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톨비밀레)몽마 au 1
톨비쉬는 엘베드에 소속된 오래된 몽마로 인간세계에서 생활하는 것에 도가 터있었으면 좋겠다.
꿈을 취하는 상대는 리스트를 작성한 뒤 그 안에서 랜덤형.
주로 원 나잇상대나 짧게 사귀었던 연인관계의 사람들로 인간사회의 생활을 유지하는 동시에 맥의 식생활도 겸사겸사 해결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꿈을 다루는 실력도 아주 수준급으로 상대가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쉬게 해주며 악몽의 끝까지 쥐어짜는데 대상자는 잠자리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한번도 깨지 않고 오래 잤으니까 하고 오히려 톨비쉬 곁에 있으면 잠을 잘 자는 것 같다 라고 착각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밤새도록 꿈을 들었다놨다 하는 이유는 단순히 쥐어짜는 꿈이 훨씬 더 달고 맛있다는게 그 이유.
어느 시점이 지나고 꿈이 한계치에 다다르며 꿈이 깨어지려고 하면 기가막히게 대상자를 진짜 깊은 잠 속으로 빠트리는데 그렇게 아슬아슬한 무의식의 경계선까지 빠져들었다가 현실로 돌아온 대상자들은 악몽의 내용은 커녕 악몽을 꿨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상태로 깨어나게 되었으면 좋겠다.
멍한 상태로 깨어난 대상자들은 어렴풋하게 톨비쉬의 웃음소리나 외견을 기억하면서도 막상 그가 누군지를 생각해내지 못했으면.
그런 희미한 기억마저도 2~3일이면 잊게되기 때문에 일단 톨비쉬의 방법은 완전범죄. 그렇게 유능한 반인반맥의 이중생활을 유지하던 톨비쉬가 어쩌다 악운이 겹쳤는지 꿈사냥에 공을 치게 되는 날을 맞이하게되었으면 좋겠다.
일단 그날 만나기로 했던 가벼운 관계의 연인이 갑작스럽게 다른 사람과 약속이 생겼다며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훌쩍 떠나버리고 비슷한 시간대에 공을 들이던 깊은 관계 상대는 어릴적 소꿉친구를 만나 각성했다며 사랑의 도피, 예비용으로 쟁여둔 원나잇상대는 이제와서 무슨소리냐며 차여버렸고 새로 상대를 물색하려는 순간 핸드폰을 분수대에 빠트리는 실수를 저질렀으면 좋겠다.
당장 밤을 함께 보낼 상대를 찾는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문제는 상대가 외로움에 관한 악몽을 꾸는가 였으면.
입으로는 외롭다고 하는 사람들을 데려가다 고생고생하며 잠들게 하고 꿈을 딱 까보면 외로움 보다는 일에 치여 지친 악몽이나 인간관계에 치여 비틀어진 악몽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입맛이 까다로운 엘베드의 톨비쉬로서는 대상 선정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리스트는 한뼘의 벽돌속에 갇혀 사용하지 못하게되었고 연달아 차였다는 충격에 세상만사 모든것이 허무하게 느껴지고 있었으면.
핸드폰을 새로 복구할 생각도 들지 않아 오래간만에 멍하니 심야카페에 앉아 두 눈으로 직접 대상찾기에 나선 톨비쉬가 몽마의 눈을 깜빡이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무의식을 관찰했으면 좋겠다.
저사람은 아니고 저사람도 아니고 라며 한참동안 사람들을 바라보던 톨비쉬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으면.
컨디션에 영향을 줄 정도로 배가 고픈건 아니지만 일단 허기를 느낀다는 사실 자체가 톨비쉬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 도시 한복판에서? 하며 현실을 부정해보지만 다가오는 사람들은 반 수가 취한사람이요 반 수는 다른 목적의 사람들.
취한 사람들의 꿈은 이미 현실과 섞여 맛이 쓰거울 뿐더러 까딱 잘못했다간 꿈에서 잠으로 휙하고 넘어가버리기 때문에 성가시다며 패스시키고 다른목적의 사람들은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라 놀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며 쓴웃음을 지어보였으면 좋겠다.
