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FEB

르웰밀레) 빌런르웰린

트위터 2022. 2. 25. 02:55

빌런 르웰린.. 자꾸 찍먹처럼 생각난다.. 
멜윈의 행방불명으로 시작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며 타라 타임즈에서는 명문가 신시엘라크의 몰락, 갑자기 왜? 라는 신문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어느 세계선을 배경으로 누가봐도 르웰린이지만 더이상 '빛나는 자'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가면남과 그 남자가 세운 교묘한 계획때문에 번번이 함정에 빠지는 밀레시안... 

르웰린이 가면을 쓰고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자신의 얼굴 때문에.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은 세상에게 복수하기 위해, 보호받아 마땅한 가장 어린 것을 지키지 않은 왕국을 단죄하기 위해 더이상 자신의 힘과 재능을 숨기지 않고 온전히 드러낸 르웰린이지만 세상의 혼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눈동자에 어린 신성력의 증거가 사라지지 않는것이 그의 콤플렉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은 것은 신시엘라크 특유의 '예감'도 마찬가지.
이따금씩 들려오는 '예감'은 르웰린의 죄책감과 증오심을 흡수해 이제 '목소리'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데 그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다름아닌 딱 한문장 '괜찮아. 나는 너를 이해해'라는 문장이었으면 좋겠다.
그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르웰린은 마치 저주라도 걸린 사람마냥 예민하게 반응하며 주변에 행패를 부리지만 그 분노마저도 결국 그분의 뜻이며 그 분노의 원인조차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고 말하는 듯한 알 수 없는 예감이 언제까지고 르웰린의 귓가에 '괜찮아. 나는 너를 이해해'라는 속삭여왔으면.
이런 요소들 때문에 사실 르웰린은 당장이라도 자신의 눈을 그어버리고 귀를 찌르고 싶은 충동에 늘 시달리고 있지만 눈과 귀가 없으면 '앞으로의 일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효율과 실리를 위해 인내하고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익명의 '가면남'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눈동자'에 대한 언급이고 거울이나 자신의 얼굴이 비칠만한 것은 모두 부수는 것으로 대응, 그리고 가끔씩 속삭이는듯이 목소리를 낮추거나 자신에게 공감을 표현하기 위해 '이해'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소름끼치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그 사람을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러한 기행은 아름다운 파괴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읊조리며 귀한 예술품과 귀금속을 가지고 왔던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면모로 비춰졌으면.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그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는 것.
어머, 모르셨어요? 그럼 어쩔 수 없죠. 하고 남의 일처럼 웃어넘기면서도 속으로는 다음 희생양은 내가 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추종자들이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눈짓한번, 미소한번을 독점 할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품은 채 한밤중에 등불에 주변에 모인 날벌레들처럼 르웰린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르웰린은 그런 이들의 부와 명예와 인력을 마음껏 소비해가며 에일리흐 왕국을 전복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면.
밀레시안은 몇번이고 그의 앞에 나타나 왕국을 무너트린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르웰린도 별로 왕국을 망가트리는게 계획의 끝이라고 생각한적 없다고 응수.

사실, 이 계획의 목표는 없어요. 저는 계속해서 이 세상을 망가트리고 싶은거예요. 나라를 무너트릴거고 마을을 불태울 것이며 그 다음으로 나타난 사람들을 모으는 구심점을 파괴할 겁니다.
인간들이 두 번 다시 무리짓지 못할때까지. 모든 것이 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가혹한 세상속에서 오직 혼자의 힘으로만 맞서야 하는 것이 얼마나 고독하고 고통스러우며 절망스러운지를 모두가 알게 될 때까지.
뭐.. 좋게 포장하면 인간들만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근데 그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딱히 대지를 황폐하게 한다던가 포워르의 손에 이 땅을 넘겨준다던가 하는것도 아닌데. 저는 그냥..., 모여있는 사람들이 짜증날 뿐이라구요. 하고 활짝 웃어보였으면.

