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60분 전력

톨비밀레)꼬마 (마비노기전력60분)(실패)

Tecla 2016. 5. 7. 22:31

0507 꼬마 -시간을 너무 넘겨서 태그 없이 올립니다 30분 지각-




"톨비쉬가 어려졌다고요?"


급하게 연락을 받은것은 밀레시안이 일지를 마치고 온 늦은 오후, 과열된 듀얼건을 식힐 새도 없이 부엉이 대신 찾아온 조원에 이끌려 게이트에 돌아온 밀레시안이 빠른 발걸음으로 톨비쉬의 방으로 향했다.

문앞에는 이미 소식을 듣고 온 엘베드의 조원들과 기사단 소속인것 같은 마법사가, 그리고 슈안은 벽을 응시한채 주먹을 말아쥐고 있었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입술을 깨물고 있는 모습이 마치..


"웃지 않으려고 다들 필사적이네요"

"아픈곳을 꼬집지 말아주세요. 밀레시안"


슈안이 크흡 하고 다급하게 숨을 내쉬었다가 벽에 이마를 내리눌렀다.

쿵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그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이 분위기에 밀레시안은 꺼림칙한 눈빛을 띄며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크흑흑 하고 웃는건지 우는건지 모를 격한 호흡소리가 엘베드 조원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

"....안웃었습니다"


뒷짐지고 정색하는 그의 모습에 밀레시안이 방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혼돈과 위선으로 가득찼던 방문 밖과는 달리 방안의 톨비쉬는 아주 평안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곧은 자세와 단정한 얼굴, 가지런히 놓여진 다리위에는 자그마한 책이, 아름다운 푸른눈동자가 집중하는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톨비쉬의 모습이였지만 무언가가 마음에 걸리는 이질감이 그의 손안에서 감돌고 있었다.

인사는 커녕 아는채도 하지 않는 톨비쉬의 등 뒤로 돌아간 밀레시안이 큽,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톨비쉬가 밀레시안의 기척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새파란 눈동자속에서 불안감이 어른거렸다가 사라졌다.


"...와, 누나는 누구에요"


"진짜 안귀엽네"

'톨비쉬 괜찮아요?'


"에....."


입밖으로 생각과 말이 반대로 나왔다는 사실에 밀레시안은 황급히 입을 두드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갑자기 욕을 얻어먹고 잔뜩 풀이죽은 덩치 큰 금발기사의 모습이 밀레시안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쿵 하고 톨비쉬의 책상에 부딪친 밀레시안이 웃음을 참으려하지만,


"누나, 어디 아파요? 밖에 힐러선생님 계시는데 불러올까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톨비쉬의 무릎에서 읽고있던 책이 떨어졌다.

톨비쉬가 그토록 집중해서 읽고 있던 책의 제목은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에린의 역사.

알록달록한 그림을 천정으로 향한채 넓게 펼쳐진 책에서 시선을 돌리는 밀레시안이 필사적으로 책상을 탕탕 내리치며 구조요청의 신호를 보내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엘베드의 조원들이 잽싸게 들어와 밀레시안과 톨비쉬 사이를 가로막아서며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밀레시안을 부축한 엘베드 조원이 작고 빠른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만 웃으세요 밀레시안님"

"당신도 웃었잖아"

"그야....."


방밖으로 나가려는 두사람의 뒤에서 억울한듯한 톨비쉬의 칭얼거림이 들려왔다.


"저 뭔가 잘못했어요? 누나가 저더러 귀엽지 않다고 했어요."

"귀엽... 아, 아닙니다. 저 분이 혼내키려고 그런것은 아니에요. 다른 생각을 하시다가 잘못 말하신것 같아요. 자자, 책을 마저 읽어볼까요?"

"저 이거 다 읽어서 다른거 읽고 싶은데.."

"아, 그럼 다른 책을 가지고 올께요"

"그냥 제가 가서 골라오면 안되나요?"


"어.. 미안합니다. 그건 조금.."


"빨리, 내보내줘요. 지금, 당장,"

"......"


밀레시안이 몇번이고 풀리려는 무릎에 힘을 주려 애쓰는 동안 엘베드의 조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밀레시안을 부축해 문고리 앞까지 다가섰다.

지원을 요청하는 다른 조원의 눈빛을 무시한채 다정함과 순수함으로 가득찬 방에서 빠져나온 밀레시안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미친듯이 킬킬거리기 시작했다.

슈안의 기행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 광란의 웃음.


한참을 엎드려 새는 바람소리로 웃음을 죽인 밀레시안이 입가에 흐른 침을 슬쩍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뒤늦게 빠져나온 조원2가 밀레시안의 모습을 보고 흠칫 놀라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졌다는게, 정신만 어려진거였어요?"


