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알터밀레)회상하는 펜션
알터들이 펜션에 도착한 것은 저녁식사를 준비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각.
다른 펜션보다 조금 늦게 손님을 받는 펜션의 체크인시간에 맞추기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탓에 조금 지쳐있는 상태였으면 좋겠다.
그러나 알터들의 바램과는 다르게 산장의 매니저는 부재중이었고 알터들은 하는수 없이 로비에 앉아 대기하고 있어야 했으면.
대기실겸 간단한 카페테리아 역할을 하는 로비에는 옅은 빵냄새와 커피냄새, 그릭 어딘지모를 희미한 물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물냄새의 경우에는 알터만이 맡을 수 있는 냄새로 밀레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눈치로 여기 좋은 냄새나요 하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며돌아다녔으면
오히려 활짝 웃으며 와 빵냄새! 알터 여기 아침에 갓구운 빵을 무료로 시식할 수 있는 모양이에요! 음.. 커피는 그냥 커피인 모양이지만.. 하고 벌써부터 아침을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오늘 저녁도 못먹었는데요 하고 밀레의 곁으로 다가가는가 싶더니 다시 간신히 형색만 갖춘 책장의 앞으로.
다 낡아떨어진 얄팍한 책들은 펜션이 위치한 지역의 관광명소와 근처지도, 설화따위의 지루한 책들과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오락용 소설책이 몇 권, 그리고 권수가 이어지지 않는 고전 명작의 만화책이 엉망으로 꽂혀있으면 좋겠다.
만화책 중간 색이 바랜 요리책이 꽂혀있기도 하고 누군가가 떼어내어버린 하드커버 책 표지가 받침대인것마냥 교묘히 숨겨져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엉망인 책장을 물끄러미 살펴보던 알터가 나는..샌드위치! 하고 메뉴를 정해오는 밀레의 말소리에 고개를 돌렸으면 좋겠다.
알터는? 하고 묻는 눈에는 샌드위치 말고 딴거시켜서 나랑 반반해요 라는 의사가 가득 담겨져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저는 핫도그로 할게요 하고 원하는 대로 대답을 해주자 밀레는 좋아요! 사실 핫도그랑 샌드위치중에서 뭐로 할지 고민했어요 하고 손가락 총을 흔들어보였으면 좋겠다.
그렇것 같았어요 하고 웃음짓던 알터가 고개를 돌리자 밀레도 함께 시선을 이동, 한박자 늦게 방울이 울리며 목장갑을 끼고 집게를 들고 있는 펜션의 매니저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호들갑스럽게 알터들에게 뒤늦은 환영인사를 건네고는 곧장 카운터 뒤로 직행.
바베큐 준비를 서두르느라 늦었다며 사과의 인사를 건네왔으면.
미리 준비해 놨던 5호실의 서류를 확인하고 꺼내는 동안 밀레는 이제 들어갈 수 있겠네요 하고 나른한 하품을 하며 카운터의 옆으로,
곧 쉴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는지 밀레가 습관적으로 눈을 비볐으면 좋겠다.
많이 피곤하냐는 말에 매니저는 일단 방 열쇠를 먼저 전달. 이것만 써주시면 된다며 일행분은 먼저 올라가셔도 괜찮다고 말해왔으면.
모처럼의 배려이니 밀레도 고개를 끄덕인뒤 열쇠를 먼저 집어들고 올라가고 알터는 남아서 서류를 작성.
간단하게 숙박일정과 차번호, 이름과 연락처따위를 쓰고는 아침식사 시간과 체크아웃시간을 안내받았으면 좋겠다.
저녁에 있을 펜션의 저녁식사 이벤트를 안내 하던 도중 매니저는 아차! 가스통를 불가까이 두고 온것 같다며 허둥지둥 카운터 뒷쪽문으로. 나머지 사항은 여기 적혀있다며 죄송하지만 가봐야겠습니다..! 하고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얼떨떨하게 초대장 모양의 안내장을 하나 더 첨부받은 알터는 일단 밀레가 먼저 올라간 방으로 이동.
방에 들어서자 일단 구석에 던져놓은 밀레의 가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어디하나 둘러보지도 않고 곧장 침실로 직행했는지 화장실은 문도 열어보지 않은 모습이었으면.
