 없는 수준이었지만 밀레는 이 부분은 간과한채 이러다가 아이가 괜히 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라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접근.

꼬마야, 거기서 뭐하니?

하고 말을 걸며 다가가자 나뭇가지로 젖은 모래더미를 긁어내고 있던 아이의 나뭇가지가 뚝 하고 분질러졌으면 좋겠다.

갑자기 말을 걸어 놀랐던 걸까 라고 생각한 밀레는 자신이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주절주절 설명하며 발걸음을 멈추지만 돌아보는 아이의 얼굴은 기괴할 정도로 환한 미소.
미소는 미소니까, 애가 좀 과장되게 웃을 수도 있지 라며 머릿속에서 세번째로 울리는 경고등을 꺼트린 밀레가 다시한번 친절하게 말을 걸자 아이가 소리없이 입을 헤 벌린채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었으면 좋겠다. 


이 근처에 사니? 하는 말에도 끄덕끄떡, 그럼 여기 혼자 놀러온거야? 라는 질문에도 다시 끄덕끄덕.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는 모습에 밀레가 위화감을 느끼자 아이도 밀레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읽은건지 처음으로 입을 오무려 찾고있어. 라고 둔탁한 목소리로 말소리를 내었으면 좋겠다.
아, 뭔가를 찾는거야? 뭐 떨어트렸어? 하고 밀레가 반색을 하고 다가오자 아이는 손에 남아있던 부러진 나뭇가지를 떨어트리며 밀레에게 한걸음 접근.

누나/형이랑 같이 찾자. 혼자서 여기 이렇게 앉아있으면 위험해. 라고 말하는 모습에 다시 입이 찢어져라 행복하게 미소를 지어보였으면 좋겠다.
여전히 꺼림칙한 미소이지만 밀레는 대충 낯을 안가려서 다행이네. 라는 생각으로 아이의 손을 이끌고 공원 보도블럭 위로 이동. 무엇을 찾고 있냐는 질문에 아이는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보이며 이렇게 생긴 돌멩이. 라고 대답했으면.

돌멩이? 하고 되묻는 밀레의 질문에 아이는 뱀이 그러져 있어 이렇게 동그렇게 생겼어 하고 대답. 저기서 떨어트렸는데. 라는 말을 끝으로 딱 입을 다무는 모습으로 보아 밀레가 반드시 그 물건을 찾아줘야 한다는 의지가 팍팍 느껴졌으면 좋겠다. 어쩐지 고집까지 느껴지는 단단한 입매에 밀레도 본능적으로 아, 이거 못찾으면 곤란하겠는데. 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자기가 끼어든 일이니 시도라도 해보기 위해 알았다고 대답했으면.

아이가 모래를 긁고 있었으니 자기도 모래를 뒤집어야겠다고 생각한 밀레는근처를 휘휘 둘러보며 괜찮은 굵기와 길이의 각목을 하나 찾아낸 뒤 아이가 파고 있던 모래 주변을 가볍게 훑기 시작.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발치 아래만 콕콕 긁고 있던 아이와 달리 시원시원하게 젖은 모래를 긁어내자 물결에 곱게 다듬어져있던 모래언덕이 금새 엉망이 되어버렸으면 좋겠다.
멀리서 본다면 웬 미친놈이 갑자기 각목을 휘두르는 모습으로 보일테지만 그나마 오늘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면.

그리고 이 즈음에서 정말 그런가? 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

어라, 오늘 휴일인데? 날도 이렇게 좋은데. 공원에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라고 생각한 밀레가 홀린듯이 각목을 내려놓으려는 찰나 아, 하고 아이가 다시금 목이 졸린 개구리 소리같은 것을 내뱉으며 밀레에게 뛰어오기 시작.
찾았다. 라는 말과 함께 밀레의 발치 아래의 흙더미로 손을 쑥집어 넣더니 자신이 말한 대로 딱 아이의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오무린크기의 작고 반들반들한 검은 돌을 꺼내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이것 보라는듯 한쪽에 뱀 문양이 새겨 진 부분을 들어보이며 이거야. 라고 대답했으면.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찾았다는 소식에 다시 정신이 팔려버린 밀레는. 어..? 어. 잘됐네. 찾아서 다행이다. 나는 깜빡 못보고 지나쳤는데 눈이 좋구나. 라며 아이의 눈썰미를 칭찬.
그럼 이정도 했으니 얘도 다시 돌아가겠지. 라고 생각하며 자신도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아이는 아직 볼일이 남았다는듯 밀레의 손을 강하게 붙잡았으면 좋겠다.
방심하면 휙 하고 끌려갈듯한 강한 악력에 밀레가 휘청거리지만 아이는 개의치 않고 밀레의 손에 방금 찾은 돌멩이를 쥐어주었으면.

어느틈엔가 또다시 소리없이 히죽 웃고 있는 기괴한 표정에 밀레는 이번에야 말로 강한 위화감을 느끼며 아이를 경계. 
찾아줘서, 고마워. 이건. 선물. 잘 가지고 있어야 해. 하고 뱀이 그려진 부분이 밀레의 손바닥 안에 닿도록 꾹 눌러 쥐어준 아이는 언제 이상하게 웃었냐는듯 말간 웃음소리를 내며 후다닥 밀레에게서 멀어졌으면 좋겠다.
밀레가 어? 하지만 이거 네가 찾던거..? 하려는 말을 듣지도 않고 사라진 아이는 갑자기 붐벼오는 사람들 틈으로 홀연히 사라지고 밀레는 각목과 함께 홀로 덩그러니 강기슭에 남겨져 버렸으면.

언제부터였을까, 적막하니 물결이 몰려오는 소리만이 전부였던 공원에 카페의 배경음악과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 전자동 자전거가 모터를 돌리는 소리등이 넘쳐나는 것을 깨달은 밀레는 어라? 내가 방금 전까지 뭐하고 있었지? 라고 생각하며 주변을 확인.
엄마, 나도 흙장난할래. 저사람도 저기 들어가있잖아. 라는 말에 화들짝 정신이 돌아온 밀레가 아이 엄마의 싸늘한 눈초리를 받으며 허둥지둥 공원 벤치근처로 돌아오자 방금전까지 밀레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있던 커플이 킥킥 거리는 소리를 내며 밀레의 행동을 비웃었으면 좋겠다.
얼굴이 붉어질대로 붉어진 밀레는 신경질적으로 신발의 모래를 털어내며 자신의 소지품을 확인한뒤 주차장으로 도망쳤으면.