더 머물러도 좋은 일을 없을것 같으니 이만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 하고 카페에서 일어섰을 때는 벌써 자정이 지난 시각이였으면 좋겠다.
자정이 넘자 취객들은 더욱 늘어나고 꿈과 현실이 섞인 역한 냄새가 톨비쉬의 신경을 더욱 곤두세우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발걸음이 조금 빨라지고 주변을 둘러보는 시선에 소홀하게 될 즈음 골목에서 돌아나오던 누군가와 톨비쉬가 정면으로 부딪쳐 버렸으면.
톨비쉬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몸을 돌렸던 터라 상대적으로 가벼웠던 상대가 붕하고 뒤로 밀려나버렸으면 좋겠다.
상당히 아프게 들리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진 상대는 아스팔트에 다리가 쓸렸는지 숨죽인 신음소리를, 동시에 톨비쉬의 옆으로 털썩하고 떨어지는 가방속에서 미끄러지듯이 핸드폰이 튀어나왔으면 좋겠다.
상대가 다친 것을 발견한 톨비쉬가 아,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하고 손을 내밀려는 찰나 와작 하는 소리가 들려왔으면.
엉망으로 찢어진 스타킹을 주먹으로 꾹 누르며 신음소리를 참고 있던 상대도 아뇨 저도 못보고 나왔던 터라 죄송하게.. 하고 고개를 들어올리려다가 와작 하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말을 멈췄으면 좋겠다.
고개를 들어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
밀레시안을 일으켜주려던 손을 거두고 천천히 큰길가로 돌아간 톨비쉬가 핸드폰이였던 납작한 덩어리를 주워들고는 아... 하고 탄식음을 내뱉었으면 좋겠다.
밀레시안은 지금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모르겠다는 멍해진 얼굴로 가방과 톨비쉬를 번갈아 보다가 눈을 깜빡였으면.
마치 자신의 물건이 부서진듯 미간을 찡그리다가 어떻게 말해줘야할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밀레시안을 돌아보자 뭐라 말랠 새도 없이 쏟아지는 눈물방울이 톨비쉬를 당황시켰으면 좋겠다.
저기.. 이건 고의가 아니라..하고 톨비쉬가 밀레를 진정시키려하자 아뇨. 죄송해요. 이건 그 쪽때문이 아니라. 아니 핸드폰이 부서진게 결정적인건 맞는데.. 이건 제가 울고싶어서 우는게 아니라..하고 손을 내저었으면.
아니 그러니까.. 하고 뭔가를 설명하려 하던 밀레는 결국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했는지 입을 다물어버렸으면 좋겠다.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모여들었으면.
뭐야? 무슨일이야? 저 남자가 지금 울린거야? 하고 수근거리기 시작하는 목소리에 톨비쉬가 일단 일어나세요. 걸을 수 있습니까? 하고 밀레를 일으키려고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뒤축부터 넘어졌던 구두굽은 깔끔하게 동강이난 최악의 상황.
핸드폰은 부서지고 스타킹은 다 찢어지고 구두는 동강나고 사람들은 쳐다보고 눈물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뚝뚝 흐르기까지 이 이상 최악일 수 있을까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밀레가 굳어버리자 톨비쉬가 하는 수없이 겉옷을 벗어 밀레의 어깨에 걸쳐줬으면 좋겠다.
와 하는 탄성소리에 톨비쉬가 속으로 좀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투덜거리며 밀레의 가방을 집어 품안에 안겨주었으면.
뭐야 뭐야? 하고 더 모여들려는 사람들을 피해 밀레를 안아든 톨비쉬가 부러진 구두들을 그자리에 내버린채 재빠르게 퇴장.
아니, 저기, 그러니까.. 하고 놀라 울음을 멈추게된 밀레가 그대로 톨비쉬의 차량까지 납치되었으면 좋겠다.
얼떨결에 조수석에 앉게된 밀레가 그 죄송합니다. 이렇게 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는데..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지만 신발이 없어 머뭇거리게 되었으면.
일단... 하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톨비쉬가 운전석에 머리를 박고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으면 좋겠다.
일단 왜 울었는지나 들어봅시다 라는 말에 밀레가 그게 정말 개인적인 사정이라.. 하고 말하기를 꺼려 했으면.