밀레시안이 닫히 방문을 확인하고 속삭이자 슈안이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아침에 5살짜리 어린아이로 속알맹이가 바뀐 알반 최고 기사의 방문 앞에서 밀레시안이 다시 크흥, 크흐흥 하고 시동을 걸더니 앞으로 몸을 숙이며 바닥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 것이 정상처럼 보이는 이상한 날에 이웨카가 떠올랐다.


-


"좋아요, 이제 진정되었어요"

"밀레시안님이 미치신것 같아서 강제환생시켜야하나 고민했습니다"


눈에는 눈물자국이, 손바닥은 빨갛게 부르터 누가보면 싸움이라도 하고 온것같이 엉망이된 밀레시안이 연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톨비쉬의 방 근처의 회의실에 자리를 잡았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다섯, 톨비쉬의 상태를 확인한 힐러와 엘베드 조원 둘, 슈안, 그리고 밀레시안.

일부러 아벨린을 부르지 않은 슈안에게 감사를 표한 밀레시안은 잠겨드는 목에 차가운 물을 흘려넣으며 손부채질로 얼굴을 식히려 애를 썼다.

힐러가 진정한 밀레시안에게 말을 걸었다.


"일단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 보았습니다만."

"정확이 언제부터인거에요?"


"어제의 심야부터 인것 같습니다"


이제 막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찰나에 끼어드는것에 양해를 구하며 엘베드의 조원이 밀레시안의 질문에 대답했다. 힐러는 자신이 말하는것보다 더 나을것 같다며 그에게 발언권을 넘기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엘베드의 조원이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어제 저녁?"

"네, 제가 야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였는데 조장님께서 폭포 근처에 멍하니 서계신것을 발견한것이 이 일의 시작이였습니다."

"폭포요?"

"평소라면 야근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을 분이 밖에 나와있으시길래 저도 기분전환겸 산책나오신건가 했는데..."


"크흡"


옆에있던 조원이 그 때를 떠올렸는지 입을 틀어막고는 손을 내저어보였다. 말을 끊어서 미안하다는 손짓과 함께 급하게 물을 들이키는 동료의 모습에 엘베드 조원은 짠한 눈빛을 보내며 끊어진 대화를 계속했다.


"물거품이 이쁘다고 하실때 상황이 좋지 않다는것을 깨달았죠"

"그거 정말 심각하네요"

"달빛이 아름답지 않느냐고도"

"......."


조원2의 보충설명에 밀레시안은 이만하면 배경설명은 되었다며 고개를 흔들며 말을 끊었다. 

힐러에게서 치료일지를 건내어받은 밀레시안이 눈을 가늘게 뜨며 일지를 내려 놓았다.


"본인도 이 상황을 알고 있나요?"


6살이라는 확실한 숫자에 밀레시안이 손가락을 두드리자 힐러와 조원들은 놀랍게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밀레시안의 말에 동의했다.

이 똑부러지고 완벽주의의 기사님은 남다른 유년시절을 보내왔었는지 혼란스러운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서는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하는 조원의 설명을 들으며 밀레시안은 한숨아닌 큰숨을 내쉬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나이를 먹는 약, 엘리멘탈 리무버, 저주를 무효화하는 약, 신성력주입, 해독초, 라이트닝 엘리멘탈 충격요법 등등 용캐 아이가 잘도 받아들였다는 생각을 하며 각종 상태이상 해제 마법들의 종류수를 헤아리던 밀레시안이 일지를 돌려주며 되물었다.


"그럼 이제 남은 방법은?"

"저희는 시간이 해결해주는것 아니면 무언가 조건을 충족하는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건?"


힐러의 뜻밖의 조언에 밀레시안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뭐, 초승달이 뜨는날밤 이런거요?"

"아니요, 그런 환경적인 요소들도 있지만 이번에는 아마 그런것은 아닐것 같습니다"

"그러면요?"


"그것을 몰라서 지금 이렇게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거든요"


조원의 한숨에 힐러와 조원2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에 무게를 더했다.

밀레시안이 입을 삐죽이며 슈안에게 다른 해결책을 묻는 시선을 던졌다. 슈안은 자신도 어쩔수 없다는듯 손을 들어올리며 난색을 표했다.


"그렇다면 다른 조장님들께도 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슈안의 대답에 안된다고 펄쩍뛰는 두 조원들이 화음을 맞춰가며 앞다투어 고충을 토로했다.

