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알터밀레)물고기au1
물고기 AU 알밀
알터가 밀레를 만나게된 것은 선대 물고기 사역자로부터 물고기를 계승받은지 얼마 안되었을때.
이제 막 물고기의 발현을 성공한 알터에게 스승은 위에서 알터라면 괜찮을것같다며 특별 교습을 지시했으면 좋겠다.
스승은 무슨이유에서인지 조금 걱정하는 눈치이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너라면 그 관리인에게 배울만한 점을 찾아낼 수 있을거라며 알터에게 기록 수족관에 대한 위치를 지시, 그곳의 관리인인 밀레시안을 만나라고 이야기했으면.
밀레가 기록수족관에서 하는 일은 알반의 기록물고기들을 관리하는 일.
어떤 물고기는 즐겁게, 어떤 물고기는 슬프게, 어떤 물고기는 어두운 수조에, 어떤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들과 격리된 상태로, 수십, 수백케이스에 달하는 물고기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 수조관리인 밀레시안의 역할이었으면.
알터는 밀레를 따라 수조들을 둘러본뒤 일정한 크기의 수조를 선택, 자신이 고른만큼의 수조에 적합하도록 기록용 물고기를 담아오라고 지시받았으면 좋겠다. 기록을 위해서는 작은 물고기가 발생할만큼의 마법을 사용해야만 하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알터의 연습으로 연결. 물고기를 담아오면 밀레는 기록용 물고기를 살펴보는 법을 가르쳐주며 알터가 연습한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어주었으면.
무작정 강한 마법으로 수조속에 많은 기록용 물고기를 담아오는 것에 급급했던 알터는 점차 마법의 출력을 조절 할 수 있게되고 희미한 반투명색 치어에 불과했던 작은 물고기들은 제법 형태가 뚜렷하게 남는 어린 개체의 모습을 취했으면 좋겠다.
휘두른 힘의 궤적을 따라 천천히 알에서 깨어나듯, 희미하게 형태를 덧그려가던 물고기들은 모두 죽은듯이 미동없이 떠 있을 뿐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밀레시안의 손 안에서는 마치 자유로운 물고기처럼 팔랑팔랑 움직였으면 좋겠다.
특수한 사역자들 중에서는 다른 물고기에게 임의로 활력을 불어넣는 사역자도 있다고 들었던 알터는 밀레에게 혹시 그런쪽의 사역자냐고 물어보지만 밀레는 그런것은 아니라며 쓴웃음.
밀레의 손에서 움직이는 알터의 기록용 물고기는 어디까지나 밀레가 임의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자신은 더이상 물고기를 부리지 않는 은퇴한 사역자라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다만 물고기를 운용하는 것에는 아주 익숙하기 때문에 여전히 물고기 없이도 외부의 힘을 끌어들일 수는 있고 그것을 타인의 기록용물고기를 활성화 시키는 것에 사용.
마법이나 주술은 부릴 수 없지만 그 대가로 기록용 물고기들의 기록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밀레가 움직이고 있는 물고기는 알터가 물고기를 움직이는 방식을 그대로 흉내낸 것.
알터는 그런 훌륭한 능력이라면 이렇게 구석진 기록소가 아니라 훈련시설에 있어야 하는것 아니냐고 묻지만 밀레는 알터에게 한결같이 곧고 긍정적이네요. 당신은 좋은 사역자가 될거에요. 하고 대답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뒤 따라오는 밀레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차가운 목소리.
기록을 본다는 것은 결국 타인의 기억과 감정을 훔쳐본다는 것이라며 사역자와 기록관리인을 착각하지 말라고 못박았으면 좋겠다.
훈련용이 아닌 알반에서 보관할만한 기록용 물고기가 남을 정도의 큰 마법을 썼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치열하고 절박했던, 혹은 절망적이었던 마법이었을 것이고 자신은 그들의 기억을 아무런 동의없이 살펴보고 있는 거라며 이 모든것은 도둑맞은 기억들이에요 알터. 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으면.
알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려고 하지만 밀레가 먼저 빠른 어조로 알터군이라면 어떻겠어요? 하고 질문.
당신이 목숨을 걸고, 혹은 타인의 생명을 걸고 싸운 것을 누군가가 멋대로 읽고 기록하고 마치 당신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것처럼 아는척을 한다면? 당신의 상처를 이해하는 척 옹호하려 한다면? 당신의 감정을, 당신의 생각을. 여기 이름도 면식도 없는 낯선 관리인이 객관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면? 용서할 수 있나요? 이해해줄수 있나요? 아니요. 못해요. 알터, 단언하지 말아요. 나는 아니라고, 이건 의례적인 일이라고, 모두 사전에 연락받았고 문서상으로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당신의 앞길에 빛나는 날들이 가득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들도 있을거에요. 당신의 싸움이 힘겨운 때도 있겠죠. 바람이 불어요. 비도 내릴겁니다. 얼어붙을 것같은 추위와 싸우는 날이 오겠죠. 온 몸이 찢어질 것같은 갈증이 당신을 말라붙게 만들 수 도 있어요. 그리고그 모든것을 당신과 당신의 물고기가 경험할때 나는 이곳에서 가만히 앉아있겠죠. 어쩌면 내가 아닐수도 있지만, 글쎄요. 나는 아직 그때까지는 내가 이곳에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느 날, 이런 연습용 수조가 아닌 정식으로 당신의 이름이 붙은 수조가 왔을때 나는 그 모든것을 들여다볼거에요. 그리고 내 책상으로 돌아가 이름표를 쓰겠죠, 이름은 알터, 감정은 슬픔, 혹은 절망이라고요.