화장실과 욕조를 살펴본뒤 변기 위에 올려놓은 종이띠 따위를 치워내곤는 발길을 돌려 주방으로, 찬장속 기본적으로 제공된 식기따위를 둘러보고는 밀레시안을 불렀으면 좋겠다.
대답대신 들려온 나지막한 음성에 알터가 그럴줄 알았다는 한숨과 함께 침실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침대에 제대로 눕지도 않은채 반쯤 걸쳐 널부러진 밀레는 외투만 간신히 테이블에 던져놓은뒤 대자로 뻗어버린 모습.
그렇게 누우면 나중에 허리아파요. 하고 밀레를 침대 위로 올려보려던 알터가 윽 무거.. 하고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뭐라고했어요 지금? 하고 눈을 번쩍 뜬 밀레의 얼굴에 아 아니요 짐을 가지고 와야하는데 무거운게 있을것 같아서요. 하고 딴소리를.
음… 이따 옮기면 안될까요? 한 10분 뒤면 회복될것 같은데 하고 밀레가 살짝 눈을 흘겨왔으면 좋겠다. 그 무거운게 그 무거운거를 말하는게 아닌것 같은데 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무서웠는지 알터는 꽤나 서두르는 어조로 지금 제가 갔다올께요 잠깐 눈 붙이고 있으세요 침대 위로 조금 더 올라가고요. 양말같은거 신경쓰지 말고 쭉올라가세요 쭉 하고 말한뒤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버렸으면 좋겠다.
알터의 예상대로 짐은 작고 무거운 캐리어 하나 크고 가벼운 캐리어 하나.
별거 안넣었는데 무겁네 하고 자신의 캐리어를 옮기던 알터가 2층 난간에서 풍겨오는 희미한 물비린내를 맡았으면 좋겠다.
역시 기분탓이 아닌 것 같은데.. 하고 흐릿한 눈길로 난간을 살펴보자 녹슨 기둥이 박힌 틈새아래 갈변되어가는 녹색의 수초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 계단을 모두 올라온 순간 푸확 하는 가스분사 소리가 났으면 좋겠다.
불꽃이 분사되는 소리에 주의를 빼앗긴 알터가 계단 끝에 짐을 내려놓고 계단 반대편의 난간으로 이동, 펜션건물 뒷편에 있는 마당에서는 장작에 불을 붙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었으면 좋겠다.
장작이 꽤나 두꺼워보이긴 하지만 벌써부터? 하고 고개를 들어올린 알터는 다시 시계를 확인, 그동안 4호실의 숙박객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만 알터가 방치해둔 캐리어에 문이 걸렸으면 좋겠다.
앗 이런 하고 어정쩡하게 문틈사이로 고개를 내민 4호실의 숙박객과 알터가 어색하게 눈인사를, 죄송해요 제가 다른곳에 한눈파느라 그만.. 하고 얼른 짐을 옮기는 알터에게 4호실의 손님도 아니요 저 때문에 짐이 상하지는 않았나 걱정입니다. 엄청난 소리가 났는데.. 하고 걱정을 해왔으면 좋겠다.
다행히 알터의 케리어는 찌그러지거나 긁힌자국 없이 무사한 모습, 4호실의 손님이 내려가고 알터도 얼른 짐을 마무리하기 위해 자신의 호실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초인종을 누르며 밀레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호출하는 동안 아래에서는 두번째 드럼통이 등장.
대체 얼마나 많은 고기를 구울생각이길래 저 큰 불판을 두개나 만드는 걸까 신기하게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밀레가 이상했는지 알터는 다시한번 초인종을.
밀레시안씨-! 저에요 알터-! 하고 부르던 알터가 초인종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낮게 끓어오르는 그르르륵 거리는 소리는 마치 전자기기의 잔 소음같기도 했지만 이는 분명 낯선이의 목소리. 밀레시안씨? 밀레씨? 하고 연거푸 밀레를 부르던 알터가 그르르륵거리는 소음이 사라진 초인종속 스슥하고 무언가가 끌리는 소리에 문을 움켜잡았으면 좋겠다.
금방이라도 문고리를 부수고 들어갈 기세로 문을 잡았지만 알터가 문고리를 돌리기 전에 이미 문 안쪽에서는 무언가가 자물쇠를 풀고 있는지 철컥철컥,
다급하게 문고리를 돌리자 방금전까지 굳게 닫혀있었던 문이 너무나도 쉽게 열리고 안에 있던 밀레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딸려나왔으면 좋겠다.