오는길에 화장실에 들려 썩은 나무각목을 만진 손을 박박 씻은 밀레는 내가 미쳤지 라고 짜증을 내며 운전석에 앉아 다시한번 자신의 행동을 떠올려 보았으면 좋겠다.
분명히, 하고 혼잣말을 하며 몇번이나 기억을 되짚어보지만 생각나는 것은 아무도 없는 공원과 기괴하게 웃는 아이, 그리고 쓸데없이 친절하게 행동하려던 자신뿐.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들고 나온 뒤로 의식이 흐릿해졌다는 것 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왜 그런행동을 했었냐에 대한 자문 앞에선 그래야만 했었다. 라는 기이한 대답밖에 생각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제와서 고민한들 어쩔까. 이미 이상한 행동은 저지른 뒤고 손에는 썩은 나무와 싸구려 손 세정제가 뒤섞인 냄새만 가득하니 휴일은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상태. 
에휴. 그냥 집에 가자. 라고 생각한 밀레는 고개를 내저으며 차에 시동을 걸고 핸들을 잡는데 그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의 손바닥 안쪽에 이상한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분명 아까 손을 씻을 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얼룩에 밀레가 어? 하고 손바닥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는 아이가 보여줬던 것과 같은 동그란 뱀 문양이 흐릿하게 덧그려져 있었으면. 
잉크는 아니고 물든것도 아닌 뭔가의 반점같은 표식에 밀레가 물티슈를 꺼내 박박 문질러보지만 여전히 손바닥에는 흐릿한뱀 동그라미가 남아있는 상태.

아 진짜 오늘 이상한 날이네. 하고 신경질적으로 손바닥을 박박 문지르던 밀레는 재수가 없는 것같다는 푸념과 함께 그냥 차를 돌려 집으로 복귀.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도중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고양이를 찾습니다. 라는 A4용지를 읽으며 음, 요즘 길고양이만 노리는 미친놈도 돌아다닌다던데 걱정이겠네. 라고 남일처럼 생각하며 집에 돌아오는 것 까지가 프롤로그... 즈음..

 

사건이 시작되는 것은 밀레가 공원에서의 민망함을 대충 잊고 손바닥의 자국도 거의 사라졌을 즈음.
농담거리로도 언급하고 싶지 않은 일이 거의 잊어진 어느날 밀레의 꿈에 어딘지 모를 습하고 어두운, 하수도 같은 장소가 보이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거대한 콘크리트 동굴을 둘러 보며 허어.. 하고 감탄을 내뱉던 밀레는 자신이 뒷쪽 방향을 바라보는 것과 상관없이 몸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독특한 감각에 즐거움을 느꼈으면.
나 이거 완전 알아. 자각몽이라는거지? 하고 어딘가 조금 빗나간 추측을 정설처럼 믿으며 꿈속의 지하수로를 나아가던 밀레는 야옹, 하고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를 따라 꿈 속의 인물과 동일하게 시선을 이동.

하지만 단순한 고양이소리라기 보다는 너무나도 인위적인, 마치 사람이 흉내내는 듯한 글자 그대로의 야 - 옹- 이라는 발음때문에 밀레는 이 동일한 행동이 단순히 같은 행위가 겹쳐졌다 라기보다 이러한 행동이 의도되었다. 라는 의구심을 먼저 떠올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눈앞에도 고양이가 있고 그 고양이는 사람을 발견한듯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었기에 밀레는 꿈이 원래 좀 그렇지 뭐. 라고 납득해버렸으면.

그 인위적인 울음소리의 진실이 어찌했건 밀레와(꿈속 인물과)눈이 마주친 고양이는 자지러지게 하악질을 해대며 털을 곤두세운 모습.
아이고 이럴때는 다가가면 안되는데. 라는 밀레의 생각과는 달리 꿈속의 인물은 가소롭다는 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천천히 고양이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발걸음 어딘가에서 쉭쉭. 하는 바람 새는 소리가 들려왔으면.

뭐지 이거 내 입에서 나는건가? 하고 밀레가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린사이 고양이의 앞에 멈춰선 꿈속의 인물은 제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까뒤집고 경계를 하는 고양이를 관찰.
그 관찰하는 시간이 조금 길었던 탓에 밀레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고양이를 제대로 바라볼 수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낯선 길고양이의 모습이 눈에 익어보였으면 좋겠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얼룩무니 고양이지만 그 모습은 분명 어제도 보았던 모습, 한 3일전데도 일주일전에도. 

거의 매일같이 하루에 두번 이상은 보았던 그 사진과 똑닮은 고양이의 모습에 밀레는 그저 아, 이게 그 무의식이 꿈에 반영된다는 건가. 신기하네 라고만 생각하며 꿈 속 기억력 완전 세세하네.. 현실에서도 이런 능력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가벼운 농담거리로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밀레가 웃는 타이밍에 맞춰 꿈속의 인물도 작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어깨를 부르르 떨었으면. 콘크리트 관이라는 환경탓인지 하악거리는 고양이 소리와 함께 흫 힉힣히.. 하고 나지막히 울리는 웃음소리는 어딘지 오싹한 느낌.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흠칫 몸이 굳게 만드는 싸늘한 분위기에 밀레의 웃음은 이미 싹 가셔버렸지만 꿈속의 인물은 계속해서 어깨를 흔들며 힣힉히.. 흐흫..흐흐흫.. 하고 웃고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포영화가 그러하듯 이러한 웃음 뒤에는 반드시 안좋은 일이 일어날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밀레시안의 위기본능을 흔들기 시작했으면.

이거 정말 꿈이야? 라는 사소한 의문은 뒤로하고 이 꿈에서 깨어나야한다. 라는 본능에 사로잡힌 밀레는 꿈.. 가위.. 어떻게 하는거지? 이런거 어떻게 깨어나야 하는거지? 하고 허둥거리며 눈을 깜빡이기 시작.
몸이 움직이나? 안움직이고 있는건가? 애초에 내 몸이라는게 뭐였지? 하고 혼란스러워진 밀레는 꿈에서 깨어나려면 손가락을 잡으라고 했는데 아니 벽에 머리를 박으라고 했었나? 라는 둥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주변에 있는 벽을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행동은 가장 처음 밀레가 했던 것과 같이 꿈속의 몸이 행동하는 것과 달리 뒤든 옆이든 360도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행동이었으면. 
꿈을 체험하거나 다른이의 시야를 엿보는 감각이 아닌 가상현실 게임을 하는 듯한 미약한 괴리감을 느낀 밀레는 이거면 깨어날 수 있겠다. 라고 직감.

꿈속의 몸에서 달려나가는 느낌으로 180도 돌아서서 어두운 수로속을 달리는 상상을 하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꿈속의 인물과 밀레의 거리가 아주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빨리, 더 빨리. 저것이 정말로 '그 짓거리'를 하기 전에.. 라고 생각하며 도망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떠올리자 밀레의 몸은 조금 더 빠르게 수로 속을 향해 돌진. 

