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톨비밀레)별가루캡슐밀레AU
톨비쉬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배경, 우주나 연구소와는 관계없는 전형적인 에린붙박이.
길에서 만나는 아무 사람중 7명중 1명은 우주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에린에서 유독 톨비쉬만 우주와 연관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렸을땐 한참 문게이트 개발이 진행중이었고 학창시절에는 간발의 차이로 우주가 아닌 다른 곳으로의 여행, 가장 가까이 갔던 것이 연구소의 모의실험실을 재현해놓은 행사장이었지만 거기서도 별다른 소득없이 빠져나오고 시간은 흘러 어느 평범한 직장인이 되기까지.
휴가때 한번 다년오지 그래요? 하는 권유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톨비쉬가 일정을 잡으려 할때마다 은혜단체의 테러다, 문게이트 불안정화가 일어나고 있다 13년만에 소울스트림이 두번 연속 에린에 접근했다 등등으로 만원이 되거나 취소되기 일수 였으면 좋겠다.
4번정도의 휴가계획을 급히 수정한 뒤로는 톨비쉬 스스로도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고 포기한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늘이야 가끔씩 올려다보는 것으로 족하고 정 보고싶으면 다른 매체나 가상 체험으로 경험하면 그만.
하지만 그거랑은 달라요, 정말 달라요. 하고 간절하게 재 도전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귀찮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나 혼자만 박탈당한 기분보다 원해서 안간다고 생각하는게 더 마음이 편할 뿐인데 그들의 동정어린 눈빛이 톨비쉬로 하여금 더욱 괜찮다라는 마음의 문을 견고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톨비쉬의 심정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에린은 그야말로 우주 열풍.
마법같은것은 꿈같이 느껴지는데도 실제로 살아움직이는 밀레시안들의 존재가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꿈을 쫓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우주의 티끌에서 태어나는 의사체, 깨어나게 한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의사를 교환하고 에너지를 얻어 날아가는 동화속 요정의 모습 그 자체.
힘을 잃은 옛 에린의 수호자가 아닌가 하는 의견이 힘을 얻고 그와 관련된 오랜 노인들이 들려주는 옛이야기가 새로운 컨텐츠로 급부상했으면 좋겠다.
여신의 부름을 받은 세 용사와 5개의 구슬로 가로막힌 미로속 던전의 이야기, 물의 정령의 사랑고백과 돌이 된 용의 이야기, 모든 마법의 이야기는 결국 팔리아스로 귀결되고 사람들은 다시한번 하늘을 올려다보며 꿈을 꿨으면 좋겠다.
그렇게 올해도 어찌저찌 시즌이 돌아왔는지 길을 가던 도중 저기 봐, 올해도 소울스트림이 선명하게 드리워져있어. 하고 활짝 웃는 커플의 목소리가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왔으면 좋겠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톨비쉬뿐만은 아닌건지 몇몇 사람들도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으면.
올해 소울스트림 관광상품에 몰린 경쟁률이 어쨌다느니 지금부터 예약하면 다음 여행떄 우선순위를 몇위까지 확보할 수 있다느니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톨비쉬는 다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 손에는 소울스트림이 나타나는 시즌에만 한정판매되는 옛우주식량맛 발열도시락과 별빛을 눌러담은것 같은 풍성한 거품의 맥주 한캔이 들어있는 편의점 봉지가 들려있었으면 좋겠다.
시즌이어서 좋은 점은 그나마 일찍 퇴근할 수가 있다는 것.
오늘은 느긋하게 한잔하고 일찍 자자 하고 집에 돌아온 톨비쉬가 문을 열려는 순간 아, 다행입니다. 톨비쉬씨 맞으신가요? 하는 목소리에 손을 멈췄으면 좋겠다.
상대는 어디선가 많이 본것 같은 낯이 익지만 잘 기억나지는 않는 로고가 박힌 상자를 들고오는 배달부.
우주로 나가는 문게이트를 한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이여서 찾아오기가 무지힘들었다며 직접 만나게 되어 다행이라는 인사를 건네왔으면 좋겠다.
