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오블완
- 설원
- 좀비
- 액체
장기- 과일/산딸기
+) 키워드는 니힐 랜덤 키워드 https://nihilapp.github.io/keyword
설원을 헤매에는 한 여성 탐험가가 있었다.
본래는 그녀가 아닌 그녀의 남동생이 탐험가로 탐험가들 사이에서는 꽤나 실력있는 인재로 촉망받던 이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불의의 사고란 아이러니하게도 마차사고였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알 수 없는 신비의 유적을 지나 거대한 석상을 이겨냈던 동생치고는 너무나도 허무하고 온전한 죽음이었다.
항상 자신이 언제 어디서 죽을 지 몰라 머리카락을 한웅큼 잘라놓고 갔던 과거에 비하면 시신이라도 제대로 돌려받은 육지의 죽음은 얼마나 온건하던가.
바위를 밀어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온 손목만 잘라 돌아온 것도 아니었고 훗날 시신이 없었다는 이유로 얼굴을 가린 못된 사기꾼에게 시달릴 염려도 없었다.
아이의 부모는 연신 사죄와 감사를 반복하며 그녀를 선의의 지옥으로 밀어넣었다.
그래. 아이는 죄가 없지. 그러나 아이가 도로에서 뛰어놀고 있을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던가.
내 동생이 말에 치여 피투성이가 되어 날아갔을 때, 왜 힐러를 부르지 않고 비명만 지르며 제 아이만 챙겼던가.
원망과 분노가 가득차 그들을 노려보고 싶어도 세상의 시선이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의 동생은 영웅이 되었고, 마부는 죄인이되었으며 아이는 선량한 피해자가 되었으니까.
맞나? 이게 맞던가? 잘 모를 일이었다. 평소 인망이 좋았던 동생에게는 아주 많은 친구들이 있어 그녀가 넋을 놓고 있었을 때도 모든 일을 정리해 주었으니까.
흔히 갑작스럽게 많은 보상금을 얻은 친구의 가족을 등쳐먹는다는 사고조차 없을정도로 그들은 헌신적이었고 모든 보상을 그녀에게 몰아주었다.
비통한 일이었다. 누구하나 나에게 못되게 굴어주었다면 그를 원망하며 이 가슴속에 가득찬 울분을 토해냈을텐데.
아이를 원망할 수도 없었고 인생이 끝났다는듯 우는 마부를 나무랄 수도 없었다. 충실한 동생의 친구들과 상냥한 친구들. 예의를 다하여 전달된 보상금과 충분하게 주어진 애도의 시간.
당장 그녀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칩거한다 하여도 모두가 이해한다는듯이 웃을만큼,
이곳은 완벽하고 아름다운 세계였다.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부와 명예 앞에서 그녀는 어떠한 미래도 상상할 수 없었다.
동생이 많이 그립지요?
아니었다. 집에도 잘 안들어오는 원수같은 동생새끼.
소름끼치게 머리카락만 잘라두고 떠나는 주제에 내가 진짜 멋진 거 보여줄게! 아니! 누나에게는 엄청 맛있는 과일이 더 좋겠다! 나만 믿어! 요즘 연금기술이 발달해서 보존식도 잘나와! 라던 탐험밖에 모르던 바보자식.
부모님을 일찍 여읜탓에 철이 너무 빨리 들어 귀엽지도 않은 동생이었고 그러면서도 제 몫보다는 사람을 챙기기를 좋아해서 호구라는 소리도 듣던 아이였다.
그래서였나 그래서 그 모든 노력이 이와같은 금과 명예와 사람으로 돌아와 버렸던가.
그녀는 이 모든것을 돌려줄테니 다시한번 동생을 만나 등짝을 후려갈기며 머리카락 자르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다. 편지를 쓸 때 괜히 아련하게 사망플래그 좀 꽂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먹고싶을 때 알아서 사 먹을 테니까 심부름하지말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누워있다가 누나 아르페지오 홀 치킨 알아? 아~ 오늘따라 닭고기가 땡기네 라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부모님의 장례식 때 처럼 어린아이마냥 이불을 뒤집어쓰고나서야 겨우 울음소리를 내지를 수 있었다.