아니 기다려달라니까요 하고 허둥지둥 달려나온 밀레의 얼굴에는 온통 물투성이로 엉망인 모습.
어쩐지 불길한 마음에 밀레의 얼굴을 살피는 알터가 이상한지 세수하고 있었어요. 어차피 거의다 지워졌고 수정하는 것보다 개운하게 씻어내고 가볍게 덧바르려고.. 하고 대답하더니 부끄러우니까 너무 자세히보려하지 말아요 라며 알터를 밀어내었으면 좋겠다.
밀레가 하지 말라고 말하는 데에도 알터는 좀처럼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지 밀레의 목덜미 근처에서 킁킁거리기를 반복.
어… 알터..? 하고 꼼짝없이 알터에게 안기는 모습이되어버린 밀레가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를 신경썼으면 좋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터는 밀레의 냄새체크에 집중, 폼클렌징의 잔향에 가려진 물내음이 무난한 수돗물의 냄새인것을 확인하면서도 괜히 신경이 곤두서있었으면 좋곘다.
저기, 음. 확실히 지금 밖에 아무도 없긴하지만.. 하고 곤란해하는 얼굴로 목을 움츠리고 나서야 겨우 풀려 났지만 알터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않은 눈치였으면 좋겠다.
오는 내내 순둥순둥하다가도 돌연 이렇게 날카로운 눈이 되는 일이 한두번은 아니지만 밀레는 영 익숙치가 않다는 눈치.
짐에서 파우치를 꺼내고 싶다는 말에 방금전까지 킁킁거렸던 행동이 없었다는 것 처럼 태연히 밀레의 케리어를 내밀어 보여였으면좋겠다.
하지만 약간 어색한 기분이 들기는 했는지 파우치는 배낭에 있지 않았어요? 하고 괜한 질문을.
그건 작은거. 기초는 큰가방에 있어요 하고 자신의 케리어를 받아든 밀레가 괜히 신경쓰이는지 자기 목덜미를 슬쩍 문질렀으면 좋겠다.
밀레가 일부러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며 알터를 지긋이 바라보자 알터는 그 시선이 불편한건지 짐을 끌고 침실안쪽으로.
적당히 바로 사용할 물건이나 충전기등을 꺼내기는 하지만 이내 얼마안있어 작게 혀를 차고 자리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항상 사용하는 약을 차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다시 현관으로 나가려 하지만 알터가 침실에서 나오는 순간 밀레도 알터를 부르며 현관에서 신발을 구겨신고 있었으면 좋겠다
어디 가게요? 하고 물어오는 알터의 질문에 밀레가 텀블러를 차에 놔두고 왔다고 대답했으면 좋겠다
차 문 열려있죠? 하고 묻는 동시에 뭐 필요한거 있어요? 하고 알터의 용건을 물어왔으면 좋겠다.
차 앞좌석에 껌통같이 생긴 하얀 플라스틱 통 기억나요? 하고 되물으면서 알터도 외투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 전달.
응응, 그 하루 두번 먹어야한다는 그거 말이죠? 하고 문을 나서려던 밀레가 네? 하고 돌아섰으면 좋겠다.
맞아요 하고 대답했던 알터가 뭐가요? 하고 되묻고 밀레는 아니 지금.. 하고 귀를 문질렀으면 좋겠다.
지금.. 이라고 말하다가 귀 뒤에서 뭔가 미끈한 것을 닦아낸 밀레가 윽... 비누가 남아있었나 보네요. 하고 다른소리를 했으면 좋겠다.
뭔가를 들었던 것은 벌써 잊어버리고 연신 귀를 문지르는 밀레가 이상한지 알터는 다시 차키를 달라며 밀레를 방 안으로. 현관에 나란히 내려서며 밀레에게 내가 다시 갈게요. 천천히 씻어요. 하고 말했으면 좋겠다.
기초스킨 다발랐는데 하고 부루퉁하게 입을 내민 밀레가 신발을 벗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고 알터는 차키를 짤랑거리며 현관 밖으로.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어딘가 산책을 나갔다 돌아오는 듯한 다른 숙박객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3호실의 숙박객이라고 밝힌 또다른 손님은 가볍게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경계 및 탐색의 시선을 보내는 동행인을 보고 알터도 자기소개를 해왔으면 좋겠다.
