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밀레) 7번째 악몽의 행방

트위터 2020. 4. 9. 01:01



베인이 말한 어딘가 시작된 일그러짐을 찾아내기 위해 밀레를 축으로 삼아 과거로 계속 타임슬립하는 베인 +밀레가 보고싶다.

가장 먼저 이리아의 사막 시간으로 돌아가서 검은 용기사 앞에 현신.
너는 누구지? 밀레시안은 어디갔나! 하고 분노하는 루에리를 보며 크로우 크루아흐의 계약자라.. 내가 불러들인 초승달에게 운명을 빼앗긴 것은 동정할만 하지만 별로 책임감을 느끼는건 아니야. 결국 그의 운명을 싼값에 팔아 넘긴것은 그의 피붙이가 저지른 일 아닌가. 하고 달려드는 루에리를 일격에 제압.
이게 무슨...! 하고 크게 눈을 치켜뜬 루에리가 문득 밀레시안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무언가를 말하려던 순간 팍하고 검은 연기로 화하며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밀레시안은 루에리의 이름을 부르며 베임네크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모두 헛수고. 
루에리가 사라진 제단은 우르릉 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다가 어둠속으로 쏟아져내리고 밀레와 베인도 함께 추락.

다시 밝혀진 곳은 붉으스름한 용암의 땅.
시간이 멈춘 것 같이 적막한 섬의 밑바닥에는 베인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는 타르라크가 홀로 서 있었으면 좋겠다.
추락에 대한 여파로 잠시 기절해 있던 밀레는 한발 늦게 정신을 차리고 낯익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올렸으면.
굉장하군 그 짧은 찰나에 이러한 상황까지 엿보았나. 하고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는 베인과 달리 황금빛을 두르고 있는 타르라크는 그다지 좋지 못한 표정.
그대로 기절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이라는 한숨을 삼키며 자신을 보며 아무말도 못하고 눈조차 깜빡이지 못하는 밀레를 향해 괜찮습니다. 라고 말한 타르라크는 밀레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지금의 일들은 모두 허상이며 눈깜빡할 사이에 잊혀질 백일몽들입니다. 쉬이- 밀레시안. 아무것도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당신이 구해온 것들은 모두 당신의 마음속에 들어있으니까요. 잃어버린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라며 미소.
베인은 그의 말이 길어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 무심히 검을 휘둘렀으면 좋겠다.
베인의 공격에 타르라크는 사선으로 찢겨져 나간 모습.
밀레가 타르라크의 이름을 비명처럼 내질렀으면 좋겠다.
하지만 타르라크는 겁먹지 말아요. 라고 말하며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듯 자신의 몸을 쓸어내리며 종이가 찢겨진 것같은 단면을 보여주었으면.
평면으로 두동강 난 타르라크는 단면에서 피어오르는 불씨에 타들어가며 두려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마세요. 밀레시안. 이건 그냥.. 악몽일 뿐입니다. 라고 담담하게 설명.
뭔가를 눈치챈 베인이 쯧 하고 혀를 차며 밀레를 집어들지만 잿가루가 되어 불티만 남은 타르라크가 먼저 그래요. 7번 반복되는 그 악몽 말입니다. 라고 말한뒤 소멸.
타르라크가 사라진 레네스 섬도 루에리의 제단 때처럼 박살나며 어둠속으로 추락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베인이 밀레를 집어든 덕분인지 밀레는 기절하지 않고 안전하게 착지.
무슨짓을 하는거냐며 격렬한 감정을 토해내는 밀레에게 베인은 일그러짐이 클 수록 그것을 바로잡는 것에는 커다란 대가가 따른다. 하지만 작은 균열들부터 잡아간다면 그 대가는 점점 줄어들게 되지. 하나씩, 하나씩.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것들 부터 천천히 해결해 나가면 모든 일들의 시발점에 다다르는 것도 어렵지 않아.  라고 설명하며 다음 장소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베인이 밀레를 내려 놓은 곳은 익숙한 정원.
누군가가 애원하는듯한 목소리와 광기에 가득차 홀로 중얼거리는 고함소리가 들려오는 라흐의 왕성.