평소라면 저런 어두운 곳으로 달려갈 생각도 못하겠지만 밀레는 지금은 저 '빛나는 곳'보다 어둠속이 더 안전하다며 눈을 질끈 감고 고양이와 꿈속의 인물이 있는 곳을 등지고 '바깥'방향을 향해 내달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바깥'이라는 방향을 떠올리는 순간 밀레의 마음속에 그런가? 정말 저쪽이 바깥인가? 라는 의심이 피어나 버렸으면.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밀레가 도망쳐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시점에서 일시정지한것 처럼 멈췄던 꿈속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며 집중하는 동안 들리지 않았던 날카로운 고양이의 비명소리가 콘크리트 관을 따라 메아리치기 시작. 쉿쉿 거리는 숨소리와 흐흐흫 거리는 웃음소리, 그르렁 거리는 짐승소리, 내달리는 발걸음, 졸졸 흐르는 더러운 하수구의 냄새, 아니, 썩은 냄새.
냄새. 냄새가 난다. 썩은 각목에서 나던 그 진한 물내음. 하고 주마등처럼 번쩍번쩍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을 뿌리치고 몰라 깨어나야해. 이 꿈에서. 이거 가위눌린거야 그렇지? 라고 생각한 밀레는 마침내 두근거리는 심장을 콱하고 눌러잡으며 자신의 집, 침대에서 기상. 

몇시인지 알 수도 없이 아직 새까만 창문 바깥을 확인한 밀레가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아 침대 위를 훑다가 손끝에 스치는 차가운 가죽 느낌에 비명을 지르며 침대구석 으로 몸을 붙였으면 좋겠다.
그리고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더듬 더듬 벽면을 따라 내려가 겨우 부여잡은 것이 파우더룸에 있는 간접조명 스위치였으면.

오렌지빛 은은한 빛을 시작으로 안방, 거실, 부엌과 작은방까지 모든 불을 환하게 밝힌 밀레는 다시 자신이 더듬던 침대 머리맡을 확인, 그리고 자신이 만졌던 것이 핸드폰의 가죽 케이스였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 진짜.. 하고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집어들었으면 좋겠다. 
시간은 새벽 3시 30분. 마음편히 잠들기도, 하루를 일찍 시작하기에도 애매한 시간. 오늘 일정 개빡센데 잠들기는 싫고 어떡하지.. 하고 일정어플을 확인한 밀레는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던진뒤 다시 침대위에 착석. 

아.. 짜증나. 개꿈인데 완전신경쓰여.. 하고 피곤한 얼굴을 쓸어내리는데 문득 시선끝에 걸리는 거뭇한 얼룩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몸이 돌처럼 굳어버렸으면 좋겠다. 
보지 말아야한다는 공포심과 뭔데 아니지? 라고 천연덕스러움이 불협화음의 노이즈 처럼 머릿속을 엉망으로 만드는 가운데 밀레는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손바닥을 확인, 
그리고 일주일만이 다시 나타난, 그리고 이전보다 더 선명해진 뱀 문양의 반점을 보고 밀레가 쉿쉿 거리는 숨소리가 뱀의 혓소리였다는 것을 깨달으며 1편끝

 

다음날 출근하는 밀레는 어젯밤의 꿈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기분이 저조한 상태.
아니야 그냥 개꿈.. 아니 뱀꿈이야 고양이도 그냥 무의식중에 남아서 비슷한 무늬를 가지고 있었을거야 하고 애써 나쁜 기분을 털어내려 하지만 막상 엘리베이터를 누르는 순간 안에 있을 고양이 전단지가 정말 그 꿈속에서 보았던 고양이와 똑같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마치 열면 안되는 상자를 바라보는 것처럼 굳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의 문을 바라보기를 수 분,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밀레가 살짝 한쪽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전단지가 싹 치워진 깨끗한 게시판이었으면.

어라? 하고 일단 안에 올라탄 밀레는 괜히 죄지은 사람처럼 비어있는 공고판을 흘끗거리며 주차장까지 침묵.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던 도중 우연히 마주친 관리직원에게 저기요. 하고 고양이 전단지의 게시 기간을 묻자 관리직원은 아 그거요. 하고 씁슬하게 웃으며 이마를 문질렀으면 좋겠다. 
관리직원의 설명은 고양이는 찾지 못했지만 인근 공원에서 또다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 몇번이고 발생된 탓에 겨우 사건으로 접수되었는데 마침 그 사건을 맡은 경찰이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었다는 것.

사체가 훼손되어서 길고양이인지 집고양이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때마침 전단지의 내용을 유심히 보았던 경찰관이 뒷다리의 양말 무늬를 기억해내고 고양이 주인에게 연락, 고양이 주인이 눈물에 퉁퉁 부은 얼굴로 오늘 아침 일찍 전단지를 다 수거해갔다는 내용.

사체가 발견된 시기로 보아 범행이 일어난지 얼마 안되었다며 오늘부터는 순찰차가 자주 보일거라는 말과 함께 관리직원은 간단한 인사를 남기고 퇴장. 밀레는 자신이 이상하게 보일까봐 어떤 훼손이었는데요 라고 묻지는 않지만 훼손이라고 언급하는 관리직원의 표정이 매우 불쾌했던 것으로 보아서 평범하지 않다라는 것을 직감했으면 좋겠다. 

괜히 자신이 그런 꿈을 꾸고 난 다음날 때마침 고양이 소식을 알게되어 착잡해진 밀레는 운전대를 붙잡고 아. 진짜 오늘 가게 열기 싫다.. 하고 핸들에 머리를 박다가 애써 마음을 추스리고 전방 유리를 다시 확인.
그리고 그 순간 우연히도 밀레의 시선끝에 검은 양복을 입은 훤칠한 키의 남녀 한쌍이 관리사무소로 쪽에서 지하주자창을 가로질러 오고 있는 모습이 스쳐지나갔으면 좋겠다. 

뭐지? 경찰.. 은 아닌 것 같고 경호원 같이 생겼다. 라고 생각하며 핸들을 돌린 밀레는 두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주차장 입구쪽으로 이동. 핸드폰을 보며 묵묵히 걷던 남자직원이 아, 반응 사라졌어요. 라고 말하자 여성직원이 밀레가 운전하는 차의 뒷편을 바라보는 것으로 장면1 끝.


2장면의 시작은 밀레가 가게를 여는 동안 옆집 카페 주인이 오늘 새 물건 들어오는 날 아니야? 좀 늦지 않았어? 하고 말을 거는 것.

밀레가 잠을 설쳤다고 대충 대답하자 카페 주인은 그럼 이따가 자기 가게로 오라며 진하게 한잔 내려주겠다고 대답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버렸으면 좋겠다.
밀레도 밀레 나름대로 해야할 일이 많기 때문에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가버렸으면. 전등을 켜고 창고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낸 결과 밀레는 점심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겨우 한숨을 돌린 상태. 

목구멍까지 꽉 들어찬 먼지를 시원하게 씻어줄 커피가 절실하다며 옆집 카페를 찾아가자 주방에서 원두를 털어내던 카페 주인이 미안하다는 듯한 눈짓과 함께 '나중에 내가 가지고 갈게.'라고 입모양만 뻐금거려 보였으면 좋겠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점심시간 끝물을 불태워 카페인을 보급해가겠다는 사람들을 보는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기 때문에 밀레는 괜찮다는듯 고개만 끄덕이고 다시 가게로 돌아가 냉장고로 직행. 
그렇게 밍밍한 물만 벌컥벌컥 들이키며 오늘 들어온 새 물건의 사진을 편집하고 있던 그 때 가게 밖으로 순찰차가 한 대 천천히 서행으로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 

순간 밀레의 머릿속에 멀쩡한 도로에서 저게 무슨짓?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아 순찰돈다고 했었지. 라고 납득할만한 이유를 떠올린 밀레는 홀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이동. 
그런데 생각보다 순찰범위가 넓네. 여기서 우리 동네(집있는곳)까지 꽤 거리가 되는데.. 하고 남은 생수병의 물을 들이킨 밀레는 뚜껑을 닫기전 페트병을 우그러트린뒤 편집하고 있던 사진의 저장버튼을 눌렀으면 좋겠다. 

