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밀레) 부족물AU(패러디)
모AㅏNㅏAU -검색어방지
잠시 카즈윈에게 휴식시간이 생길때면 아무 말 없이 마을에서 두번째로 높은 언덕위로 올라갔으면 좋겠다.
마을을 둘러보던 카즈윈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때면 밀레시안도 자연스럽게 약속의 그 장소로.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만남의 장소가 된 큰나무 아래 언덕에 올라서자 족장의 언덕을 바라보는 카즈윈대신 등뒤에 펼쳐진 수리부엉이만이 밀레시안과 시선을 마주치며 아는체를 했으면 좋겠다.
또 여기 올라와있냐며 카즈윈의 곁으로 다가온 밀레가 오늘도 보고있었어요? 하고 족장의 언덕을 바라보았으면.
후계자여서 그런걸까 아니면 그냥 이 언덕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에 있어서 그런걸까 고민도 해봤지만 카즈윈이 바라보던것은 언덕 너머로 길게 이어진 수평선.
햇살이 반짝이도록 부서지는 바다를 보던 밀레시안이 눈이 부신지 고개를 흔들어 눈을 감고는 양손을 들어 눈썹위에 창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눈이 부시면 그만 보면 좋을텐데 왜 굳이 끝까지 같이 보겠다는건지 가늘게 눈을 뜨고 다시금 언덕너머를 바라보려는 밀레시안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던 카즈윈이 불쑥 손으로 얼굴을 덮어버리며 밀레시안의 눈을 가렸으면 좋겠다.
깜짝 놀라던 밀레시안이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창을 만들던 손을 내려 카즈윈의 손을 붙잡았으면.
눈을 가리는 동시에 너무 그렇게 들여다 보지마. 빼앗긴다. 하고 나지막하게 속삭여오는 목소리에 밀레시안은 뭐를요? 그것도 이 마을의 전설중에 하나에요? 하고 딴소리를 했으면 좋겠다.
키득거리는 밀레시안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카즈윈이 알듯모를듯한 미묘한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이다가 그냥, 여러가지. 하고 대답하고는 일어섰으면.
벌써 내려가냐는 말에 카즈윈은 턱끝으로 언덕아래에서 손을 흔드는 주민들을 가리켰으면.
그러네, 이 마을은 정말 쉴 틈이 없네요. 하고 옷을 털며 일어나던 밀레시안이 카즈윈의 경고를 무시하고 다시금 반짝이는 수평선을 지긋이 바라봤으면 좋겠다.
먼저 내려가기 시작한 카즈윈이 보지못하는 사이 천천히 파란 선 너머를 들여다 보던 밀레시안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술렁이는 마음속 어딘가에 홀려버렸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고 태풍이 몰아치며 거칠어진 파도가 섬 어귀를 위협하던 날, 재앙의 전조인 황금색 별이 어두운 바다 너머에서 떠오르고 누군가가 그 곳에 가서 문을 닫아야한다는 전설이 현실이 되었을때 다른지원자들을 제치고 밀레시안이 나섰으면 좋겠다.
카즈윈은 네가 아니여도 된다고 설득해보지만 밀레시안은 이미 섬 밖으로 나간다는 기대로 가득 차 있었으면.
꼭 내가 아니여도 된다는 것은 나도 안다고, 하지만 그 말은 반대로 누구에게도 공평하게 기회가 있는것 아니냐며 그럼 내가 가장 적격이네요, 하고는 가볍게 배 위로 뛰어올랐으면 좋겠다.
외부에서 온 여행자의 자식이면서 마을안에 가족이 없고 가장 다양한 지식을 접해본 밀레시안이 그렇지 않느냐고 다른 마을사람들을 역으로 설득시켜 버렸으면.
해가 뜨고 잠시 잔잔해지는 파도를 타고 밀레시안이 탄 카누가 출발, 섬의 사람들을 보호하는 입장에 묶여버린 카즈윈이 동이 터오는 바다너머로 사라져가는 밀레시안을 지켜보기만 해야했으면 좋겠다.
걱정하는 마을사람들 사이에서 결국 다시 불려가 버리지 않느냐고 홀로 분노를 삭이던 카즈윈이 소리없이 주먹을 움켜쥐며 아무도 오지 않는 언덕으로 올라갔으면 좋겠다.