다른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다느니, 일지는 처리할 수 있지만 곧 주간명령이 갱신된다느니, 이정도 공백을 매꾸지 못하면 나중에 배로 돌려받게 된다느니, 아예 돌아오지 못한다는 보장이 없다면 지금 해결해야한다는 필사적인 애원아닌 협박에 반 이상이 자신들의 목숨보전을 위한 것이였지만 일단 톨비쉬의 일을 수습하기를 원한다는 것에서 일치한 밀레시안이 슈안과 힐러에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럼, 일단 내가 한번 들어가 볼께요."


밀레시안이 손을 내보이며 마지막 해결책을 제시해 보였다. 아마 그들도 이런 방법을 원하고 밀레시안을 급히 불러온것이 뻔해 보였다. 밀레시안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었다.


"하지만 정신이 뒤바뀐 신성력안으로 들어가셔도 괜찮은 걸까요? 안그래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저주인데"

"저주인지 아닌지는 들어가 봐야 알겠죠. 슈안 괜찮죠?"


밀레시안의 생각과는 다르게 안에서는 서로다른 이야기가 오갔었던건지 힐러는 바로 염려를 표하며 두손을 들어보였다. 다른 이들보다 신성력의 오염에 민감한 힐러에게 있어서 밀레시안의 링크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자 위험성이 큰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양이였다.

힐러의 염려에 밀레시안은 한번은 믿어보라며 가슴을 두드려보이고는 슈안에게 허가를 요청했다.

힐러의 조언과조원들의 열기어린 응원속에서 슈안은 머리를 감싸쥐며 고민을 거듭했다.

딱히 다른 방법은 없지만 그렇다고 기사단의 또다른 최강전력을 위험에 빠트려도 괜찮은 것인가. 누군가 제 3자의 의견이 있기를 바라지만 회의실의 의자는 이미 포화상태. 슈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밀레시안의 손을 들어주었다. 힐러가 한숨을 내쉬었다.


-


밤이 깊었지만 꼬마 톨비쉬는 잠들 생각이 없는듯 여전히 책을 붙든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한번 낯이 익어서인지 밀레시안이 들어오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 톨비쉬가 조금 주눅이 든 얼굴로 고개를 숙여보였다.

적응이 안되는 인사에 밀레시안이 조금 덜떠름한 얼굴로 문을 걸어 잠궜다.

밖에서 아쉬운 한숨이 들려오는 것에 뒷발로 문을 찬 밀레시안이 웃는 낯으로 톨비쉬에게 다가갔다.

아이가 경계를 풀며 다리를 흔들었다.

자신도 적응이 안되는 긴 다리가 테이블에 부딪치자 곧 그만두었지만 아무튼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는 행동에 밀레시안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톨비쉬가 살짝 입을 내밀고 사과를 건내왔다.


"죄송해요. 테이블을 걷어찰 생각은 아니였어요"

"그렇게 사과 할 필요 없어요."

"음... 그치만 소파에서 다리를 흔드는건 역시 나쁜 행동이니까..."


밀레시안이 눈높이를 맞춰 소파에 걸터앉자 톨비쉬의 뺨에 불그스름한 혈색이 감돌았다.

이사람 지금 얼굴을 붉히는건가 하는 충격도 잠시 톨비쉬가 머뭇머뭇 사과를 건내왔다.


"아까 제가 인사를 하지 않아서 화나신건가요?"

".....아니 화가나지는 않았어요"


밀레시안은 첫 조우때의 귀엽지 않다는 말을 신경쓰는 톨비쉬를 보며 자신의 생각을 수정했다.


"다른 생각을 하다가 말이 잘못나온것 같아요, 미안해요"

"엘베드 기사님도 그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화나게 한것이 아니라면 다행이에요"


귀엽다. 얼굴도 붉힐줄 알고 뒤끝도 챙길줄 알고.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충동에 밀레시안이 주먹을 말아쥐는 동안 톨비쉬는 살짝 미소지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평소에도 이렇게 애교있게 행동하면 좋을텐데, 그런생각도 잠시 꼬마 톨비쉬는 빙긋이 웃으며 밀레시안에게 말을 걸었다.


"누나를 보니까 왠지 안심이 되어요. 누나는 제 소중한 사람인거죠? 그쵸?"

"...어, 슈안들이 설명해줬나요?"


밀레시안이 부정하지 않는것이 기쁜지 톨비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긋 웃어보였다.

밀레시안은 주먹깊숙히 손톱을 박으며 만지면 안돼. 라고 자신의 이성을 붙잡았다.

톨비쉬가 밀레시안의 주먹에 손을 얹었다. 거칠고 투박한 손바닥의 감촉으로 아이의 작고 하얀손이 겹쳐보였다. 


"누나를 보는 순간 왠지 가슴이 뛰었거든요."