밀레는 저도 모르게 베인의 반응을 살피지만 베인은 턱끝을 매만지며 흠. 저런 얼굴이었던가? 잘 기억은 안나는데. 라며 태연히 루라바다와 벨라를 향해 다가갔으면 좋겠다.
루 라바다를 진정시키는데 힘을 쏟고 있는 벨라는 조금 늦게 베인을 알아채고 누구..? 하고 돌아보지만 이내 그를 알아본듯 발로르..!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라며 소스라치게 놀랐으면.
에레원과 밀레시안을 향해 증오를 불태우고 있던 루 라바다는 발로르? 그 마왕이 다시 나타났단 말이냐?! 걱정 말거라 트리아나.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 아니 이번에야 지켜내고 말겠다..! 라며 프라가라흐를 꺼내들어 베인을 향해 공격.
베인은 가볍게 그의 공격을 피해낸뒤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 마냥 벨라를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갔으면 좋겠다.
벨라는 베임네크를 두려워 하며 뒤로 물러서다가 발밑의 화단에 걸려 넘어지고 루 라바다는 그런 벨라를 또다시 트리아나라고 부르며 재차 공격.
베인은 그가 성가시다는듯 밀레를 구속했던 것과 같은 마법으로 단번에 제압시켜두고서는 벨라를 향해 참으로 성가신 배역이야. 안그런가, 파괴의 조각? 하고 물었으면 좋겠다.
단검을 뽑아든 벨라는 자신을 지키려는 것처럼 베임네크를 경계하며 무슨 생각으로 운명을 거스르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은 결국 순리대로 흐르게 될거에요 하고 경고.
베임네크는 그녀의 말에 반박할수는 없다며 나지막히 웃음소리를 내며 그래. 그 운명때문에. 그 운명이라는 것이 모두를 놓아주지 않기 때문에. 네 말대로 나는 순리를 거스를 생각은 없다 파괴의 조각. 내가 부정하고 싶은건 베임네크로 살아야 했던 내 운명뿐이야. 내가 무엇이든, 어떤 이름이든, 어떻게 살아가든, 무엇으로 인해 죽든. 나는 그 모든 것을 원해. 내가 살아가는 처음과 끝이 오롯이 나에게 속해있기를 바래. 이것이 욕심인가? 이것이 오만인가? 나라는 개인이 나의 삶을 살고 죽는 것이 이 땅의 모든 운명과 신성을 부정할 만큼 모독적인 바램이었나? 라고 물었으면 좋겠다. 
벨라는 당신에게는 당신의 역할이 있다고 대답. 
하지만 베인은 원하지 않았어. 라고 맞받아 쳤으면.
원하지 않았고 받아들인적도 없었다. 바랬던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하고 검을 휘두른 베인은 앞선 두 사람처럼 연기가 아닌 빛으로 무너져내리는 벨라를 내려다보다가 뒤에 속박되어있을 밀레를 향해 시선.
그대를 기적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라는 베인의 목소리와 함께 공중정원이 무너져 내리고 베인만이 추락.
밀레는 벨라와 같이 빛무리로 변해 하늘 높이 쏘아올려졌으면 좋겠다.

밀레가 다시 눈을 뜬 곳은 소울스테이지.
하지만 평소의 스테이지와 달리 피빛으로 물든 스테이지의 여기저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으면 좋겠다.
마치 셰익스피어가 보았던 밀레시안의 종말예언처럼 시체로 가득 쌓인 스테이지.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서있는 벨라.
빛무리로 둘러 쌓인 벨라의 가슴에는 베임네크가 찌른 상흔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으면.
좀 더 자세히 벨라를 보기 위해 몸을 일으키던 밀레는 속박이 풀렸다는 것을 깨닫고 몸을 뒤집어 엉금엉금 기어 벨라에게 다가갔으면. 
베임네크의 속박에 저항하기 위해 만신창이가 된 몸은 쓰라린 고통을 호소하지만 밀레는 그 경고들을 무시한채 벨라의 앞으로. 