그 난리통에 휘말렸으니 조금은 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하고 채근해 오는 톨비쉬에게 밀레가 시선을 발치에 돌리며 머뭇머뭇 입을 열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이란 이유로 대답을 피한 이유가 사실 그대로였던지 밀레가 말하는 이유는 정말 사소한 개인사들의 연속이였으면 좋겠다.
갑자기 이동된 근무지와 변경된 업무내용, 계속되는 실수, 야근, 지친 마음과 피로가 풀리지 않는 체력, 어쩐지 발에 불편한 구두도 신경쓰이는데 이젠 모르는 사람과 부딪치기 까지, 여기까지는 어떻게 참아보겠는데 부서진 핸드폰을 보자 막막한 마음이 툭 하고 터져버린것이였으면 좋겠다.
내일 연락을 받아야 하는데 자정이 넘은 시각에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다시금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느슨해지려는 눈물샘에 밀레가 오히려 더 당황해 했으면 좋겠다.
정말 왜 우는 건지 모르는건가, 운전대에 기대어 밀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톨비쉬가 말없이 밀레를 바라보다가 의미모를 한숨을 내쉬었으면 좋겠다.
와 진짜 최악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도 내 실수로 부딪친 사람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모자라 안겨오기까지하고 이젠 푸념까지 하고 밀레의 수치심이 주차장의 지하층까지 찍으려는 찰나 톨비쉬가 일단, 그럼 핸드폰 부터 어떻게 합시다. 라며 시동을 걸었으면 좋겠다.
네? 아뇨 이제 진정되었으니까 내려서 일단 저는 집으로.. 하고 밀레가 차 문을 잡아당기려 하지만 신발도 없이요? 라는 말에 다시 시무룩해졌으면.
꼼질거리는 발끝을 바라보던 밀레가 벌겋게 쓸려진 다리 상처와 찢어진 스타킹을 발견하고 스커트를 꼼질꼼질 내리려 애를 썼으면 좋겠다.
차를 몰아나가던 톨비쉬가 그 모습을 보았는지 부탁할 만한 곳이 있으니까 일단 핸드폰을 고치도록하죠, 내려드리는 장소는 그 다음에 묻도록 하죠. 라며 겉옷을 건네주었으면 좋겠다.
얼떨결에 옷을 받아든 밀레가 아니, 그.. 하고 머뭇거리다가 도움이 필요하죠? 라는 질문에 못이겨 무릎위를 겉옷을 덮어버렸으면 좋겠다.
차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차안으로 미묘한 향기가 감돌며 뜨뜻한 기운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하루종일 옥죄던 구두도 벗고 한바탕 울어서일까 아니면 외투에서 느껴지는 온기때문일까, 가물가물 감겨오는 눈꺼풀에 밀레가 나홀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으면 좋겠다.
한참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가던 톨비쉬가 휘청거리는 밀레의 시트를 조작해주며 졸리면 자도 괜찮습니다. 하고 속삭였으면 좋겠다.
나긋나긋하게 휘감겨오는 목소리가 몇번이고 중첩되어 들려오며 파도일어난 잠기운이 밀레의 눈꺼풀을 쓸고지나가고 있었으면 좋겠다.
처음만나는 사람에게 그 민폐를 끼치고 이젠 졸기까지 하면 진짜 최악인데 하고 버티려는 밀레의 귓가에 낮은 웃음소리가 울리며 확실히 날벼락 같은 만남이긴 했죠, 하고 가벼운 온기가 닿았다 떨어졌으면 좋겠다.
귓바퀴부터 귓볼까지 느즈막히 쓸어내리는게 누구의 손길인지, 밀레가 으응? 하고 의아해 하는 사이 잠에 빠져들고 톨비쉬는 손가락 끝에는 진득한 보라빛 무거운 꿈이 묻어난것을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입술로 쪽 소리를 내며 살짝 묻어나온 악몽의 당도를 확인한 톨비쉬가 하지만 이정도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끔 이런 기사노릇도 할만 하네요. 라며 자기 멘션쪽으로 차를 돌리는 것으로 마무리.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871741159437025281
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