이제는 동생이 잠들었을까 이제 울어도 되는걸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었고 목이 쉬는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어서, 그녀는 그 옛날의 서러움까지 긁어모아 피를 토할때까지 소리를 내질렀다.
다시 이불밖으로 나왔을 때 그녀는 무언가 줄이 끊긴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험가가 되어야겠어. 지금 당장.”
그렇게 그녀는 장례를 끝마치자 마자 직장을 그만두고 체력을 단련하기 시작했다.
우선 동네를 달릴만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자 그녀가 미쳤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여 미련없이 추억이 담긴 집을 정리하고 탈틴으로 이사하기 까지 했다.
덕분에 동네에는 그녀가 미쳤다는 소문이 기정사실화 되어버렸지만 그녀에게는 더이상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차라리 동생과 함께 모험을 하거나 인연을 맺은 동료들이 있는 탈틴이 훨씬 더 도움이 되었으니 집을 이사하는 것에 미련이 있을 리 없었다.
다행히 탈틴의 동료들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금세 이해했다.
당연히 이해하고말고. 누나 마음도 모르고 이대륙이나 쏘다닌 놈이 야속한 것은 여전했지만 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고 한탄하기보다는 산 사람이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 아이가 매료된 세상을 보고, 그 아이가 사랑했던 풍경을 보고, 그리하여 무엇이 그 아이를 그렇게 움직였는지를 알고 싶었다.
왜 이 잔인한 세상에 나약한 나만 남겨두고 갔느냐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튼튼하고 강인한줄 아냐고 쥐어박으려면 힘이 있어야 했다.
광장을 한바퀴 뛰어 도는 것에서 성벽을 따라 돌기까지. 1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검을 잡았다. 활은 재능이 없었다.
가장 추천받은 것은 전투 연금술이었지만 혼자 여행하려면 검도 알아야한다는 설득에 두 개 다 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여행지로 피시스를, 그것도 혼자서 간다고요? 괜찮겠어요?
모른다. 안 괜찮겠지. 애초에 괜찮은 여행을 하려거든 교역길드에서 부가적으로 운영하는 라노지역 관광패키지를 구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삶을 즐기려고 모험가를 자처하는게 아니었다.
죽으러 갈 것이다.
그러나 죽으러 가는 모험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려 할 것이기에 그녀는 일단 살아야 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양분삼아 뛰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기력이 빠진 모메 다시 음식을 쓸어 담으며.
그렇게 살아야 했다. 그렇게 해야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
마치 반짝이는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모두를 기만하듯 살아갈 수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녀는 켈라 베이스 캠프에 내려섰다.
요즘은 항로가 발달하여 바로 셀라해변에 내려설 수도 있겠지만 그 아이가 모험을 시작할 적에는 그런 것 따위는 없었기에 그녀 또한 미련없이 멀리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장비를 점검하고 누베스 산맥에 이를 때까지는 동생의 옛 동료들, 아니 이제는 그녀의 동료들이 되어버린 모험가들이 함께 동행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의 모험은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으니까.
누군가는 그녀가 결국 포기하거나 실패할거라고 비꼬았고, 누군가는 그녀의 재산을 질시했다.
누군가는 그녀의 도전을 흥미진진하게 보았으며, 또 누군가는 그녀가 가족에게 보내는 헌신을 경애했다.
“저기 보이는 커다란 동굴이 솔레아로 향하는 지하터널 입구에요. 우리가 같이 가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고요. 잘 할 수 있으시죠? 지도랑 나침반, 여분의 발광결정은 잘 챙겼어요?”
“네. 다 챙겼어요. 장비도 제대로 분산해서 장비했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여신의 날개도 여러 장 챙겼어요.”