고해하듯 무릎을 꿇은 상태로 엎드린 밀레가 내가 막을 수 있을까요? 하고 묻자 벨라의 감고있던 눈이 밀레시안의 모습을 담아내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를, 내가 이 운명을, 내가 할 수 있을까요? 내가 그를 부정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묻는 밀레는 치밀어오르는 비명을 애써 삼켜내며 앓는 듯한 신음소리를 흘려내었으면.

그 누구보다 운명앞에서 고통받고 그 누구보다 운명의 고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자.
구하려는 자는 운명에 묶여 구할 수 없었고 구해낸 이들은 그대의 운명이 아니니 두려워하지 않는 거라고 비난받았던 지난 시간들.
소중했던 만큼 깊게 패여있는 상처가 엎드려 누운 밀레의 등에 하나 둘씩 흔적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중 하나 가슴까지 파고드는 긴 검의 상흔에 울컥하고 피를 토해낸 밀레는 벨라의 모습에서 톨비쉬의 모습으로 변한 허상을 보며 표정을 일그러트렸으면 좋겠다.
운명앞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베인과 기나긴 안배로 완성된 톨비쉬.
어느 한쪽을 부정하면 다른 한쪽을 부정하게 되는 운명의 저울.
내가? 당신을? 하고 피로 얼룩진 손을 뻗어내는 순간 녹색눈을 가진 톨비쉬는 눈을 감고 빛을 뿜어내기 시작.
아직 톨비쉬의 눈안에 남아있던 벨라의 허상이 사라지자 하얗던 신성력은 푸르게 물들어 소울스테이지에 쌓여있던 시체들을 모두 불태웠으면 좋겠다.
그 불길에 휩싸인 밀레도 푸른 불꽃속에서 새까맣게 물들어가다가 먼지로 화해 부서지고 의식은 거기서 종료.

눈을 뜨는 곳은 여전히 불꽃과 먼지, 피내음이 가득한 땅. 센마이.
육신을 잃은 상태로 유령처럼 평원을 떠돌아다니던 밀레는 뭔가에 이끌리는 것처럼 평원어딘가로 날아가고 그 길의 끝자락에서 포워르들과 싸우고 있는 새하얀 날개의 빛의 기사를 발견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서 있던 베인은 밀레가 온 것을 확인한뒤 지금부터의 일을 잘 보라고 말했으면.
지금부터의 일은 내가 지불한 대가. 그리고 그 대가로 얻어내야할 보상. 잘 봐두도록해. 밀레시안. 내가 무엇을 하는지를, 그리고 그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베임네크는 흐린 눈을 한 밀레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은뒤 몸을 돌려 빛의 기사에게 다가가고 빛의 기사는 베인을 마왕이라고 부르며 공격.
베인은 어렵지 않게 피해낼 수 있는 공격을 모두 맞받아치며 일부러 어려운듯한 싸움을 연출해 냈으면 좋겠다.
싸움의 열기는 고조되고 모든 이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베인은 일부러 빈틈을 노출시키며 치명적인 공격을 유도. 
그 틈을 놓치지 않는 빛의 기사가 거침없이 검을 휘둘러왔으면. 
하지만 모두가 이겼다 라고 생각한 순간 베인의 기아스가 붉게 빛나고 굳건한 의지의 브리가 프라가라흐를 저지. 
검이 묶여버린 빛의 기사는 허망하게 베인의 손에 쓰러지고 베인은 그 검을 전리품으로 회수.
망연자실해하는 인간들과 사기를 진작시키는 포워르들을 외면한채 검을 들고 밀레에게 되돌아왔으면 좋겠다.
운명을 거스른 여파인지 베인의 몸은 먼지처럼 부슬부슬 흩어지고 있었지만 기아스의 갑옷이 이를 억지로 잡아내고 있었으면.
베임네크는 아직도 흐리멍텅한 눈빛의 밀레를 보며 쓴 웃음을 짓고 검을 전달.
밀레는 본능적으로 검을 받아든뒤 새까맣게 빛나는 검신을 내려다 보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주인을 죽인 마왕을 원망하듯 웅웅거리며 귀곡성을 흘리는 검은 이미 신검이라기 보다는 마검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였으면.