또다른 3호실의 간단하게 인사를 끝내고 스쳐지나가는 동안 알터는 알 수 없는 매스꺼움을 느끼고 다급하게 차를 향해 이동. 알터와 스쳐지나간 3호실의 숙박객도 뭔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뒷목을 쓸어내렸으면 좋겠다.
차로 돌아간 알터는 일단 약부터 꺼내고 차에 남은 생수병을 찾아 두리번 거렸으면 좋겠다
컵홀더에 꽂혀있는 것은 오직 밀레가 놔두고 갔던 텀블러뿐. 과자봉지따위를 버리며 생수들도 다 버렸던걸까 한모금정도 남아있었던것 같은데 하고 발치 아래나 뒷자석을 살피던 도중 뒷자석에서 조수석 아래로 굴러떨어진 생수병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아마 질소봉지같은 과자들에게 떠밀려 봉투 밖으로 떨어졌던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지 생수병은 뚜껑조차 따지 않은 새 것. 매스꺼움에 헛구역질까지 하고싶은 기분이 된 알터가 다급히 생수병을 꺼내들지만 햇빛아래 드러난 생수병을 보는 순간 인상을 찡그려버렸으면 좋겠다.
분명 단단하게 봉인되어있는 새 제품인데도 생수병은 온통 녹색으로 뒤덮인 모습.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을정도로 혼탁해진 물병의 모습에 다시금 욕지기가 치밀어올랐으면 좋겠다.하는 수없이 앞좌석으로 돌아간 알터는 일단 밀레의 텀블러를 열고 커피와 함께 약을 삼키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차문을 연 상태로 뒷걸음질 쳤으면 좋겠다.
몇번이고 심호흡을 하며 차가운 커피로 헛구역질을 가라앉히는 동안 알터의 눈은 펜션의 앞에 펼쳐진 호숫가에.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호수의 한켠으로 작은 배같은것이 띄워져 있고 다른 한쪽에는 녹색의 무언가가 점처럼 떠있었으면 좋겠다.
큰 점처럼 보이는 것은 자세히 보니 무언가 인공적으로 만든것 같은 부표.
저정도면 사람 너댓정도는 올라가도 충분하겠는데.. 하고 인공섬을 눈여겨 보던 도중 섬의 녹색빛이 도료나 장식물따위가 아닌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 알터가 인상을 찡그렸으면 좋겠다.
알 수 없는 불길함에 다시 속이 울렁거리고 알터는 한입에 커피를 털어놓고 낮은 한숨을, 남은 커피를 다 마셔서인지 텀블러 안에서는 빈 얼음소리만 달랑거렸으면 좋겠다.
이거 밀레시안씨가 마시려고 가지러 가려했던거 아니던가 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즈음 손님? 어디 불편하신가요? 하고 물어오는 목소리가 들려왔으면 좋겠다.
불을 모두 피우고 돌아온건지 펜션의 매니저는 그을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모습으로 알터에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짙은 연기의 냄새에 그래 비린내보다는 탄내음이 더 낫지 하고 생각한 알터가 그제서야 아까부터 자꾸 헛구역질이 났던 이유가 비린내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왠 비린내? 하고 스스로의 꺠달음에 어리둥절해진 알터가 습관적으로 숨을 들이마시지만 약기운이 돌기 시작하는지 코는 아무 반응도 없이 다시 깊게 날숨.
애초에 약통이 차안에 있는 이유는 약을 먹은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이고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할 이유가 없었는데.. 하고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펜션의 매니저는 알터에게 이것저것 걱정을 해오며 상비약이 있다고 말해왔으면 좋겠다.
알터는 그냥 잠시 뒤늦게 멀미기운이 온 모양이라고 둘러대며 고개를 도리도리, 아이스커피가 좀 필요한데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느냐고 물어왔으면 좋겠다.
펜션의 매니저는 저희 카페가 커피맛이 죽여준다며 자랑자랑. 매니저가 먼저 돌아가 커피 2잔을 준비하는 동안 알터는 차 문을 닫고 다시 호수쪽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꽤 거리가 있으니 호수의 비린내는 아니야 하고 생각하는 동시에 일부러 인공섬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으려 했으면 좋겠다.