“좋아요. 우리는 여기 원숭이 문양에서 나흘간 머물다 갈 예정이니까 안되겠다싶으면 미련없이 돌아와요. 알았죠? 명심해요. 당신에게는 제한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리하게 달성해야할 퀘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언젠가 동생과 함께 여행했다던 엘프 여행자, 우나. 개인의 자격으로 셀라해변에 가기 위해서 인간 여행자를 구하여 동행한 것 뿐이라지만 이따금씩 그녀가 가진 로켓을 의미 모를 눈빛으로 보던 그녀는 진실한 마음을 담아 그녀의 양 어깨를 힘주어잡고 또박또박하고 명료한 발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꼭 다시 만나요, 미헬.”
“……네.”
“살아서. 다시 만나요.”
“…….”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나 또한 더이상 대답을 재촉하거나 그 의미를 추궁하지 않았다.
그저, 그것으로 되었을뿐.
그렇게 그녀는 어둠속으로, 무저갱과도 같은 깊은 동굴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단단히 장비를 갖추었음에도 어딘지 불안해보이는 모습에 동행한 한 모험가는 저도 모르게 카루숲 유적의 한 구절을 되뇌였다.
“오, 여왕이여.”
우나는 바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닥치게 만들었지만 모두가 그 구절만으로도 뒤따라오는 구절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오, 여왕이여. 명계의 율령은 완전한 것 여왕이여 명계의 의식에 대해서는 묻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여왕을 칭송하거나 경외하기 위한 것이 아닌 조롱의 문장.
아무것도 모르는 오만한 여신의 권위를 상징하는 장신구를 빼앗기고 스스로 고난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말하는 구절이었다.
마치 지금의 그녀처럼.
아무리 단단히 준비한 장비들이라 하더라도 경험이
없다면 짐과 다를 바 없었기에 모험가들은 염려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원숭이 문장 앞에 텐트를 치고 그녀를 기다렸다.
당연하겠지만 오늘 저녁당번은 재수없는 방금 빛나는 항아리 거미의 어구를 외문 모험가의 몫이었다.
그는 겸허히 자신의 죗값을 받아들었다.
◆
한편 미헬은 그들의 염려와 달리 수월하게 지하터널의 중반을 지나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안에는 미리 헤매고 있던 밀레시안이 한 마리, 아니 한 명 있었고 그 생태교란종 모험가는 미헬이 가진 지도와 등불을 반갑게 여기며 동행을 부탁했다.
밀레시안은 그녀가 어떤 이유로 여행을 하는지, 무슨 이유로 혼자 이곳에 들어왔는지 따위는 관심 없었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모험가였고, 그것이 당연한 세계에 사는 사람이었을뿐.
미헬은 언젠가 동생이 흥분에 차서 보냈던 편지 속 밀레시안의 행동과 똑같은 모험가를 보며 잠시 평범하게 웃을 수 있었다.
머리위의 헤일로도, 함께 떠다니는 인형도, 등 뒤의 날개와 꼬리도 모두 동생이 말했던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사람이 왜 그런 꼬리와 날개를 달고 다니냐며 동생의 편지를 과장된 것이라 무시했지만 눈앞의 밀레시안은 진심으로 그 장신구들을 자신의 신체의 일부인양 부지런히 챙기고 다듬으며 지하터널을 앞서나갔다.
동생의 말대로 그들의 압도적인 무력은 그 특이한 패션을 고수하기 위해 발달된 일종의 방어기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호위였다.
그녀는 동생이 했던 것처럼 ‘그런데 그 날개랑 꼬리는 패션인가요?’라는 무심한 질문을 피하기 위해 대화 주제에 신중을 기하며 최대한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말이야. 분명 선배는 왼쪽 위로만 가면 길이 나온다고 헀는데 지금 한창 오른쪽으로 왔잖아! 완전 속았다니까!”