베인은 흐트러지는 몸을 억지로 부여잡으며 밀레의 귓가에 허리를 숙여 그곳으로 오도록하게. 라고 속삭이기 시작.
나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 안개가 숨기고 달빛이 길을 비춰냈던 그림자의 성. 나의 성. 나의 요람.
한 때 남에게 넘겨주긴 했지만 뭐 어떤가. 이제는 '없던 일'이 되어버렸는데.. 하고 점점 흐려지던 베인의 목소리는 먼지가 되어 흩어지고 밀레의 어깨위로 안착.
그러나 곧 어디선가 불어오는 날카로운 광풍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바람이 몰고온 어둠이 센마이의 풍경을 감췄다가 걷어내고 다시 눈앞에는 새로운 장소가 보이기 시작.
앙상하게 비틀어진 커다란 나무가 뿌리내린 녹색빛의 탁한 늪.
유황와 닮은 느낌의 기이한 꽃향기.
고열에 녹아내린듯 유난히도 반들거리는 검은 자갈을 밟고 천천히 절벽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소곤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어둠속에 몸을 숨긴채 밀레의 뒤를 쫓고 있었으면 좋겠다.  
프라가라흐의 검명이 울릴때마다 히익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잠시 흩어지지만 밀레가 점점 더 협곡 깊숙한 곳에 들어갈수록 목소리들은 점점 커지기 시작.
절벽으로 올라가는 다리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형태와 구조를 갖춘 말소리로 변해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지? 누구야? 살아있는건가? 영혼? 육신은 어디다 두고 맨 몸으로 왔어? 꺄하하 맨 몸이래. 검은 누구의 것이야? 누가 만들었어? 어디서 쓰던거야? 우리를 알아? 우리가 알아? 길을 알고 가는 것 같네? 저기, 너는 어디서 왔어? 어디로 가고 있는거지? 돌아봐. 이쪽 좀 돌아봐봐. 있지, 후회하는건 없어? 정말 할거야? 할 수 있을거야? 해왔던 일이야? 해야만 하는 일이야? 하고싶은 일이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야? 그 일을 해서 기쁠까? 슬플까? 분노할까? 후회할까? 누구를 위해서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 아는걸까. 너는? 당신은? 그대는? 하고 묻던 목소리들은 제단의 앞에 선 젊은 청년을 보는 순간 순식간에 소멸.
너무 시끄러웠던 탓인지 적막보다 더 깊은 침묵이 밀레시안의 귀를 아프게 눌러왔으면 좋겠다.
그러나 밀레의 거침없는 발걸음이 그 침묵을 깨트리고 제단을 바라보며 서 있던 긴 머리의 청년도 발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기 시작.
온전한 붉은 눈의 베임네크가 권태로운 표정으로, 그러나 이내 흥미롭다는듯 눈을 반짝이며 밀레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그대인가? 하고 물어보는 베임네크는 밀레를 향해 허리를 굽혀 시선을 맞추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으면 좋겠다.
그대가, 나의 그대인가? 하고 누군가에게 들은 농담을 따라해보듯 말꼬리를 올려 밀레의 반응을 기다리지만 밀레는 여전히 흐릿한 눈으로 베인이 조금 떨어지기를 기다리는중.
베인이 김샜다는듯 굽혔던 허리를 피자 그만큼의 공간이 다시 벌어졌으면 좋겠다.
그 공간을 채워넣듯 프라가라흐가 다시금 새까만 검신을 드러내고 베인은 흠.. 조금 아쉽네.. 하고 턱끝을 매만지기 시작.
그대가 웃는 모습을 한번쯤 보고싶었는데. 라고 말하며 밀레를 바라보다가 어쩔수 없다는듯 양손을 느릿하게 펼쳐보이며 밀레를 향해 내밀었으면.
마치 자애로운 성자의 포옹처럼, 혹은 경건한 의식의 마지막처럼.
눈을 감고 밀레를 기다리는 검은 머리의 청년은 망설임없이 파고드는 검날의 고통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뒤 한숨.