세명 정도가 타고 있는 배를 바라보며 뭔가 복잡하게 얽혀가려는 머릿속을 일부러 텅 비워낸 알터가 차를 잠그고 텀블러를 다시 손에, 주머니속에 넣어둔 약을 확인한뒤 펜션으로 돌아섰으면 좋겠다.
알터가 등을 돌리는 순간 3명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던 호수위의 배가 풍덩하고 호수속으로 빠져들었지만 알아채지 못했으면.
알터가 새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돌아오는 동안 밀레는 왜 안오는 걸까 궁금해하며 현관문이 보이는 소파에 앉아 양 무릎을 끌어당겼으면 좋겠다.
새로 얼굴을 씻고 가볍게 피부결을 정돈한 밀레는 틴트라도 바를까 고민하는 중.
어차피 밥먹을건데 뭐하러 하는 기분과 그래도 단 둘인데 하는 고민이 반. 으음.. 하고 눈을 흘기다가 인공체리향나는 고기는 조금 그렇지..? 하고 분홍빛 병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그럼 옷이나 갈아입을까 다시 케리어로 돌아간 밀레가 냄새가 베어도 좋은 옷을 꺼내들고 핸드폰으로는 옷에 베인 고기냄새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검색. 여러가지 방법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눈으로 훑으며 천천히 옷을 갈아입었으면 좋겠다. 이따 잘때 입을 파자마는 이거.. 하고 동물모양 커플파자마를 꺼낸 밀레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는지 베시시 웃으며 침대로 다이브.
깜짝 놀라다가 곧 쑥쓰러워할 알터의 얼굴을 상상하며 그래도 입어 주겠지 하고 행복한 생각에 젖어들었으면 좋겠다.
모처럼 분위기를 잡으라고 깔아둔 새하얀 시트를 뒹굴뒹굴 돌아다니던 밀레가 결국 핑크빛 조명이 나오는 무드등을 발로 건드리고 핫 너무 풀어졌다 하고 자리에서 기상.
혹시 변상해야하는 건 아닌가 조심조심 무드등을 살펴보려던 도중무드등을 작동시키고 분홍색 꽃잎모양의 조명이 흩날리는것을 보게되었으면 좋겠다.
으핫 하고 전혀 귀엽지 않은 걸걸한 웃음소리로 뒤집어진 밀레가 이거 불끄고 보면 완전 웃기겠다며 한참 혼자 즐거워하다가 핫 안돼 이미지관리 하고 다시 얼굴을 두드렸으면.
웃기게 생긴 조명등을 끄고 제자리로 돌려놓고는 아무일도 없었던척 침대를 정돈하고는 음흠 음.. 하고 괜히 목소리를 가다듬었으면 좋겠다.
어쩌지 조신하게 있을까? 귀엽게 있을까 하고 나름대로 이미지를 짜던 밀레가 침대에서 보이는 테라스의 풍경을 발견했으면.
호수가 보이는 너른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 밀레가 와 하고 탄성을 터트리며 유리문을 여는 동안 알터가 방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아예 매니저에게 방 열쇠를 하나 더 받아온 알터가 기존에 있던 키와 새로 인식시킨 키를 바꿔 끼고는 밀레를 불렀으면 좋겠다. 신발을 벗고 주방에 텀블러를 내려놓은 알터가 한번더 밀레를 부르며 방안을 둘러보지만 밀레는 여전히 묵묵부답.
밀레시안씨? 하고 침실쪽으로 고개를 기울인 알터가 테라스에 나가있는 밀레를 발견했으면 좋겠다.
밀레는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고 있도 알터가 다가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눈치.
밀레시.. 까지 부르던 알터가 살짝 이를 악물고 으르렁 거리르는 소리를 내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내기에는 지나치게 낮고 울림에 가까운 소리였지만 알터는 목울대를 울리며 호수를 노려보았으면.
잠시 그 짐승들의 시간이 지나고 나자 밀레는 아, 하고 정신이 든 것처럼 고개를 들어올렸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알터 언제왔어요? 하고 웃으며 돌아섰으면.
알터가 온지 한참 지났다는 것도 알터가 이상한 짐승의 소리를 내었다는 것도 모르는 듯 노을이 내리는 호수를 뒤로한채 환하게 웃어보였으면 좋겠다.