저장중이라는 문구가 사라지기까지 시간을 걸리는 것을 보며 컴퓨터를 바꾸던지 해야겠다고 투덜거린 밀레는 그러진 생수병의 뚜껑을 돌리며 습관적으로 가게 바깥을 확인. 
서행하던 순찰차는 사라졌고 텅 빈 거리만이 소리없이 반짝였으면 좋겠다. 
그 모습을 보며 밀레는 아무런 생각 없이 오늘도 날이 좋네. 빨리 커피 마셨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며 손에 있던 생수병을 발치에 있는 쓰레기통에 떨어트렸으면. 

그동안 저장문구가 사라졌기에 밀레는 편집프로그램을 닫은 뒤 항상 올리는 SNS에 접속. 
하지만 새 글을 올리기 직전 우연히 업데이트된 OO시 OO구 연속 살해.. 하고 생략된 글이 밀레의 눈길을 끌었으면 좋겠다. 

OO시에 OO구라면 틀림없이 밀레시안이 사는 동네였기에 밀레시안은 자연스럽게 아침에 들었던 고양이 이야기를 떠올렸으면. 
어차피 사진만 올리고 잠깐 딴짓을 하려고 했었기에 밀레는 자연스럽게 포인터를 옮겨 새로 올라온 글을 먼저 확인. 

그리고 로딩되는 사진들을 보며 저도모르게 잔뜩 인상을 찡그렸으면 좋겠다. 자극적인 사진으로 조회수를 올리려고 했었는지 피드속 사진에는 모자이크 되지 않은 동물들의 사체가 가득하고 글자로 전하는 정보의 내용은 거의 미비한 모습이었으면.
다행인지 불행인지 상태가 안좋은 컴퓨터 덕분에 사진 로딩이 느려 아랫쪽으로 갈 수록 자체 모자처리된 불분명한 사진들이 올라왔기에 밀레는 서둘러 휠을 내려 가장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 

가장 끄트머리, 밀레의 아파트 게시판에 걸려있던 고양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최근에 발견된 8번째 사체가 이번에도 OO공원에서 발견되어 주변 주민들의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는 모두가 아는 내용으로 끝맺은 글을 보며 밀레는 괜히 눈만 버렸다 라고 투덜거렸으면 좋겠다.
최소한 주의문구라도 넣어주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댓글을 달까 생각했지만 차라리 무플신고가 낫겠다는 생각이 포인터를 바깥방향을 옮겨 놓았으면. 

그래. 그게 낫겠다. 라고  생각한 밀레가 한쪽 턱을 받친 채로 신고 항목을 나눠놓은 단락들을 클릭해 가는 동안 가게 안팍은 모두 조용한 상태.
평소라면 바깥의 차소리와 카페에서 사용하는 싱크대 물소리, 음악소리등 여러가지 소음들이 들려와야 정상이지만 지금 가게에 들려오는 소리는 벽면에 장식된 시계에서 들려오는 째각째각 초침소리와 밀레의 클릭소리만이 전부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밀레는 이번에도 여전히 위화감을 깨닫지 못한채 잔인하거나 모욕적인 사진을 담고 있습니다. 라는 단락을 클릭해 신고메일을 작성하는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으면. 
마지막으로 해당 계정을 차단하겠다는 버튼으로 좋아. 다했다. 라고 소리내어 말한 밀레는 다시 깨끗해진 타임라인을 확인하기 위해 새로고침을 실행. 하지만 그 계정은 차단되지도 않은 채 같은 글, 같은 사진을 길게 펼쳐놓은 채로 밀레의 화면을 끔찍한 사진으로 가득채웠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로딩이 완료된 상태로 띄워졌는지 보다 선명하게, 또 생생하게. 어디선가 물비린내가 날 것같은 구정물 구덩이에 반쯤 잠겨진 동물 사체의 사진들이 빠르게 내려가는 모습에 밀레는 짜증스럽게 혀를 차며 닫기 버튼을 연타했으면. 

진짜 싫다. 이런짓은 왜하는거야. 하고 연거푸 닫기 버튼을 눌러보지만 화면은 밀레가 슬금슬금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느릿하게 내렸던 윗부분을 지나 빠르게 훑어내리던 중간부분으로 진입. 
마침내 마지막 사진과 짤막한 한 단락이 남아있는 부분에서는 예의 그 로딩지연으로 인해 자체 모자이크 되었던 사진을 선명하게 띄워 보이며 아예 응답없음 상태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게다가 원래대로라면 응답이 없다는 알림과 함께 희뿌옇게 흐려져야 하는 화면이 왜이리 또 맑기만한지. 참다 못한 밀레가 아예 컴퓨터를 재부팅하기 위해 허리를 숙이려는 순간 어디선가 아. 하는 개구리 짜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으면 좋겠다. 
온몸이 섬뜩함에 굳어버리는 낯설면서도 딱 한번 들어보았던 그 목소리에 밀레가 흠칫 놀라 재빨리 고개를 들어올리자 아무도 없는 상가거리 도로 건너편에 예의 그 기괴한 미소의 소년이 우두커니 서 있었으면. 

아, 소리를 낸 입모양 그대로 입을 벌린채로 눈만 휘어 웃고 있는 소년은 누가보아도 이상한 '모양새' 

뭐야.. 지금 이거 뭐야.. 하고 마른침을 삼키며 자기도 모르게 의자를 뒤로 밀어내자 아이의 모습과 함께 훼손된 동물의 사진이 한눈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위에서 무언가에게 복부를 베어먹힌듯한 짐승의 이빨자국이 내어져 이있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마지막 한 장은 너무나도 분명한 사람의 이빨자국.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해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 하고 벌리고 있는 아이의 이빨이 멀리서 보기에도 붉어보인다는 것을 깨달아 버린 밀레는 더듬더듬 손끝을 움직여 컴퓨터를 연결하는 멀티탭의 전원버튼을 찾아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질끈 감으며 전원을 차단하는 순간 머릿속에 방금 보았던 SNS의 글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며 분명 확인하지 않았던 리플창의 반응들 - 뭐야 진짜 미친놈이네/ 동물들 불쌍해/ 그런데 이 사진 어디서 구한거야? 경찰관계자는 아닌 것 같은데/ 아 진짜 주의문구 넣으라고 XX/ 근데 이정도면 모자이크 넣어야 하는거 아닌가? / OO공원이면 나 맨날 PC방 갈때 지나는 곳인데 존나 소름이네 /야 마지막 저거 이빨자국 아니냐  등등의 내용들이 억지로 밀레시안의 머릿속에 들어왔으면. 