그대가 이렇게 올곧기만 해서 나는 정말 걱정이야. 세상에는 거짓말쟁이와 사기꾼, 기만자들이 아주 많은데.. 이렇게 순진한 그대만 남겨둬야 한다니.. 하고 속삭이며 천천히 밀레를 끌어 안았으면 좋겠다. 
베인의 양 손끝이 밀레의 등에서 맞닿는 동안 부슬부슬 흔들리던 베인의 몸은 밀레를 검게 물들이듯 천천히 엉겨붙다가 이내 밀레를 집어삼키며 새까만 그림자속에 녹아들기 시작.
그리고 영원같은 어둠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베인과 밀레가 어둠속에 녹아들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어진 무렵.
문득 물병을 놓쳐버린 밀레가 아.. 하고 아쉬워하며 굴러가 버린 물병을 집기 위해 옷자락을 걷어올리기 시작.
막 물에 들어가려는 찰나 그대는 가만히 있어. 라는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밀레의 어깨를 붙잡았으면 좋겠다.
훅 끼쳐오는 철의 냄새와 낯익은 그림자, 성큼성큼 걸어나가 냇물가 한 가운데로 들어간 모험가는 물병을 집어들어 안에 들어가버린 잔모래를 확인하곤 두어번 병을 헹궈 새 물을 담기 시작.
병목까지 찰랑찰랑하게 차오른 맑은 물을 밀레에게 내밀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아직 물이 차가우니까, 되도록이면 냇가에 들어가지 말아. 라고 다정하게 속삭였으면 좋겠다.
밀레는 흠뻑젖은 그리브에서 무릎근처에서 흔들리는 은백색의 채프, 허리까지 사선으로 이어지는 곧은 검집과 등 뒤에서 흔들리는 튼튼한 가죽가방, 하나로 묶어내린 긴 머리카락 등을 보다가 모험가의 얼굴에서 시선을 정지. 
베인. 하고 웃는 밀레를 보며 베인도 잔잔하게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으면 좋겠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돌려 익숙한 길끝에 서 있는 집으로 들어가고 서로 떨어져 있었던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
베인은 의뢰를 받고 나갔던 이대륙의 이야기를, 밀레는 마을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상들을 이야기하며 따뜻한 저녁식사를 즐겼으면 좋겠다. 그
러나 끝도 없이 이어질 것같았던 이야기거리도 결국 끊어질 때가 있는 법.
포만감과 노곤함에 하품을 뻐끔거리는 밀레를 부드럽게 침대로 끌어들인 베인이 밀레를 품속에 꼭 끌어안고 벌써 졸린가? 하고 물어왔으면 좋겠다.
밀레는 가물가물한 눈을 억지로 뜨려 애를 써보지만 수마앞에선 별 수 없었는지 베인의 품을 파고 들며 고개를 끄덕끄덕.
베인은 아쉽다는 듯 그렇다면 어쩔수 없지. 라고 말하면서도 밀레의 가슴이 아프도록 꽉 양팔을 조여왔으면 좋겠다.

베인은 어쩔 수 없지. 그건 정말 어쩔 수 없겠어. 그대가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애써줬는데, 내가 이 이상 그대를 괴롭게 할 수는 없지.. 하고 밀레에게 말하듯 혹은 스스로에게 말하듯 천천히 한글자 한글자 입술사이로 힘겹게 말을 뱉어내다가 아무말 없는 밀레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그래. 준비되었네. 이제 깨어나도 좋아, 밀레시안. 라고 속삭였으면 좋겠다.
베인의 작별인사와 함께 밀레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고 베인이 앉아있는 침대의 창가 밖에서도 빛이 쏟아져내리기 시작.
억지로 틀어막았던 둑이 범람하듯 집안을 향해 쏟아져 들어오는 빛들은 집안에 가득했던 나른한 밤의 기운을 집어삼키며 침대에 앉아있는 베인을 위협해왔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빛이 베인을 집어 삼키기전 베인의 품속에서 빛덩어리가 되어있던 밀레가 한쪽 손을 뻗어내고 베인을 향해 몰려오던 빛들은 모두 밀레에게로 흡수.