가요, 하고 손을 내민 알터가 이상하다는듯 밀레는 응 그래요.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어쩐지 굉장히 배가 고파진 기분이에요. 왜일까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기분이야. 하고 테라스에서 손을 뻗어 알터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
그야 그렇겠죠. 지금 시간이 조금 베어먹혔거든요 하고 대답하는대신 알터는 쓴웃음을, 휙하고 밀레의 손을 끌어당기며 제 품에 밀레를 가두어 안았으면 좋겠다.
밀레는 깜짝 놀랐다며 알터의 팔을 두드리고 얼른 밥을 먹으러 가자며 밖으로.
텀블러를 발견한 밀레가 아무생각없이 얼음이 녹은 밍밍한 커피를 마시고는 현관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이른 시간부터 준비한 고기파티는 성황리에 시작.
한참 일찍 피운 장작은 아주 적절하게 길이 들어 고기들을 골고루 익히고 펜션의 매니저는 쉴새없이 술을 날아왔으면 좋겠다.
어딘지 불편해 보이는 1호실의 커플과 달리 3호실의 커플은 아주 술을 확실하게 즐기는 모습, 4호실의 단독손님은 구석에서 먹는둥 마는둥 한켠에 서있고 7호실의 3인은 걸신이 들린것처럼 고기를 뜯어먹었으면 좋겠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각자의 취향에 잘 맞춘 이벤트인듯 밀레도 알터도 적당히 분위기에 취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술을 못하는 밀레는 적당히 탄산이 들어있는 음료를 마시며 분위기를 맞추고 알터는 내일 운전을 해야한다며 거절.
어디 먼 곳으로 돌고 올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네요 요 근처보다는 조금 떨어진 곳이 좋겠어요 하고 대답했으면 좋겠다.
한껏 술이 오른 3호실의 숙박객은 그건 그래요 여긴 보트타는거나 자전거.. 음.. 멀지는 않아요 걸어서도 갈 수 있으니까 하고 대답. 인공섬도 있는데 거긴 당분간 안가는게 좋을것 같아요 좀.. 엉망이되어있거든요 하고 인상을 찌푸렸으면 좋겠다.
어제까지는 안그랬던것 같은데.. 하고 혼잣말을 흥얼거리는 동안 1호실의 커플이 컨디션이 안좋아졌는지 먼저 방으로.
누군가가 떠나기를 기다렸던 4호실이 잽싸게 그 흐름에 올라 방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10명 남짓되던 인물들중 1/3이 사라지니 분위기가 한김 식은 느낌이 되었으면 좋겠다.
슬슬 고기굽는 속도도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불판으로 시선을 옮긴 알터의 눈에 아예 불판에서 스스로 고기를 굽기 시작한 7호실의 3인방을 발견, 그러고보니 저쪽사람들과는 한번도 말을 섞어보지 않았네 하고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1호실도 3호실도 꽤나 사교적인 사람들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눈것은 4호실과 자신들뿐.
묵묵히 먹을 것을 나르는 펜션의 매니저와 먹는 분위기를 만드는 7호실의 손님들을 바라보던 알터가 간만에 입을 연 3호실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으면 좋겠다.
술기운이 거하게 오른 파트너를 데리고 먼저 올라가겠다고 인사를 건네오자 알터들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끄덕.
순식간에 절반밖에 남지 않은 파티속에 남겨진 알터가 불판의 열기와는 다른 서늘한 한기를 느꼈으면 좋겠다.
짙은 고기내음과 쉴새없이 피어오르는 장작불, 술과 고기, 웃음소리와 대화소리.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모두 떠나가버린탓에 밀레도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울려왔으면 좋겠다.
셋이 둘러모여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웃고 먹는 7호실의 삼인방을 보던 알터가 밀레에게 올라가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
어라? 여러분들도 돌아가십니까? 하고 서운한 표정을 지어보인 매니저는 알터에게 조금 더 드시고 가시죠 얼마 안드신것 같은데 하고 고기를 권해왔으면 좋겠다.
최대한 싱싱한 것들로만 구해왔다며 꽤 괜찮은 고기 아닙니까? 하고 웃음짓는 매니저의 모습에 알터가 어딘지 비틀린 웃음으로 괜찮다고 대답했으면.