뭔데. 내가 봤었나? 아닌데. 분명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아서 내가 첫 댓글을 달려다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하고 턱을 달달 떨던 밀레는 쉼없이 돌아가던 컴퓨터의 팬소리가 멈춘것을 깨닫고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채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심호흡. 

그리고 천천히 도로 건너편을 확인한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의자에 축 늘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헛것이지? 그렇지? 하고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자꾸 생각나려는 무언가의 편린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밀레는 바싹 말라붙은 목을 축이기 위해 다시 가게 안쪽에 있는 작은 냉장고 똑으로 이동. 

안에 든 생수병을 꺼내려는 찰나 가게 유리문을 똑똑똑 두드리는 노크소리에 악 소리를 내며 뚜껑 딴 생수병을 구겨 버렸으면 좋겠다. 

왐마 깜짝이야. 무슨일이야? 발이라도 찧었어? 라는 말과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온 것은 옆집 카페 주인으로 밀레는 안도반 원망반의 눈빛으로 카페주인이 들고온 커피를 노려보았으면. 
뭐야. 늦었다고 타박하는거야? 하고 장난스럽게 웃어넘긴 카페주인은 신상 유리잔 좀 보자며 익숙하게 테이블 한켠에 커피를 내려놓고 밀레가 새로 꾸민 진열창을 향해 이동. 

아니.. 그런건 아니고.. 하고 변명아닌 변명을 주절거리며 흠뻑젖은 털어낸 밀레가 문득 바닥에 흘린 물을 닦기 위해 꺼내든 대걸래 특유의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대걸래를 들고 가게 뒷문으로 나가는 밀레의 모습에 카페 주인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으면. 
그 모습에 밀레는 그냥요. 너무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저걸로 닦으면 더 더러워지겠어요. 라는 말과 함께 카페 주인이 가지고 온 커피를 원샷.

그래도 바닥에 물 꽤 많이 흘렸던데.. 하고 흘끔 물바다가 된 바닥을 보는 시선에 냅둬요. 물이니까 그냥 마르겠죠. 라고 대답하는 것으로 2편 끝.

 

3편의 시작은 밀레의 가게 옆집, 카페 주인의 시점으로 시작. 아침부터 수면부족을 호소하던 밀레가 저녁 장사도 접고 그냥 들어가는 것을 보며 이상하게 생각하는 카페 주인.


딱히 건강이 나쁜 날도 없었던 성실한 밀레이지만 뭐 그런날도 있는거지. 라고 생각하며 날이 맑다 = 사람들이 밖에 나온다 = 그냥 들어가기 아쉬운데 커피나 한잔 할까? 라는 공식에 따라 착실하게 음료를 만들어가던 도중 새까만 소형차 한대가 밀레의 가게 앞에 멈춰서는 것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어딘가의 소속된 차량인듯 전면창과 뒷 트렁크에 붉고 하얀 무늬의 방패에 왕관이 그려진 마크가 붙어있는 검은 차량에는 마찬가지로 새까만 정장을 입은 사람이 둘. 

그중 상사로 보이는 분홍머리의 여성은 멀리서도 눈에 확 뜨일 만큼 대단한 미인이었으면. 깔끔하게 떨어지는 정장핏에 시선을 끌 수 밖에 없는 분홍 머리, 거기에 미인. 정신을 차려보니 모든 손님들이 저도 모르게 모두 바깥을 내다보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을 보며 카페주인이 웃어야 할지 말려야할지 난감해하고 있는 가운데 막상 당사자인 여성은 핸드폰 속 주소만을 골똘히 노려보고 있는 상태.


 그 상황이 좀 길게 이어지자 기다리다못한 운전석의 청년(이쪽도 검은 정장)이 창문을 살짝 내리고는 아벨린님, 오른쪽에 그릇가게요. 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제서야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아벨린은 헛기침으로 당혹감을 얼버무리고는 방금 그리로 가려고 했다고 대답했으면. 
아벨린이 옆 가게쪽으로 움직여 아예 보이지 않게되고 나자 카페 손님들은 아쉽다는듯이 한숨.


그러나 그와 반대로 어라? 하고 난감해진 카페주인은 단골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호다닥 밖으로 나가 닫힌 가게문을 두드리고 있는 아벨린에게 말을 걸었으면 좋겠다. 
혹시 가게 손님? 어쩌지, 오늘 그 집 사장님이 갑자기 몸이 안좋아져서 일찍 퇴근했거든요. 하고 붙임성 좋게 말을 걸어온 카페 주인은 아벨린이 몸이... 안좋아졌다구요...? 갑자기? 라고 진지하게 되묻는 것을 보며 아, 이거 뭔가 이상한데. 라고 감나무 촉을 삐용삐용. 

으음.. 뭐, 그렇다고 듣긴 했는데.. 하고 말끝을 흐리며 급한일이라면 연락처를 남겨주시겠어요? 내가 연락해 드릴게. 라고 말하자 아벨린은 단박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요. 내일 다시 방문하도록 하죠. 라며 차가 있는 쪽으로 복귀. 
홀로 남겨진 카페주인만이 흐응.. 하고 눈을 가늘게 흘기며 아벨린의 인상착의를 꼼꼼하게 기억해두다가 차에 한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재빨리 표정관리. 

차량이 떠나는 모습까지 꼼꼼하게 지켜보고 나서 후다닥 가게로 돌아와 밀레에게 자기, 오늘 예약손님 오기로 했어? 완전 수상해보이는 검은 선팅 된 차량에 무슨 요원같은 언니가 자기 가게에 왔다갔는데 그릇은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더라?  라고 문자. 

밀레는 마침 핸드폰을 쥐고 있었는지 바로 1카운트가 사지고 작성중이라는 표시가 뜨지만 좀처럼 어떠한 답장도 보내지 않고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네. 지금 봤어요. 라는 답변에 카페주인은 으응? 하고 고개를 돌려 카페에 걸린 디자인 시계와 답장이 온 시각, 그리고 방금전 떠난 차가 밀레가 사는 동네 까지 가는 시각을 가늠하다가 지금? 이라고 말하며 카페 현관 주변을 확인. 이내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장면 1 끝.

장면 2는 톨비쉬와 지하주차장에서 대치중인 밀레. 공동 현관 보안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찍으려는 찰나 똑똑똑 하고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유리문에 검은 그림자가 비쳤으면 좋겠다.

흠칫 경계심을 드러내는 밀레의 모습에 톨비쉬는 혹시 밀레시안씨 되십니까? 하고 매너 좋은 목소리로 말을 걸지만 그놈의 새까만 정장과 한 눈에 보기에도 그냥 평범해보이지는 않는 덩치가 시너지를 이룬탓인지 안그래도 점심에 있었던 일 때문에 잔뜩 예민해진 밀레는 저도 모르게 톨비쉬를 경계하며 카메라가 있는 방향으로 한걸음 옮겨 걸었으면 좋겠다. 