"작업멘트는 어릴때부터 날렸구나"

"어머님이 아버지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뛴다고 하셨느데 그게 무슨말인지 이제서야 알 것..네?"

"아, 아니에요. 계속 말해줘요"

"......"


밀레시안의 문화충격성 멘트에 톨비쉬가 부끄러움을 참고 조잘조잘 이야기하던 것을 를 끊고는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었다. 지금 입맞추면 범죄인건가. 밀레시안의 이성줄이 위험하게 흔들리며 윤리의 선을 자극했다. 그만둬, 소울스트림에서 잡아간다. 밀레시안이 눈을 질끈 감는 동안 톨비쉬는 무슨생각을 하는 것인지 가만히 고개를 숙여 밀레시안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이 여섯살이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 방법이 없지만 일단 밀레시안은 피하지 않은채 톨비쉬를 마주했다.오래간만에 속눈썹이 보이는 거리에 마주했다는 감상도 잠시 톨비쉬는 가만히 밀레시안을 들여다 보았다.


"사실 어제 밤부터 무척이나 불안했어요. 분명 알반의 기사단같지만 제가 알던 기사단도 아니고 제 몸도 이렇게 커다랗게 되었고.."

"응, 그랬겠네"

"팔다리도 길어서 걷는것도 어색했어요. 눈높이도 엄청 높아져서 왠지 말에 태워진 느낌이라 무서웠고요"

"........."


밀레시안은 웃음이 비집고 나오려는 것을 참기위해 필사적으로 입술을 꾹 다물었다.

너무나도 사소한 비유와 아이다운 두려움에 금방이라도 끌어안아 괜찮다고 다독여주고싶었지만 눈앞의 아이는 건장하다못해 다부진 체격의 성인 기사, 눈동자속의 어린아이를 쫓으며 밀레시안이 이마를 툭 기대어 왔다.

지금 링크를 해야할까, 고민하는 밀레시안의 손바닥쪽으로 톨비쉬의 손가락이 파고들어오며 담담한 한숨을 더했다. 톨비쉬가 조금 속상한듯이 낮게 읊조렸다.


"아무도 저를 원하지 않아서 무서웠어요"

"....?"

"제가 여기 있는게 잘못인것 같았고,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안될 것같았고..."


그래서였구나, 밀레시안은 왜 이 어린 아이의 영혼이 그 많은 힐러들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는지 깨달으며 눈을 깜빡였다. 초조한것은 어른들 뿐만이 아니라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꼬마 톨비쉬는 큰 몸을 움츠리며 불안한 눈동자를 깜빡였다. 어른의 창 넘어로 아이가 발돋움을 한 채 이쪽을 엿보고 있었다.


"누나도 제가 여기 있는게 싫으신가요?"


여섯살, 이제 막 세상을 보고 검을 잡았을 아이. 밀레시안의 머릿속에 그 두마디가 똑똑하게 떠오르며 손톱을 박아넣었던 손에서 힘을 풀었다. 맞잡은 손의 온기가 마음에 드는지 톨비쉬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부벼왔다. 가리거나 숨기는것없이 활짝 열려진 마음 저편이 신성력을 통해 엿보이는 모습에 밀레시안은 저도모르게 톨비쉬의 마음에 손을 뻗으며 눈을 감았다.

어릴때는 이렇게라도 표현을 했었구나. 밀레시안은 새삼스럽게 지금의 톨비쉬는 어떨까 생각하며 속삭였다. 당신은 이런 말을 원했던게 아니였을까.


"아니, 아니에요. 싫어하는게 아니야."


맞닿은 푸른 불꽃속 넘어로 시간속에 길을 잃은 어린 톨비쉬가 어른거렸다. 새하얀 알반의 스테이지에 도착한 밀레시안이 조금 울적해보이는 아이를 안아들며 조심스럽게 다독였다.

하루를 꼬박 새워 헤매인것이 고단했는지 아이는 금새 밀레시안의 품을 끌어안고는 눈을 감으며 고른 숨소리를 내었다.


어리고 여린 당신을 품에 안고 어딘가로 숨어버린 또다른 당신을 찾으러가야지. 


밀레시안은 어딘지 비틀어진 신성력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며 나지막하게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무슨 영문인지 모를 일이였지만 이런 저주라면 가끔씩은 나쁘지 않을지도.

톨비쉬와 엘베드 조원들이 들으면 기겁할만한 생각을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훈련소의 문을 연 밀레시안의 앞에 잔뜩 오염된 신성력들이 고개를 들며 밀레시안을 노려보았다. 

밀레시안이 느긋하게 듀얼건을 재장전하며 발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