어딘지 억지로 인사를 끊어낸 알터가 밀레에게 돌아가고 밀레도 어쩐지 위화감이 든다며 알터의 뒤로 바싹 붙어섰으면 좋겠다.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글때까지 한마디도 없이 입을 다물고 있던 알터는 나지막하게 혀를 차며 창문쪽으로.
호수를 한번 흘끗 보고는 커튼을 확 쳐낸뒤 낮게 욕을 내뱉었으면 좋겠다.
완전히 갇혔다고, 짜증을 내면서도 밀레의 질문앞에서는 별거 아니라고 대답했으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괜찮다고 자신이 있지 않냐며 밀레를 안심시키고는 그럼 우리끼라 다른 술이라도 한잔 더 할까요? 하고 자신의 짐꾸러미를 끌어당겼으면 좋겠다.
밀레는 더이상 술마실 기분은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그래도 한잔 정도는 하는게 좋을것 같다고 술을 마시면 용감해진다고 하잖아요 하고 농담처럼 말을 걸어왔으면 좋겠다.
지금 용감한게 다 뭐냐며 밀레가 투덜거리지만 무서운기분이 가실거에요. 하고 알터가 사뭇 낮아진 목소리로 권유.
어쩐지 알터도 이상해진 기분이라며 좋아요 마실게요 하고 소파구석에 주저앉았으면 좋겠다.
알터의 케리어 가득 들어있는 고기와 보존식품 아래에는 알터가 애지중지 아껴놨던 술이 한병 잔이 두개.
밀레에게 별일 없을것이라며 한잔 가득 따라준뒤 챙 하니 잔을 부딪쳐왔으면 좋겠다.
알터가 잘라온 햄조각이나 치즈따위, 크래커를 안주삼아 술을 들이키던 밀레는 곧 얼마 안있어 쓰러지듯 잠이들고 알터는 그제서야 한숨을 쉬며 밀레에게 담요를 덮어주었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털끝하나 보이지 않도록 밀레를 숨겨낸 알터가 다시금 낮은 울림소리를 내며 창문가로 시선을 돌렸으면 좋겠다.
창문의 윗쪽 침실의 테라스쪽, 초인종을 누르는 낯선 발소리에서 비릿한 수초의 냄새가 올라왔으면 좋겠다. 철퍼덕 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거실의 창문을 두드리고 챙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침실의 미닫이 문에도 무언가가 달라붙어왔으면 좋겠다.
알터의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커지고 초인종이 점점 빠르게 울려가던 도중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길게 울려퍼졌으면.
한번, 그리고 침묵.
그리고 또 길게, 길게, 길기.
한참을 멀어지는 한사람의 비명소리가 끊어지고 알터를 둘러싼 3명의 그림자가 흐끅흐끅 하는 딸꾹질 소리를 내었으면 좋겠다.
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르는 것을 멈춘 세 괴물들 대신 무언가가 뚜벅뚜벅 걸어올라와서는 알터의 방실을 똑똑 두드렸으면 좋겠다.
알터씨? 접니다 펜션의 매니저. 잠시 드릴 말씀이 있어서 밤늦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만.., 잠시 이 문을 열어주시겠습니까? 하고 묻는 목소리에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섞여있었으면 좋겠다.
알터씨? 알터 씨? 하고 똑똑거리는 노크소리가 잦아지고 점점 무언가의 박자소리를 갖추며 쿵쿵 쿵쿵쿵쿵 쿵쿵 쿵쿵쿵쿵.
괴물들과 함께 초인종, 미닫이문, 유리창, 현관문을 두드리는 기묘한 소음속에 알터가 입을 여는 순간
그리고? 라는 상담자의 목소리가.
그리고 어떻게 되었어요? 하고 묻는 상담자의 질문에 밀레가 눈을 뜨고 머리까지 뒤집어썼던 담요를 끌어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고 고개를 돌린 밀레가 어둠속에서 울려오는 나지막한 늑대들의 울음소리를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리다가 상담자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유난히 크게 그리고 다른 늑대들보다 낮게 마치 진동하는 차에 엔진소리처럼 그르릉거리는 상담자의 턱밑을 쓸어올린 밀레가 그의 이마에 뺨을 부비는 것으로 마무리.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es/948141752745123840
201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