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알터의 연습용 수조에 물고기를 반환.
여기는 그런 장소에요. 위에서 당신을 이곳에 보낸 이유는 당신에게 그럴만한 자질이 있기 때문이겠죠. 라고 애써 온화하게 수습하려 했으면 좋겠다.
한아름에 들 수 있는 작은 수조속에 퐁 하고 들어간 알터의 연습용 기록물고기가 꼬리를 흔들며 수조 바닥까지 헤엄쳐 들어가고 이후 침묵.
알터는 아무런 대답없이 밀레의 손에서 떨어져나간 물고기가 서서히 멈춰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대답하지 않는 알터와 물끄러미 수조를 들여다보는 밀레, 침묵하는 수조속 물고기들사이에 희미한 수포발생기의 모터소리만 들려오고 있었으면.
한참만에 입을 연 알터는 그 감정이 슬픔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하고 말해보지만 그 목소리에는 감출수 없는 울먹거림이 스며들어있었으면 좋겠다.
제가, 제가 당신과 스승님, 그리고 알반의 어느 이름 모를 분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이제 알겠어요. 하지만, 하지만 제 물고기가 꼭 비극을 담고 있기만 하지는 않을 수도 있잖아요. 뭔가 좋은일이라던가, 기쁜일이라던가. 왜 그때 보여주셨죠? 이멘마하의 젊은성주님이 새로 취임했을때 그 기념식을 기록한 물고기, 엄청 크고 화려하게 생겼었잖아요. 비늘도 반짝거리고, 긴 수조에서 마치 여왕님처럼 군림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 있는 기록들도 모두 행복한 기록이라고 설명해 주셨죠? 주로 예배당의 기억들이나, 인형공방의 시연회, 공연장에서 사람들이 느꼈던 감동이 담겨있다고. 한번도 본적 없은 은빛 비늘의 녹색 장식 지느러미를 달고 있는 물고기 속에는 사막의 울림을 닮은 아름다운 노래가 들어있었다 말씀하셨죠. 분홍빛 손바닥만한 물고기들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이들의 결혼식을 담고 있구요. 그럼 저도 그 안의 한마리일 수 있잖아요. 제 기억도 그들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는거잖아요. 하고 밀레에게 긍정적인 희망을 걸어보지만 밀레는 그렇지 않다는듯 고개만 가로저어 보일뿐.
당신은 몰라요. 나의 기대, 당신의 스승의 기대, 그리고 당신이 말한 알반의 어느 이름모를 분들의 기대가 어떻게 다른지. 하고 말하는 밀레에게 알터는 그럼 가르쳐주세요! 제가 무엇을 모르고 있나요, 어떤것을 잘못 이해하고 있나요? 나는 무엇을, 누구에 대해 배우기 위해 이 장소에 보내진건가요? 하고 수조의 옆을 짚으며 밀레시안쪽으로 몸을 내밀었으면 좋겠다. 찰랑거리며 튀어오른 수조속 물은 현실의 물고기를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알터의 손등에는 두어방울의 물방울이 떨어져 있었으면 좋겠다.
밀레는 그런 알터의 손등만을 내려다보며 알터의 시선을 회피. 당신의 스승님의 기대는, 이 모든 어둠을 알고도 당신이 당신답게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귀환하는 것. 이름모를 높으신 분들의 기대는 당신이 언젠가 큰 위기에 닥쳤을때 혹은 동료의 위기를 목격했을때 이러한 물고기들을 보호, 회수 하는 지식을 익혀오는 것, 그리고.. 하고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다.
코앞까지 다가온 알터의 목소리는 그리고요? 하고 낮아진 목소리로 질문.
밀레는 알터를 보는척 알터의 어깨너머로 시선을 돌리며 나는 네가 두번 다시 여기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고 반말로 대답했으면 좋겠다. 두번다시, 네 이름을 이곳에서 보고싶지 않아. 행복한 기억같은거, 바라지 않아. 물고기가 늘어봤자 처치곤란일뿐이야. 내가 말 안했던가? 다른 물고기들과 달리 행복한 물고기들은 무리지어있기를 바래. 하나하나 따로 관리하는 수조들은 차라리 개개인의 특성만 파악하면 되지만 몰려다니는 큰 수조의 물고기들은 하나가 병들면 모두가 병들어버려, 어디서 뭐가 잘못됐는지 찾으려면 골치아프단말이야. 그러니까 철없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돌아가. 하고 말을 쏟아낸뒤 서랍안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열쇠를 꺼내들고 그대로 아래층으로 이동.