정확하게 들어맞는 규칙은 아니지만 밀레시안의 캡슐을 부화시킬 대상자로 지목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주에 한번씩은 나갔다 온 사람들. 요즘에서야 드문일은 아니지만 유난히 우주와 연이 없었던 톨비쉬가 처음으로 받게된 우주로부터의 선물은 한짐 가득 포장된 택배상자였으면 좋겠다.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얼떨결에 소문속의 그 캡슐을 전달받게된 톨비쉬는 일단 집 안으로.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아니야 흥분한거 아니야 호기심에 들뜬거 아니야 하고 연거푸 부정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뜯어낸 상자 안에는 무엇이 무엇인지 모를 잡다한 물건들과 새하얀 캡슐이 하나.
설탕을 뿌리라는 말에 의아해 하면서도 일단 설명서에 있는대로 설탕으로 지지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작은 보울속 주먹만한 밀레시안을 내려놓은 톨비쉬는 설명서를따라 달빛아래로.
가만, 그런데 달빛이 이웨카야 라데카야? 하고 뒤늦게 의문이 생긴 톨비쉬가 그제서야 다른 도구를 꺼내 밀레시안에 대해 검색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하늘이 보내준 전령이라고도 하고 무언가의 거대한 음모를 꾸미는 악령이라고도 하고 실체없는 꿈의 허상이기도 하며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도 하는 별의 의사체.
사람의 말을 할 줄 압니까? 모르겠어요. 알아듣기는 할거에요. 제 할아버지는 밀레시안의 노랫소리를 들으셨어요. 저희집은 항상 울기만 했어요. 저희집은, 우리집은, 나의 밀레시안은 하고 수없이 반복되는 거짓의 증언들과 진실의 기록들, 그리고 조작된 사진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발표된 밀레시안에 대한 정보는 그들은 어떠한 매체로도 찍히지 않는다는것.
연구소는 힘주어 그들이 진짜 사람은 아니며, 왜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강조했으면 좋겠다.
잘 모르겠어요 위로하기 위해서일까요? 이해해보려 하기 때문일까요? 왜 우리들의 얼굴을 선택했을까요? 왜 반복해서 우리들의 곁으로 떨어져 내리는 걸까요.
수십번 수백번 같은 궤도를 돌아 에린으로 추락하고 다시 날아오르기를 반복해요. 깨어나서 보름만 지나면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일정도로 에린과 잘 맞지 않으면서도 몇번이고 우리들의 앞에 나타나죠. 기쁘고 또 슬퍼요. 그들을 만난건 내 인생 최고로 행복한 일이었지만 떠나간 뒤의 하늘을 올려다보는것은 역시 조금 쓸쓸하고.. 외로워지는 느낌이네요. 하고 서글프게 웃는 녹색눈의 청년의 인터뷰를 보는 톨비쉬가 슬쩍 겁이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우주를 떠올릴 수 밖에없게되어버린다는 것.
뒤늦게 수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톨비쉬가 지금이라도 캡슐을 다시 포장할까 생각하지만 설탕이 든 보울을 손에 잡기 무섭게 캡슐안에서 빠직 하는 소리가 났으면 좋겠다.
마치 알이 깨지듯 천천히 캡슐이 무너져 내리며 나타나는것은 새하얀 빛덩이의 인형.
이윽고 제 형태와 색을 결정했는지 천천히 사람의 모습으로 다듬어진 밀레시안이 고개를 드는 순간 톨비쉬의 손이 머리위로 떨어져 내렸으면 좋겠다.
만약 육체가 있었으면 얼굴이 잡혔을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의도적인 손길.
허망하게 밀레를 통과하고 지나간 손바닥은 남아있는 설탕속으로 푹 들어가버리고 그 모습을 본 밀레시안은 소리없는 웃음소리를 터트렸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사람, 마치 처음부터 톨비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것 처럼 가볍게 날아오른 밀레시안이 톨비쉬의 얼굴 가까이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만질수도 붙잡을수도 없는 밀레시안이 톨비쉬의 콧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이 첫번째 있었던 날의 기억.
두번째 날에는 처음으로 문스톤의 조각을 건네고 세번째 날에는 밀레시안이 머물만한 리빙박스를 구입해 왔으면 좋겠다.