새하얗게 물들었던 집안팎의 풍경은 모두 사라지고 베인에게는 홀로 덩그라니 남은 침대와 이제는 검게 물들어버린 밀레시안의 형태가 안겨있었으면 좋겠다.
흡수한 빛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는지 검게 물든 밀레시안의 안에서는 황금빛 스파크가 여기저기 튀어나오고 있었으면 하지만 그것도 곧 잠시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는 밀레는 이제 되었다는듯 검게 변한 손을 뻗어 베인의 얼굴을 감싸쥐고 얼굴 부분이었던 그림자를 기울여 이마에 안착. 잘자요. 라는 인사와 함께 베인이 눈을 감으며 마지막 남은 악몽도 모두 깨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현실로 돌아온 밀레는 이신화를 해제, 여전히 베인의 가슴에 꽂혀있는 프라가라흐를 붙잡은채 오열하고 그 뒤로 입술을 깨문 마르에드와 그녀에게 기대 베임네크의 죽음을 확인하러 오는 케흘렌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가장 가까이 있던 피르안은 위로의 말을 건낼 길이 없어 황망히 쥐었다 펴기만을 반복하다 손마디가 새하얗게 되도록 프라가라흐를 움켜쥔 밀레의 손을 감싸쥐고 밀레시안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
가까스로 정신을 바로잡는 밀레에게 이제 놓아주라고 속삭였을 때 온기에 누그러진 밀레의 손이 잠시 힘을 풀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순간 단단히 틀어박혀있던 프라가라흐가 거짓말처럼 쉽게 빠져나오며 베인의 갑옷에 커다란 구멍을 남기고 그 구멍으로 부터 시작된 균열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기아스는 그대로 붕괴. 
억지로 유지되고 있던 베인이 한 줌 먼지로 흩어지는 결말로.
 

20.02.13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1227880261360082944

사족
1. 베인은 밀레로 어린 자신을 죽이게 만들고 모이투라 2차~ 있었던 일그러짐(마우러스, 루에리계약→ 밀레시안이 한 일들 등등)을 없던일로 처리
2. 베임네크를 죽이는 6번째 악몽을 딛고 원래 가야했던 7번째 악몽은 마법의 문(소울스트림)을 닫는 것. 성소에서 이계의 문을 열려고 했던 수호자와 같이 두흐카 제단을 고런 장소삼아 문이 있는 장소로 넘어갔다는 날조
3. 문을 통해 들어오는 밀레시안들이 없으면 일그러짐을 바로잡을 존재들이 없기 때문에 직접 이 일그러짐을 바로잡던가(=일그러짐을 만들어낸 누군가가 해야할 일을 제대로 이행), 아니면 일그러짐으로 인해 모든 운명이 박살나서 제 기능을 못하던가(자유)
4. 하지만 4번째 악몽에서 밀레는 에린을 선택 → 5번째(센마이)와 6번째(토리협곡)에서의 악몽에 빠진척 하는 밀레는 허상밀레. 
5. 그렇게 해서 마지막 악몽은 밀레시안의 7번째 악몽(마법의 문)이 아닌 베인의 꿈. 다른세상, 다른 모습으로 마주하는 이상적인 세계에서 밀레가 결국 자신이 아닌 에린을 택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내용의 악몽. 결과적으로는 밀레로 7번의 악몽을 꾸게하는 것은 실패했으니 이 의식에 대한 반동이 찾아오는데 그게 밖에서 비쳐들어오는 빛무리들. 힘에 대한 대가로 베인은 빛(하이미라크)에게 삼켜질 뻔 하지만 밀레가 이신화로 막아내고 베인에게 안식을 내리고 현실로 복귀 → 에린에서의 죽음(먼지로 사라지는 그 모션)으로 인해 다시 소울스트림으로 환원. 꿈속밀레가 멀쩡하다가 에린에 와서 우는 이유는 이신밀레는 반신의 신쪽 밀레고 인간성은 에린밀레 라는 설정..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122789140747550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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