밀레의 책상앞에 홀로 남겨진 알터가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밀레의 뒷모습을 쫓다가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닦았으면 좋겠다.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라고 뒤늦게 말해보지만 들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이 공허한 시선들만 가득. 이제 철없이 굴지 않을게요. 라고 말해보지만 알터에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문소리뿐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냥, 밀레시안님이.. 당신이 너무 외로워보여서.. 혹시라도, 당신과 함께 이곳을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하고 홀로 울음을 삼키던 알터의 가슴속에서 짙은 파랑색의 물고기가 한마리 빠져나왔으면 좋겠다. 당신을 슬프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라는 말과 함께 퐁당, 수조속으로 들어간 기록물고기는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팔랑팔랑하게 움직이며 파란색 빛을 내뿜기 시작.
알터는 그 물고기를 돌아보다가 힘겹게 발을 돌려 원래의 훈련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한편 밀레는 계단을 쭉 내려가 가장 아래층 엄중하게 잠긴 문을 열고 어두운 방으로 입장.
황량한 콘트리트 방의 한쪽면만이 모두 유리인 이상한 수조앞에 서있었으면 좋겠다.
밀레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어둠저편에서 헤엄쳐오는 커다란 물고기는 밀레는 물론이고 기록 수족관 그 어느 기록용 물고기보다도 거대한 물고기. 마치 밀레가 손에 들었던 알터의 기록물고기와 마찬가지로 자아가 있는 것처럼 슬렁슬렁 다가온 물고기가 수조가득 얼굴을 들이밀었으면 좋겠다.
수조에 다가가 유리를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댄 밀레가 가져가. 라고 속삭이며 소리없이 눈물을. 나의 슬픔, 나의 희망, 너의 양식, 너의 에너지. 모두 가져가. 내 마음을 먹고 그들의 기억을 보존시켜줘. 그게 내가 여기 있는 이유잖아. 그게 내가 너를 살려두는 이유잖아. 하며 한때 자신의 물고기였던 수조너머의 물고기에게 알터와 있었던 모든 추억과 기억들을 넘겨주었으면 좋겠다.
알터와의 기억에서 생겼던 감정들이 점차 무뎌지는 대가로 밀레의 눈앞에는 그리운 세 명의 얼굴을 담은 기포가 방울방울.
백일몽처럼 흩어지는 행복했던 기억들을 바라보던 밀레가 희미하게 웃다가 이내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으면 좋겠다.
어둠속 길게 내쉬는 숨소리가 사라졌을때 수조에 비치는 것은 다시 지치고 초라한 수조관리인의 얼굴.
열쇠를 잠그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왔을때 밀레는 무의식적으로 알터가 없는 것에 안도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알터...가 누구더라. 아 그 연수생. 그래, 여기 왜 왔더라. 아 지시를 받고 왔었지. 그래서, 음, 기간이 끝났네. 이제 갔구나. 그렇겠지. 그래서 내가.. 내려갔었나? 올라왔던가? 하고 아직 오락가락한 기억들을 애써 차분하게 정리하며 책상앞에 착석.
다시 일을 하려 책상을 치우려다가 알터가 남기고간 연습용 수조를 보고 의아해했으면 좋겠다.
이건 왜 안치우고 갔지? 기본이 안되어있네. 하고 수조를 치워버린 밀레는 다시 원래의 업무로 복귀했으면.
그리고 수 개월후 다른 연수생이 올것이라 연락을 받은 밀레가 연습용 수조를 준비하던 중, 치워버렸던 알터의 수조를 다시 찾아내게 되었으면 좋겠다. 치운지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수조속에서 팔랑거리는 파란 물고기를 발견한 밀레는 살짝 당황한 눈치.
아니 이게 왜 움직이지? 하고 손을 넣어 물고기를 들어올려보지만 물고기는 밀레가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여전히 팔랑팔랑 움직이고 있었으면 좋겠다.
미심쩍은 눈빛으로 물고기와 수조에 쓰인 알터라는 이름을 번갈아 보던 밀레는 하는수 없다는듯 한숨을 내쉬고 푸른색 물고기의 기억을 재생.
두서없이 쏟아져나오는 다량의 감정의 홍수를 지나 가장 선명하게 들리는 알터의 음성이 당신을 슬프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라고 속삭여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쏜살같이 지나갔던 감정의 색채들이 다시 천천히 역으로 재생되며 밀레와 있었던 시간들을 다시 회상.
멈추거나 잘라낼 여지도 없이 물흐르듯이 성장해 나가는 환한 감정의 환희들이 밀레의 눈앞을 빛으로 가득채웠으면 좋겠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반나절이 지난 오후. 느즈막히 도착한 새 연수생이 실례합니다, 여기가 기록 수족관 맞나요? 하고 조심스럽게 수조들 사이를 지나오다가 책상앞에서 울고 있는 밀레를 발견하게 되는 결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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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