겉으로는 길을 양보는 것으로 보이지만 너무나도 확연한 경계의 눈빛에 톨비쉬는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밀레가 누르다 만 비밀번호를 눌러 공용현관을 열어보였으면. 

같은 아파트 사람이라고 하기엔 분명 낯선 얼굴이지만 톨비쉬는 이어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동해서 승강기가 내려오고 있는 것을 확인.
안들어올거냐는 의미의 잔잔한 미소에 밀레가 그냥 미친척하고 다시 차로 돌아갈까 라고 생각하자 톨비쉬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밀레의 앞에 다시 나타나 그건 곤란한데요. 하고 똑 하고 손가락을 튕겨 보였으면.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 밀레가 바라보는 것은 공원의 그 벤치.

손에는 먹다만 아이스 커피, 하늘에는 전에 보았던 웃기게 생긴 구름. 따스한 햇살, 차가운 음료.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무감각한 이질감에 밀레는 이게 꿈이구나 라고 생각했으면.
그리고 가장 꿈결같은 것은 분명 혼자 앉아 있었던 밀레의 옆자리에 방금전 주차장에서 보았던 그 낯선 남자가 함께 앉아있다는 것. 밀레에게 친근감을 주입하기 위해서인지 손에는 같은 브랜드의 비슷한 양이 남은 커피가 들려져 있는 상태. 

입가에도 여전히 잔잔한 미소가 걸려있지만 그저 인사치레로 걸어놓은 것을 알려주는듯 눈은 잔뜩 굳어있는 상태로 또다른 밀레시안이 있는 강가를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곳의 밀레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멍하니 서서 모래 둔덕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바닥에 무언가가 그려진 것을 멀뚱히 바라보는 밀레는 한눈에 보기에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아보였으면.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밀레를 보고 수군거리며 지나가지만 그런 반응도 잠시.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밀레와 같이 점차 무표정해지더니 말소리 하나 내지 않고 그 주변만 빠르게 걸어 지나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그 장소를 피하는 흐름이 만들어지자 홀로남은 밀레에게 조금씩 이상한 현상이 목격되었으면. 

처음에는 어깨. 흔들흔들 몸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머리를 가누지 못하는 것 처럼 크게 목을 돌리기 시작.
그게 무언가를 찾는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머리를 빙빙 돌리던 강가의 밀레가 어딘가에 시선을 우뚝 고정하는 순간이었으면 좋겠다.
모래가 점점 거칠어져가는 경계선에서 다 썩어가는 각목을 가져온 밀레는 어렴풋하게 남은 기억처럼 근처의 모래밭을 해집기 시작. 

정처없이 나무각목을 질질끌며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리가 좁아 그 행적이 일그러졌을뿐 밀레가 긋고 있는 선은 틀림없이 무언가의 일부로 보였으면 좋겠다. 
그 바람에 처음에 보고 있던 그림은 짓밟혀 사라졌지만 밀레는 새로 그린 그림과 더불어 사라진 그림, 즉 아이가 그렸던 그림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으면. 

그것은 밀레에게 남아있는 것. 아이가 밀레에게 넘겨준 것. 
밀레가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뱀.. 이라고 말하자 강가의 밀레를 바라보고 있던 톨비쉬가 우로보로스라고 합니다. 라고 정정. 

이 지역에 있는 오래된 지하수로에 숨어사는 오래된 사교도들의 상징이자.. 그들의 신체(神體)에 세겨진 문양이기도 하지요. 라며 밀레의 손바닥을 끌어당긴뒤 무언가를 유심히 관찰. 

그리고 이제는 당신의 몸에 깃들어 있군요. 라는 말과 함께 장면 2 끝.

 

장면 3은 밀레가 톨비쉬의 손에서 유일한 온기를 느끼자 마자 퍼뜩 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

밀레가 앉아 있는 곳은 밀레의 차 운전석으로 보조석에는 태연하게 톨비쉬가 앉아서 밀레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밀레가 톨비쉬를 처음으로 본 곳은 공동현관 앞이 아닌 주차장에서 차의 시동을 끄고 내리기 직전.
현관앞에 톨비쉬가 유리문에서 멀리 있었는데도 똑똑똑 하는 유리소리가 들린것은 이때의 흔적 때문에. 창문을 두드리고 밀레의 주의를 끈 톨비쉬는 간단하게 밀레를 최면상태로 만들어 잠들게 하고 그 옆에서 꿈을 관찰.
톨비쉬가 조사해온 공원에서 '진짜로 일어났던 일'과 밀레가 '기억하는 일'을 엮어 만든 것이 방금전의 꿈이었으면.


밀레는 톨비쉬가 건넨 알반협회 오컬트재해담당 팀장이라는 명함을 손에 꼭 움켜쥔 채 밀레시안이 사는 동네에 뱀을 신으로 모시는 사이비 교단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신줄을 찾는중.
신체도 있고 신도도 있으면 그냥 종교 아니냐는 말에 드물게 친절해보이는 미소를 싹 지워내며 같지 않아서 사이비(似而非)라고 하는 겁니다 하고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으면 좋겠다.

차가운 표정은 금방 수습되긴 했지만 밀레에게는 아 얘도 정상은 아니구나. 라는 인식을 심어놓기에는 충분한 틈이었으면.

톨비쉬의 설명은 몇 년전 모종의 사고로 퍼져나가서는 안될 것들이 통제선 바깥으로 퍼져나갔고 그것이 이 마을로 숨어들어와 우로보로스를 신으로 모시는 사교도들을 점령, 신체도 빼앗기고 거점도 빼앗긴 이들은 그대로 그들에게 '흡수'되었고 이 사건을 기점으로 빠져나간 '놈들'이 몸을 숨길만큼의 지혜와 인내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그들이 노리는 것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어느정도의 지혜가 있는 만큼 빠르게 박멸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 

하지만 좀처럼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곤란하던 중에 우로보로스의 신체가 그 호수 공원 근처에서 탐지되는 것을 톨비쉬의 동료(다른 팀 소속)가 발견.
이를 추적하다가 끊어졌는데 그 자리에 남은 것이 방금 보았던 모래톱의 흔적이라고. 

하지만 물길이 드나드는 위치까지 그려진 흔적이라 이미 훼손될 대로 훼손된 흔적의 의미를 읽어낼 수가 없었고 하는 없이 과거의 기억을 '어느정도는' 읽어낼 수 있는 톨비쉬가 파견. 
그 주변의 기록을 훑어보던 중 우연히 그 날 밀레가 강가에 서 있는 것을 '기억하고 있던' 아이를 발견했고 그것을 토대로 밀레를 쫓아왔다는게 톨비쉬의 설명. 

그 동안 밀레의 핸드폰에 카페 주인의 문자가 오고 밀레는 그 사람들이 자기 가게도 알고 있냐고 질문. 
톨비쉬가 저는 모르지만 당신을 쫓아온 다른 팀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군요. 라고 대답하자 집과 가게 모든 정보가 털려버린 밀레는 한숨을 내쉬며 카페 주인에게 지금 만났다고 답장. 

