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밀레)명계에서 주운 조각상

트위터 2023. 4. 5. 22:22

명계가는 길에 요정들이 밀레를 시험한답시고 페스 피아다의 안개를 사용해 이런저런 환상을 만들어내는데 삼용사나 드라마, 신의기사단 환상까지는 어찌저찌 버티다가 언뜻 비친 검은 장발의 검은 날개를 가진 얼굴가려진 신족이 안개속으류 걸어가는 뒷모습에 밀레가 그자리에서 멈춰서게되는 모습이 보고싶다..

프라가라흐의 빛으로 안개를 갈라 일단 나오긴 했는데 눈은 퉁퉁붓고 말은 아무것도 안하고..
마중나왔던 핀키가 왜그래요? 요정들이 심한 장난을 쳤어요?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나쁜뜻은 아니었는데.. 하고 도닥도닥 밀레의 등을 두드리다가 안개가 전해준 '보여줄 수 없는 환상'에 대해 전해듣고는 극대노.

이번 시험은 요정들이 잘못했어요. 울지도 부르지도 못하는 슬픔을 시험의 주제로 사용하는건 공평하지 않다는거 잘 알고 있잖아요? 하고 깃털달린 핀 벨을 붕붕 휘두르며 안개 뒤에 숨어있던 요정들을 죄다 불러다 밀레 앞에 꿇어앉혔으면 좋겠다.
우르르 몰려나온 요정들이 미안해 미안해 마음이 너무 단단해서 아주 밑바닥에 있는 슬픔을 불러내려 했던건데 그렇게 새까맣게 눌어붙어있을줄은 몰랐어. 하고 밀레주변을 돌아다니지만 밀레는 여전히 눈물만 뚝뚝뚝뚝.
난감해하던 요정들이 쑥덕이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나무둥치에서 뭔가를 허둥지둥 꺼내오며 대신 이거 줄게. 하고 밀레의 손안에 작은 나무 조각상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습기를 머금어 반쯤 스러진 나무 조각상은 이끼와 이름모를 작은 풀꽃도 피어 금방이라도 부서질것 같은 내구도 1/1.
그나마 남아있는 모양새로 보아 날개를 가진 무언가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그 날개도 반절정도 부러진탓에 원래의 형태는 알아볼 수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머리부근은 이끼에 뒤덮여 있던 탓인지 그나마 온건해 보였으면.

이끼가 품은 물기에 물러진 얼굴조각에서 조심스러운 손길로 이끼를 떼어내고 젖은 흙을 털어내자 보이는 것은 붉은색 브리의 결정마냥 붉은 눈동자 한조각.
젖지 않은 다른 부분에 비해 짙어진 반쪽 얼굴에서 빛나는 붉은 보석을 보고 밀레가 다시한번 후드득 눈물을 떨어트리지만 감정에 민감한 요정들은 그치? 이제 괜찮지? 하고 손을모아 합창하듯 노래했으면 좋겠다.

예전에 수로를 만드는 중이라는 어떤 포워르에게서 받는건데 너에게 이걸 주면 좋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원래는 명계에 떨어진 물건이라 이승으로 되돌아가면 안되는건데 여기서라면 괜찮아. 이미 거의 다 부서져가는거니까 너에게 줄게. 부스러지고 흩어져 흙 한줌으로 돌아갈 짧은 시간동안 너에게 잠깐의 위로가 되길바래. 하고 밀레의 머리를 토닥토닥 쓰다듬던 요정들는 이제 괜찮지? 하는 눈빛으로 핀키의 반응을 확인.

흐응 하고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핀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자 요정들은 언제 입을 모아 노래했냐는듯 후다닥 모습를 감춰버렸르면 좋겠다.
소란스러운 요정들이 사라지고 나자 밀레의 곁은 이제 다시 조용한 적막뿐. 옆에 앉아도 되죠? 하고 대답을 듣지 않고 털썩 주저앉은 핀키가 밀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발을 까닥까닥 흔들며 쉬었다가도 괜찮아요. 내가 그동안 노래를 불러줄게요. 하고 말하자 밀레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밀레의 허락이 떨어지는 그 순간부처 모래시계가 떨어지듯 흐물흐물한 나무조각상이 조금씩 바스라지기 시작했으면.
밀레시안이 부스러지는 조각상을 손에 잡고 있는 동안 핀키는 '황금빛 밀밭같은 꿈결의 아이, 안개같은 쇳빛의 기사' 로 시작하는 시오라의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 '희게 드리운 영혼의 강, 꼬리 긴 별은 어디로, 어디로..' 하고 마지막 구절을 흥얼거릴때즈음 밀레의 손에는 물냄새가 진하게 나는 나무부스러기와 1cm도 안되는 작은 브리의 결정이 손에 쥐어져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 밀레의 손 안에서 새빨간 의지의 빛을 빛내는 결정은 최후의 빛을 뿜어내듯 불꽃처럼 잔잔하게 밀레의 손을 붉게 물들이다가 탁 하고 깨어지는 소리와 함께 점멸.
다시금 안개가 모여들어 밀레를 감쌌다가 사라졌을때 밀레의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였으면 좋겠다.

허망하게 빈 손을 내려다 보는 시선앞에 또렷한 모양을 가진 눈꽃결정이 하나 떨어져 내리는 순간 에린이나 티르나노이에 도착했을때 처럼 축복받지 못한 세계에 오셨습니다. 라는 사념파가 울리는 결말로.




 2021년 1월 21일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1351944335437168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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