설탕을 소복히 깔아주세요 라는 말에 흑설탕이 좋은지 백설탕이 좋은지 고민하느라 보낸 시간이 약 1시간. 먹는 것도 아닌데 왜 설탕을 깔아달라는 걸까 고민하는 것은 네번째 있었던 날의 일.
약간의 의사소통은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사람의 이름처럼 밀레시안이라고 불렀을때가 다섯번째 날에 있었던 일.
여섯번째 있었던 날에는 처음으로 반신화라는 날개를 준비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 반신화가 어설픈 탓인지 밀레시안은 설탕먼지를 풀풀 날리며 반신화를 해제, 뿌옇게 피어오르는 설탕먼지에 톨비쉬가 웃음을 소리내어 웃음을 터트렸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처럼 가볍게 뛰어다니더니 왜 점점 무거워져 가냐고, 이제 엉덩방아를 찧을때마다 자국이 남지 않느냐고 말하던 톨비쉬가 뭔가를 깨달은 듯 아. 하고 말을 멈추었으면.
무거워졌다는 말에 밀레는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두고보라는듯 문스톤을 양 옆구리에 끼고 자리를 잡은채 정신을 집중, 흡수가 끝난 문스톤의 위로 작은 반딧불이같은 잔광이 느릿느릿 흔들리다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밀레가 에너지 흡수에 집중을 하는 동안 톨비쉬는 밀레시안들이 왜 일주일동안 성장하고 일주일동안 에너지를 모으는지를 꺠달았다는 듯 오래간만에 다시 검색을 시작.
28일째가 된 밀레시안들은 예외없이 날아가지도 남아있지도 못한채 하얀 가루가 되어 부서져버렸으면 좋겠다.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7일동안 성장하는 것은 에린에 적응하기 위함 7일간 머무르는 것은 에린의 인간들과 소통하기 위함 다시 7일을 에너지를 모아 우주로 돌아가던가 아니면 7일동안 고통스럽게 먼지로 돌아가 다시 언젠가의 부활을 꿈꾸던가.
언젠가 인터뷰를 하던 파란머리의 누군가가 말한적이 있었다. 아마 모든 밀레시안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는 않을것이라고. 우주로 돌아간 먼지의 양보다 에린에 머무르는 먼지의 양이 더 많을 것이라고. 그래서 초창기에는 아주 극소수의 연구용으로만 사용되었던 밀레시안의 캡슐들이 점점 늘어나고 적성이 맞기만 한다면 누구에게나 보내기 시작했을 거라고. 끝없는 행복한 결말을 찾아 돌고 도는 소울스트림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곁에. 물류창고 안에, 어딘가의 비밀 서랍 안에, 꺠어나지 못하고 날아가지 못한 먼지속 안에. 그래서가 아닐까? 에린이 낙원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들은 주어진 별조각조차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 아직도 우리는 스스로 슬픈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어. 그래서 우리들은 저 먼 하늘을 갈망하면서도 여기에 묶여있는거야. 스스로가 자신의 발목을 잡아내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무작정 위만을 바라보며 허우적 거리고 있는거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글쎄.. 아마 밀레시안이라는 존재가 그렇게까지 특별한 존재는 아니라는 거지. 그들도 필사적인 걸거야. 어떻게든 우리들과 다시 함께하기 위해, 모두와 함께 낙원으로 도달하기 위해 그들은 몇번이고 제 몸을 깎아내어 행복한 이야기의 환상을 보여주지. 아주 간단한 방식으로 아주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먹고 자고 함께 생활하는 그런 이야기로.
인터뷰를 본 톨비쉬가 가장 먼저 떠올린생각은 내가 아닐것이다 라는 생각.
나는 아닐것이다 내가 그 해피엔딩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아닐것이다. 내가 행복한가? 라고 물었을때 조차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행복한 것도 아닌것 같다 라고 생각하는 톨비쉬가 스스로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수는 없을거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실 우주에 가지 않는 이유는 무서워서 입니다. 그 거대하고 경의로운 하늘앞에서 나라는 존재가 너무 초라하게 변해버릴 것 같아서. 소리도 중력도 없는 그 공간에 홀로 남겨졌을때 아무런 존재감 없이 쓸려가버릴 것 같아서. 하지만 그와 동시에 누구보다도 그 드넓은 세계를 동경합니다. 지금은 이렇게 에린에 발을 붙이고 있지만 무심코 우주가 그려진 캔을 집어들고 무심고 우주와 관련된 도시락을 집어들죠. 하지만 해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해가 갈수록 나 자신을 숨기게되요. 이제와서 이때가 되어서야 너무 늦은 시작이 두려워 오기와 허세로 나를 기만하곤 합니다. 그래요. 나야말로 에린에 묶여버린 어리석은 사람. 그 속은 공허한 빈통이고 그런 나약한 양철갑옷은 우주의 작은 일렁임 앞에서 파삭 꺠어지고 말겁니다.