그 모습을 지켜보던 톨비쉬도 대충 무슨 일인지 눈치를 챘는지 그럼 슬슬 자리를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직 혼란스러우실텐데 새 인물과 만나는 것보다 제 설명을 듣는게 조금 덜 피곤하실 겁니다. 겸사겸사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고요. 라며 멋대로 밀레의 네비를 조작해 주소를 입력. 

길안내를 시작합니다. 라는 멘트에 밀레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야무지게 안전벨트까지 챙겨내는 것으로 3편 끝.

 


4편 시작은 알반의 사무실에서의 짧은 티타임. 네비의 안내를 받아 운전을 하고 오는 동안에도 친밀감과 신뢰도를 쌓기위해 톨비쉬는 자잘한 주변이야기를 화제로 스몰토크를 시도.
그동안 알게된 새로운 정보는 밀레가 oo상가의 자그마한 그릇가게를 하고 있으며 가끔씩 괜찮은 물건을 찾으러 다른지역으로 출장을 갈 때도 있다는 것, 동물은 키우지 않는다, 홍차보다는 커피. 가게 옆에 맛있는 커피집이 있다. 정도의 사사로운 이야기들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톨비쉬 또한 그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기위해 자기도 출장을 자주다니며 커피가 간편해서 좋다고 대답했으면.
이러한 토크를 기반으로 어느정도 경계심을 누그러트린 결과 밀레는 미심쩍어 하면서도 네비가 가리키는 한 건물 앞에서 내려 톨비쉬를 따라 움직이고 그렇게 2중 도어락을 풀고 알반이라고 쓰여진 명폐가 걸린 문 앞까지 이동.

이 사무실은 몇 년 전 통제선 붕괴사건 때 도망친 그것들을 쫓기 위해 알반이 거점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지금까지는 거의 버려져 있던 상태였지만 다행히 며칠 전에 먼저 도착한 아벨린네가 먼저 와서 싹 치워놨기 때문에 지금은 깨끗한 상태라는 설정이었으면.

그리고 그 깨끗해진 사무실의 도어락을 제 집처럼 열고 들어온 톨비쉬가 차를 내어주고(아벨린 것) 쿠키까지(알터 것) 뜯어주는 장면으로 시작.
커피가 아니라 조금 아쉽지만 이라고 이야기하며 자리에 앉은 톨비쉬는 본격적으로 다시 오컬트 주제로 화제를 돌리며 앞서 이야기한 것들을 언급했으면 좋겠다.

이 땅에 있었던 사교집단(우로보로스)와 그들의 갑작스러운 '흡수', 사라진 신체, 밀레시안에게 나타난 반점등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추론해낸 톨비쉬의 생각은 결국 밀레가 그들에게 무언가의 용도로 그들의 '타겟'이 되었다는 이야기 였으면.

그 용도로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제물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톨비쉬는 일부러 일반인(밀레)를 겁먹게 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대충 얼버무리는 것으로 생략.
하지만 머리 한켠에서는 이미 한참 전에  파괴한줄 알았던 신체를 인간에게 다시 집어 넣었다는 점을 보아 우로보로스 신앙의 부활을 위한 제물이지 않을까, 라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이렇게 된다면 밀레에게 신체를 넘긴 이가 우로보로스의 신도이라는 것인데 과연 그 지옥도 속에서 살아남은 우로보로스의 신도가 있는지, 그리고 신체의 부활이라는 대규모 의식을 준비할만한 신분의 우로보로스의 신관이 남아있는지가 의심스럽다고 생각했으면.

 톨비쉬의 머리가 이중 삼중으로 돌아가는 사이 밀레는 톨비쉬가 던진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일주일 하고도 조금 더 된 일을 곰곰이 생각중이었으면 좋겠다.
정확히는 톨비쉬가 최면을 통해 알아보려고 했던 진짜 정보.

톨비쉬가 보여준 것은 밀레가 했던 이상행동에 대한 '실제적인 사건'의 재구성으로 사실은 이것을 보여줄 생각은 없었고 밀레의 무의식 (공동현관 안쪽의 밀레의 집)에 침입해 정보만 빼갈 생각이었지만 이미 무언가의 이유로 경계심이 최고조로 달해 있던 밀레는 톨비쉬의 현혹을 받아들이지 않고 경계하며 최면(공동현관)에서 빠져나가려고(차로 돌아감) 했기 때문에 톨비쉬는 급하게 계획을 수정해서 밀레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 의심을 지금의 현상으로 돌리기 위해 공원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보여준 것이었으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로보로스의 신체(神體)가 단순히 밀레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아예 흡수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톨비쉬는 노선을 바꾸어 밀레에게 협력을 제안.
신체를 가지고 있으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말하고 그것을 제거해준다는 조건이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생각정리를 끝마친 밀레가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주일 전 공원에서 있었던 일과 함께 어제의 꿈, 오늘 오후의 이야기까지 이어지며 톨비쉬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으면.
문제는 일주일 전의 일은 방금 전의 충격으로 제법 진지하게 기억을 되짚어 본 반면 어제의 꿈은 밀레가 의도적으로 잊기 위해 노력한데다가 아침에 바쁜 일정으로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거의 흐릿해진 상태이고 오늘있었던 일은 밀레가 스스로의 기억에 자신이 없는 상태라는 것.

봤던가? 헛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음.. 그리고 이건 오늘 있었던 일이긴 한데.. 정확하지는 않고... 라며 더듬더듬 이야기한 공원에서 보았던 아이를 다시 본 것같은 환각을 이야기하자 톨비쉬도 '밀레에게 신체를 건넨 자가 우로보로스의 신도가 아닐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밀레에게 다시한번 기억을 보게 해달라며 이번에는 자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달라고 부탁했으면. 
안으로? 라고 되묻는 밀레에게 톨비쉬는 어디든 좋다며 당신이 '허락'하기만 된다고 말하며 밀레에게 손을 내밀어 자신의 눈을 보라고 지시. 
좋아요.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밀레시안 씨' 하고 이름을 부르는 동시에 손을 튕기자 밀레의 눈앞이 검은색으로 암전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어둠속 어딘가에서 다시한번 스르르르르- 쉿, 쉭쉿.. 하는 쇳소리가 희미하게 스쳐지나갔으면.
날카로운 바람소리같은 뱀의 혓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눈을 뜬 곳은 여전히 알반의 사무실 안.
어리둥절한 밀레는 뭘 허락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지만 이내 그곳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유는 방금 전까지 텅비어있던 사무실의 책장이 알 수 없는 서류철로 빼곡히 적혀져 있고 낡은 천이 덧씌워져 있던 화이트 보드에는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두서 없는 메모들이 한껏 휘갈겨져 있기 때문이었으면.
정면과 측면으로 보이는 시야에서 계속해서 시선을 옮기자 밀레는 문득 자신의 뒷변에 있는 벽에 지도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 부동산에서 쓸법한 거대한 지도에 붉은 매직으로 그어진 선들과 함께 사진들이 붙어있었는데 그중 몇몇 사진에는 밀레도 아는 익숙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으면 좋겠다. 