하지만.. 역시 좀 어중간하긴 해요. 그래서 아직도 이 빌어먹을 신성력이 남아있나.. 하고 사도의 광석봉인을 응용한 신성기술로 밀레시안을 붙잡은 느릿느릿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밀레시안의 앞으로 이동.
실리엔과 신성력을 억지로 결합시킨 마력탄을 밀레시안의 옷깃사이에 밀어넣으며 알반에서 저를 쫓기로 결정내렸다죠? 너무 그렇게  놀라지마세요. 어떠한 단체든 그림자는 있기 마련이고 저는 그 그림자를 이용하는것에 특화된 인간이라는걸 밀레시안님도 알고 있으니까, 이건 분명 놀랄만한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알단장님도 분명 알고 계실거고요. 알고 있으면서, 전부 알고 있으면서 당신을 내게 보내는건 분명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이 할법한 행동이네요. 하고 툭툭 두드리는듯한 손길로 밀레시안의 옷매무새를 정돈해 주고는 가면너머의 눈동자가 보일정도로 가깝게 얼굴을 숙여왔으면 좋겠다.
이 탄환으로 에일리흐의 어린 국왕의 가슴을 꿰뚫을 예정입니다. 비겁하게 내빼지 않고 제가 직접 나설게요. 저를 막으면 밀레시안님과 알반의 승리이고 저를 막지 못하면 왕국은 무너질 겁니다. 사실, 이미 반쯤은 무너트렸어요. 눈앞에서 산산조각나고 있는 왕국을 필사적으로 붙드는 국왕의 노력이 가상해서 반쯤 놀아주는 기분으로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젠 그것도 질렸거든요. 하고 속삭인 르웰린은 누가봐도 저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탄환에 신성력을 섞을게요. 라는 설명을 덧붙였으면.
그리고 자세를 바로하던 도중 르웰린은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놀란 입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밀레시안님, 또 우세요? 라고 질문.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당신은 매번 나를 볼 때마다 울기 바쁘군요. 아직도 나를 위해서 울어주는겁니까? 하고 다정하게 밀레시안의 눈물을 닦아주다가 아니면 여전히 당신이 그 아이를 위해 울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라는 서늘한 음성과 함께 밀레시안의 뺨을 움켜쥐고 무표정하게 응시.

울지 말아요. 프라가라흐의 계승자. 내가 처음으로 내 이름의 근원에 매달리고 싶었던 이유는 그것이라면 그 날의 시간을 바로잡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한 번만, 내게 딱 한번만 더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한번만 더 그 날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내가, 아니면 당신이, 그 도시에서, 그 가방에 든 그 빌어먹을 코어를 그 아이에게서 떨어트려놓을 수만 있었다면. 내게 그 빌어먹을 작자들을 미리 색출해낼 기회가 있었다면. 이라고 말하며 손을 천천히 미끄러트린 르웰린은 밀레시안의 흉터 앞에 손을 얹은채 잠시 침묵.
만약 내가 당신의 가슴을 가르고 그 검을 꺼낼 수 있었더라면 나는 수천번이고 이 상처를 헤집었을거야. 하고 말하지만 또다시 그 예감의 목소리가 르웰린의 귓가에 '하지만 그랬더라도 밀레시안은 너를 위해 울어주었을거야.' 라고 속삭여왔으면 좋겠다.
너를 위해 울고 너를 위해 달리며 너를 위해 검을 든 이 고결한 영웅은 언제까지고, 그 어느순간이고.. 하고 이어지는 속삭임을 흩어내듯 고함을 토해낸 르웰린은 정말로..! 하고 소리를 지르며 일그러진 눈으로 밀레시안을 응시.
정말로 나를 위한다면 내일은 아무것도 되돌리지 말아요. 올바른 결과로 수정하지 마세요. 그냥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한번의 방아쇠로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겁니다. 당신도, 나도, 그리고 이 세상도. 하고 뒤로 두어걸음 물러난 르웰린은 다시 평온을 되찾은 표정으로 품속에서 푸른 여신의 날개를 꺼내들고 밀레시안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으면 좋겠다.

나를 부정하려면 이 모든걸 부정하세요. 되돌아가야 하는 시점은 국왕의 죽음 직전이 아닌 그 아이가 이 도시를 떠나기 직전의 시점입니다. 라는 말과 함께 르웰린이 사라지고 밀레시안을 옥죄고 있던 결계도 소멸.
홀로남은 밀레시안이 무릎을 꿇듯 쓰러지자 프라가라흐가 활성화되어 빛을 내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밀레시안은 그 검을 쥐듯 가슴팍을 더듬어 헤메다가 마력탄을 움켜 쥐고 잠시 심호흡. 연보라빛 아이리스가 휘감긴 빛의 검을 뽑아내는 결말로.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1340514909377814529
20.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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