그러니까 포기했습니다. 그러니까 포기할 겁니다. 꿈을 닫고 상상을 지우고 희망을 양손에 포개어 상자 깊숙히 집어넣을 겁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인정해야겠죠. 당신이 잘못 생각한겁니다. 잘못선택하셨어요.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고 제대로된 어른도 아니야.
당신이 진짜 맞이 해야하는 해피엔딩속에는 내가 필요하지 않을겁니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톨비쉬가 말없이 집을 나섰으면 좋겠다.
들고나간것은 지갑과 차키, 그리고 외투 하나.
어디 갔다가 다시 오겠거니 아무런 의심없이 톨비쉬가 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는 밀레시안이 환하게 켜져있는 티비와 자정을 가리키는 시계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톨비쉬가 나간것이 7일째 되는 0시의 일.
그리고 지나간 시간이 20일. 그동안 회사와 임시숙소를 전전하던 톨비쉬가 제법 늘어난 짐더미와 빨래거리가 뒤섞인 가방을 들고 다시 집앞에 서 있었으면 좋겠다.
문스톤은 충분히 가까이 있었고 평소에도 제가 필요하면 알아서 꺼내먹었으니 분명 이제 괜찮았을것이라고 창문도 열고 나갔으니 분명 알아서 날아갔을 것이라고 6일차에 이미 나는 연습을 시작했으니 갔어도 벌써 갔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몇번이고 되뇌였으면 좋겠다.
이제부터 해야할 일은 우선 빨래를 세탁기에 밀어넣고 방바닥에 들러붙었을 설탕가루들을 닦아내고 창문을 닫고 남은 문스톤 조각들을 모아 연구소로 돌려보내는것.
그리고 리빙박스를 버리고 쓸데없이 많이 산 설탕들을 버리는 것.
그래 그러면 되는거야. 그렇게 하자. 하고 문을 여는 톨비쉬의 코끝에 지나치게 달짝지근한 냄새가 훅하고 풍겨들어왔으면 좋겠다.
고작해야 방바닥이 찐득해져 있을것이라 생각했던 톨비쉬의 예상과는 달리 방안은 온통 설탕으로 범벅된 상태.
고의라고 생각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구석구석 온 집안에 흩뿌려진 설탕들이. 서걱서걱하게 밟혀들었으면 좋겠다.
신발을 벗는 것이 더 위험할 것 같은 느낌에 구둣발로 집안에 들어선 톨비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설탕과 마찬가지로 온 바닥에 흩뿌려진 문스톤의 조각들.
인간의 눈으로 봐서는 잘 안보이지만 아마 빛에 비춰보면 희미하게 반응 할 것같은 조각들은 모두 흡수되지 않은 원래의 상태였으면 좋겠다. 한 두개가 빛을 품고 있다면 모르지만 얼핏보기에도 문스톤들은 흩어진 상태이지 전혀 손대지 않은 모습.
에너지를 얻지 않은듯한 모습에 당황한 톨비쉬가 저도 모르게 짐가방을 떨어트리며 리빙박스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으면 좋겠다.
밀레시안을 부르며 아직 습기에 젖어들지 않은 흰 가루들을 살피던 톨비쉬가 휙하고 날아오는 문스톤 조각에 겨우 고개를 돌렸으면 좋겠다.
다시한번 뾰족한 문스톤의 조각이 날아드는 위치에는 잔뜩 화가난 밀레시안의 모습이 그 어느때보다도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었으면 아직도 꺼지지 않은채 환하게 켜져있는 티비위에 걸터앉아 잔뜩 인상을 찌푸린 밀레시안이 또다른 문스톤 조각을 집어던진뒤 발을 휘저어 티비 화면을 걷어찼으면 좋겠다.