미헬은 그 ‘선배’라는 밀레시안이 반드시 왼쪽길만 선택하라고 하지는 않았을거라 확신했지만 밀레시안의 명예를 위해 그 말은 꺼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말이지, 미헬을 만나지 않았다면 큰일날뻔 했다니까?!”
“아하하하.. 그렇지는 않았을 거예요. 분명 조금만 더 찾으셨으면 제대로된 길을 찾을..”
”어, 저기 빛이 보인다! 출구인가봐!”
“찾을 수…”
찾을 수 없었을까? 정말 저 밀레시안은 길을 잃었던 것이었을까?
미헬은 뒤늦게 든 의구심에 발을 멈추고 밀레시안을 바라보았다.
이미 출구를 향해 달려가는 밀레시안은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은채 천진난만하게 앞을 향해서만 달려나갔고, 빛 속에 몸을 반쯤 걸치고 나서야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혼란스러워 하는 그녀에게 밀레시안은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며 그대로 빛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동생이 편지에서 말하던 그 날의 경험담에서처럼.
미헬은 서둘러 밀레시안을 뒤쫓아 출구로 달려갔지만 역시나 밀레시안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당연했다. 그들은 길을 잃지 않는다. 그들의 인형은 길을 밝히는 것은 물론 적의를 가진 존재까지도 탐지하는 기능이 있었고, 정 귀찮으면 소울스트림의 힘을 이용해 원하는 위치로 이동할 수 있으니까.
동생은 세상에 취미로 인명구조를 하는 밀레시안도 있었다며 그들이 세상을 구하는 것도 분명 취미의 일부일거라고 투덜거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틀렸다.
일부러 같은 날개를 달고, 같은 인형과 같은 꼬리를 챙겨서 그녀의 앞에 나타난 밀레시안은 분명 그녀를 알고 있었다. 그도 알고 있었고.
미헬은 커다란 별이 그려진 솔레아를 내려다보며 그 때 그에게 답장했던 자신의 편지문구를 떠올렸다.
“뭐라는거야 바보야.”
하고싶었던 말이 있었다.
“사람을 구하는 것에 이유가 뭐가 있어. 그냥 구하는거지.”
동생의 죽음을 측은하게 여기면서도, 요즘 그런 젊은이는 또 없을거라 칭찬하는듯 하면서도.
“취미인지 뭔지가 뭐가 중요해. 도움을 받은 사람이 고맙다고 여기고, 그 고마워하는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면 그만이지.”
그런 그를 조금은 미련하다고, 세상에 영웅이 되려는 바보가 아직도 있었다고 비웃는 사람들에게 쏘아붙이고 싶은 말이 있었다.
“사람을 구하는 것에..”
바보가 아니야. 미련한게 아니야.
“무슨 이유가 필요해!!!!!!”
내 동생은 영웅이 ‘되려는’ 것이 아니었다.
보상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칭송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 누구도 그의 마음에 가격을 매길 수는 없다. 가치를 환산할 수 없다.
아무도 함부로 그의 인생을,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바보 멍청이들아!!! 바보는 너희들이야!!!”
나는, 내가 받은 그 아이의 목숨값은.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지탱하기 위해 최소한의 단위로 분해한 삶의 요소중 일부로서 받은 것 뿐이다.
미헬은 장례식장에서 그렇게 못다내지른 가시박힌 말을 내지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도 없는 고산 증턱의 평원에서 울려퍼진 수신인 없은 욕설은 그렇게 파도소리에 묻혀 쓸려내려갔다.
미헬은 다시금 마음속에 충만하게 차오르는 흥분을 가득 눌러담고 짐을 내렸다. 밤이 지나고, 다시 설원을 향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정말 온전히 혼자 걸어야 하는 동굴에서 미헬은 침착하게 준비했던 무기와 도구들을 이용해 길을 뚫기 시작했다.
앞서 밀레시안이 보여주었던 그대로.
옷하나, 장비하나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신중한 전투였다.
◆
그렇게 길을 나아가는 동안 미헬은 몇 번의 위기에 부딪쳤다.