카즈윈이 언덕을 찾아낸 것도 굳이 여기에서 휴식을 취한것도 모두 밀레시안이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언젠가 보다 높은 곳에서 바다를 바라볼만한 장소를 찾아 언덕을 오를 것을 예상한 카즈윈이 미리 선수를 친 것이였으면 좋겠다.
애써 다른 사람들을 보내려 한 것은 그 일이 위험하기 때문도 아니고 밀레시안의 항해술을 믿지 못해서도 아닌 밀레시안을 이 섬에 묶어둘 이유가 아무것도 없기 떄문이였으면 좋겠다.
황금 별 밑의 문을 닫더라도 돌아올 이유가 없는 밀레가 그대로 계속해서 수평선 너머로 나아갈것 같은 불안감에 밀레시안을 막으려 헀지만 결국은 떠나버렸으면.
밤을 밝히던 황금별이 떨어지고 까맣게 물들었던 바다가 다시 투명하고 깊은 색을 되찾았지만 수평선 너머에서 돌아오는 배 그림자 비슷한것도 보이지 않는 날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서 밀레시안을 계속해서 기다려 보지만 결국 또 하루 해가 저물고 미련을 버리지 못해 머뭇거리던 카즈윈이 다시 언덕아래로 몸을 돌렸으면 좋겠다.
터널거리는 발걸음으로 마을 어귀에 도착했을때 뻐금거리는 담배를 피고있는 밤하늘빛 쪽진 머리의 노인이 카즈윈을 기다리고 있었으면.
오늘은 돌을 놓았느냐는 말에 대답없이 목례로 스쳐지나가려던 카즈윈이 정수리를 때려오는 담뱃대에 인상을 찡그렸으면 좋겠다.
말주변도 없는 놈이 눈으로만 말하려고 한다며 다짜고짜 카즈윈을 끌고간 노인이 돌무더기를 치워낸 동굴앞에 카즈윈을 떠밀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뭘 하라는거냐고 묻는 표정에 노인은 물어봤느냐 하고 눈쌀을 찌푸렸으면. 돌아올거냐고 물어는 봤는지 아니면 돌아와 달라고 이야기라도 해봤는지, 혼자 앓고 혼자 끙끙대다가 혼자서 정리하고 혼자서 포기할 것이냐면서 한번이라도 무슨 일이 생겨서 돌아오지 못하는건 아닌가 생각해본적은 없느냐고 물었으면 좋겠다.
기다리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저쪽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본적 없느냐는 말에 섬을 떠날 수는 없다고 대답했으면 좋겠다.
누군들 섬의 후계자를 떠나보내고 싶어할까, 하고 코웃음을 친 노인이 담뱃대를 휘둘러 카즈윈의 가슴을 가리켰으면 좋겠다. 노인이 가리키고자 하는것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등뒤에 그려진 수리부엉이의 문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얼른 가서 데리고 돌아오너라 하고 불이 꺼져가는 담뱃대를 뻐금히 빨아들이고는 못봤다는 것 마냥 등돌려 앉아버렸으면 좋겠다.
폭포소리를 쫓아 들어간 동굴 안쪽에는 미리 준비된 작은 배와 밀레시안이 쫓아 나아갔을 황금별에 대한 구절과 찾아가는 글귀가, 밤바다를 가르며 섬밖으로 나아간 카즈윈이 수평선 너머로 도착했을때 이름모를 작은 암초따위에 카즈윈의 섬에서 나는 직물이 널려져 있었으면 좋겠다.
용케도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남아있는 흔적을 따라 또다시 며칠, 황금의 별이 잠든다는 깊은 해구를 둘러싼 반달모양의 섬에 카즈윈이 내려섰으면. 부서진 배의 잔해들과 정성스럽게 모아놓은 몇가지 물건들을 둘러보던 카즈윈이 숲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으면 좋겠다.
밀레시안의 이름을 부르기 무섭게 숲에서 뛰쳐나온 밀레시안이 카즈윈에게 뛰어드는 것으로 마무리.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es/826462560815755267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