꼬리를 무는 동그란 뱀, 우로보로스의 문양.

그리고 그 아래에는 일시와 사망자수, 그리고 사건이 외부적으로는 어떻게 처리되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간략하게 쓰여져 있었으면.
척 보기에도 수십명은 죽어나간 거대한 사건이지만 이 동네에서 꽤나 오랫동안 장사를 하며 살았던 밀레는 전혀 몰랐던 사건.
진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한번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며 현재의 장소와 사고의 장소들을 되짚어 보던중 이 동네에 오래 살았던 밀레는 마킹된 장소들이 하나같이 '주인을 알 수 없는 외지인의 건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동네마다 하나 있는 번듯하지만 누가, 왜 세웠는지는 모르고 다만 돈많은 누군가가 그냥 만들었다고 알려진 그런 건물. 멀쩡히 세도 받고 사람들도 오고가지만 건물의 지하에 뭐가 들어섰는지는 신경쓰지 않는 건물.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지상층에 세들어 있던 가게들도 하나 둘 씩 폐업하거나 접고 나가버려 임대표시만 붙어있는 '점점 버려져가지만 주인도 신경쓰지 않아 방치된 건물' 이라는 것까지 생각에 미친 밀레시안은 문득 
이 '사무실'도 그러한 건물이 아니었던가, 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도에 표시된 마크는 이 사무실 위치에는 붙어있지 않았고 밀레는 뭔지모를 안도감을 느끼며 다시 소파에 바른자세로 착석. 한숨과 함께 갈증을 해소할만한 것을 찾아 테이블 위를 훑어보지만 현실에서 마셨던 찻잔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찻잔대신 놓여진 흩어진 서류더미를 발견했으면. 밀레는 그 시점에서 그러고보니.. 하고 톨비쉬의 부재를 눈치챘지만 이내 신출귀몰하게 나타나는 사람이니까 또 갑자기 나타나겠지 라고 생각하며 눈앞의 서류더미를 먼저 확인. 

잘 모르는 양식의 서류인데다가 알 수 없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이 쓰여져 있어 빠르게 읽기는 어려웠지만 언뜻 보기에 우로보로스의 신당을 찾아내었지만 이미 세력의 대부분이 '흡수'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헤루인'을 파견.
우로보로스의 외경을 회수해왔다는 내용이었으면.

다만 신체가 들어있던 함는 이미 비워져 있었기 때문에 회수 불가, 동봉된 다른 클립에는 조금 더 이전 시점에 찍힌듯한 내용물이 아직 남아있는 상자의 사진이 끼워져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밀레가 알고 있는, 밀레가 호숫가에서 찾았던 그 뱀이 그려진 돌이었으면. 

자신이 찾은 것이 정말로 우로보로스라는 사교의 신체였다는 것을 확인한 밀레는 어쩐지 속이 미식거리는 것을 느끼며 사진을 내려놓고 다른 서류들을 확인. 
밀레가 처음 확인했던 것은 최종보고서였는지 그 이전의 것들은 대부분 겹치는 내용이거나 오히려 더 부족한 내용이었으면.


밀레는 정말 꿈에서나 일어날법한 사건에 대한 보고서에 흥미로움 반, 마냥 꿈은 아니고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것에 불안감 반의 감정으로 더 새로운 정보를 찾아 남은 서류들을 모두 확인하고 마침내 지하수로의 설계도를 발견.
여기저기 진입 루트가 표시된 것으로 보아 헤루인이라는 팀의 자료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던 그 때 갑자기 사무실 문에 똑똑똑 하는 소리가 들려왔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서류에 집중하느라 듣지 못했던 소리였지만 지하수로의 설계도면을 본다한들 자신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밀레가 자세를 흐트러트릴 즈음 다시한번 노크소리가 똑똑똑 하고 들려왔으면. 
그제서야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것을 깨달은 밀레는 이 노크소리가 혹시 톨비쉬가 말한 '허락'을 구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며 대답과 함께 잠겨진 문으로 접근. 

그러나 문을 열기 직전 자물쇠가 도어락인것을 발견하고 뻗어내는 손을 멈춘뒤 익숙한 적막을 향해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도어락, 비밀번호, 사무실. 이 사무실에 데려온 사람이 누구였지?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게 당연한 사람은 누구? 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밀레의 의심은 다시한번 똑, 똑똑. 하고 두드리는 노크소리를 향해 이동.

저 노크소리가 정말로 그사람(톨비쉬)라면 왜 진작 도어락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지? 라고 생각하자 순간적으로 사무실에 깔린 적막한 고요가 알 수 없는 공포심으로 변질되어 버렸으면 좋겠다. 

익숙한 적막, 알고 있는 고요. 그 때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언제나, 언제나. 그것이 나타날 때면 사위가 조용해진 다는 것을 깨달은 밀레는 저도 모르게 손을 거두며 조용히 숨소리를 낮추었으면. 
밀레가 눈치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똑. 하고 한반자 늦게 두번 더 두드려야 하는 손길을 멈춘 문 바깥의 방문자는 흫... 하고 나지막한 웃음소리를 내며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 

보이지 않지만, 보일리도  없지만, 밀레는 눈앞에 선명히 덧그려지는 호숫가에서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 문 바깥에 있는 아이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흫..흐흐흑.. 흐흐흐힣... 하고 흐느낌과 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입을 쩍 벌린 아이는 하아, 하고 숨을 들이마시며 문으로 다가와 문틈 사이로 속삭이기 시작. 


한껏 들이마신 들숨과 달리 내어지는 소리는 쉿쉿 거리는 쇳소리뿐이지만 밀레는 어찌된 일인지 그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에 가로막혀 선명하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들리는 쇳소리의 의미는 만찬, 기다리는, 주인. 같은 단어들. 그것을 밀레가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인내심있게, 그리고 끈질기게 속삭이던 아이는 무언가가 온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시 하아.. 하고 남은 숨을 토해내고는 쯧 하는 혀차는 소리와 함께 증발. 

아이가 사라지는 순간 방안을 짓누르던 공포감이 사라지며 밀레또한 털썩 하고 자리에 주저앉아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널부러져 있는 밀레의 귓가에 뚜벅뚜벅 하는 구둣발소리가 들려왔으면.
서두르지도 일부러 질질 끌지도 않는 절도 있는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온 발소리는 망설임 없이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사무실로 입장. 

그리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밀레에게 다가와 흐느적 거리는 팔을 강하게 붙들어올리고는 놓쳐서 미안합니다. 일단 돌아가도록 하죠. 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알 수 없는 피로감을 이겨내고 겨우 고개를 돌려 톨비쉬의 존재를 확인한 밀레는 어디로? 라고 묻지도 못한채 고개를 끄덕이고 시야는 다시 암전.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 향긋한 커피냄새 속에서 드립커피를 내리던 갈색머리의 청년이 앗, 깨어나셨네요. 커피 드릴까요? 하고 묻는것으로 4편끝.

 

 
2021년 1월 24일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1353344991662198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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