지지직 거리며 전환된 티비는 어느 드라마의 채널로 바뀌며 커다란 음량 가득 거짓말쟁이!! 라고 소리쳤으면.
마치 티비속 음성을 빌려 톨비쉬를 비난하는 듯한 타이밍에 톨비쉬가 움찔 하자 밀레시안이 기세를 몰아가듯 연달아 발을 휘저었으면 좋겠다.
거짓말쟁이!! 이 거짓말쟁이!! 함께 해요~, 준다고 제가 약속, 말 했잖습니까 어르신..! , 으면서 말이죠! 날아갑니다아, 는거는 이렇게 무쳐서, 자 이제 결과를 지켜보겠어요, 다고 말했지만 서도 그게 참..
연달아 번쩍거리던 티비가 과부화가 걸린것 처럼 꺼지자 밀레시안은 짜증을 내듯 소리없는 고함을 내질렀으면 좋겠다.
간결한 신호음을 울리며 알수없는 발신자로 부터의 메세지를 받은 톨비쉬의 화면 위에는 연락바랍니다 라는 기본문구의 문자들이 수차례 반복해서 도착했으면 좋겠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고 당신이 돌아오기를 당신이 나를 지켜보기를, 몇번이고 날아갈 타이밍을 미루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모든 것이 당신탓이라고 화를 내는 밀레가 양 손을 탕탕 내리치며 과열된 티비를 억지로 켜버렸으면 좋겠다.
우와 저기봐요~ 라는 광고속 아이의 모습에서 날봐!! 하고 소리치는 드라마속 주인공의 오열하는 장면까지 몇번이고 자신을 보라며 티비를 쿵쿵 내리치던 밀레시안이 방안 곧곧에 퍼져있는 문스톤을 일제히 발광시켰으면 좋겠다.
시계는 23시를 향해 달려가고 문스톤은 마치 그 자체로 게이트를 열 것같은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상태.
하나도 안무섭다고, 결국은 당신도 나도, 언젠가는 나아가야 하는 먼 길중 하나의 길목이라고. 나를 봐요. 내가 어디로 가는지 내가 무엇을 향해가는지, 우리가 왜 당신들에게 오고 당신들이 주는 흔적의 꼬리를 매달고 돌아가는지.끝에서 끝까지 우리가 어디에 도달하는지를 지켜봐요. 라는 말을 잘라진 음성으로 이어 말하던 밀레가 톨비쉬의 거실안에 문게이트를 열어보였으면 좋겠다.
진짜 게이트는 아닌 의사체이 보여주는 기억의 공유인듯 톨비쉬는 좌우위아래도 없는 우주 한가운데에 덩그라니 놓여져 버렸으면.
희고검은 설탕만이 어색하게 빛나는 가운데 온전한 반신화의 날개를 가지게된 밀레가 넋이나간 톨비쉬에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처음 느껴보는 온기어린 손길로 톨비쉬의 고개를 들어올려 첫날처럼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으면.
다음은 당신이 날 만나러 와요. 하고 사람의 음성으로 속삭인 밀레시안이 사라지고나자 방안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방식으로 우주까지 끌려올라갔다 돌아온 톨비쉬가 주거지 한복판에서 발생한 이상 문게이트의 흔적에 놀라 달려온 연구소의 직원들의 사이로 마법처럼 뚝 떨어져 나타났으면 좋겠다. 분명 밀레시안의 추적용 에르그로 가득찬 것으로 보아 밀레시안이 만든 문게이트인것 같지만 전례없는 강력한 귀환에 연구원들끼리도의견이 분분했으면.
거기에 더해 갑자기 투명인간처럼 스르륵 나타나는 톨비쉬의 모습에 연구원들은 물론이고 톨비쉬의 본인도 상당히 동요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괜찮냐고 의식이 있는거냐고 지금 제 목소리 들립니까? 어깨에 감촉은 느껴지나요? 동공반응은 있는데? 이보세요, 톨비쉬씨. 지금 괜찮으십니까?하고 연거푸 물어오는 연구원들의 뒤편에서 우울하거나 슬픈 기분이 들때는 단것을 먹어보세요! 하는 사탕광고가 지나가는 결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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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