중요한 장비를 잃었다.
설원늑대 때에게 식량을 빼앗기기도 했다.
나침반이 고장나 눈보라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정말 막막했지만 탈틴의 자이언트 친위대에게 배웠던 체력보존 방법과 길을 찾는 방법이 그녀를 살렸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셀라 항구에 닿았을 때는 정말 모험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울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건네준 한 잔의 코코아가, 또 언젠가의 동생이 보낸 편지와 닮아있어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
맛있었다.
자이언트들은 코코아에 매콤한 향신료를 타는 순간부터 어른이라던 동생의 말이 떠올라 새빨갛게 얼은 코를 찡그리며 웃어버렸다.
그녀의 동생은 끝내 그 매콤한 코코아가 별로였다고 말했지만 그녀의 입에는 썩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길을 가기에 앞서 그녀는 간단한 퀘스트도 부탁받았다.
소용돌이 문양이 있는 언덕위에 있는 동료 랄프에게 화이트 허브를 전달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어차피 피시스를 들려 제대로 된 탐험 장비를 새로 구입해야 했기에 미헬은 어려운 고민없이 코코아를 배풀어준 블랙레이븐의 부탁을 수락했다.
화이트 허브꾸러미까지 미리 준비해준 덕분에 그녀의 어려움은 딱 하나 뿐이었다.
“그러니까.. 랄프씨?”
“….멍!”
“저는 레드고요. 얘가 랄프에요.”
미헬은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추위탓으로 돌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그 옆에있던 산드라라는 자이언트가 너무나도 유쾌하다는듯 웃어버렸지만 말이다.
◆
발레스에 도착하였을때 미헬은 완전히 지쳐있었다.
그녀는 숙소를 잡자마자 정신없이 골아떨어졌고, 그 사이 몇차례인가 부엉이가 날아올랐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미헬, 몸은 좀 어때요? 음… 아직 바르바 분지까지는 멀었으니까 긴장을 완전히 풀면 안되는거 알죠?”
자신을 불편해하는 자이언트들을 병풍취급하며 다가온 이는 누베스 산맥에서 헤어졌던 엘프 모험가, 우나였다.
그녀는 제더에게 떠밀려 멀어지는 반스트(이미 술에 취해있는지 우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뭐라 떠들고 있었다. 아마.. 피시스에 엘프가 들어오다니 말세라고 신경질을 부리고 있는듯 하다.)를 자연스럽게 미헬의 시선에서 차단시키며 그녀를 어스킨 뱅크쪽으로 이끌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모험가 조합에 미헬의 이름을 의뢰해놨거든요. 혹시나 당신이 어떤 여관이나 의료기관에 머물렀다는 서명이 적히면 나에게 알려주기로.”
“네?”
“아, 물론 선의의 의도라는걸 증명해야 해서 이번 여행만 간신히 허락받은 거예요. 다음에는 절대로 그럴 일 없으니까 안심해요.”
우나는 미헬에게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려했지만 미헬은 이미 우나가 무엇을 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모험가 커리어를 걸고 미헬의 보증을 서 준거나 마찬가지였다.
미헬은 당신이 내게 그럴 필요 없다며 다시한번 명확하게 그녀의 과도한 친절을 거절하려했지만 그녀가 자신의 은행에서 꺼낸 물건을 보자마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동생이 사용하던 탐험장비였다.
“사실 셀라 항구에서부터 연락은 받았는데 너무 쫓아다니면 싫어할까봐 당신이 피시스에 오길까지 기다렸어요. 당신이 눈보라속에서 장비를 많이 잃었다고 들었거든요.”
왜인지는 모르지만 우나의 말과 동시에 한 모험가가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다른 동료들이 그를 노려보거나 괜히 한대 후려치는등 그에게 작은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녀의 앞에선 늘 친절하려 애를 쓰는 우나까지도 꽤나 싸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다가 미헬의 시선을 발견하자마자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웃어보이기까지 했다.
“신경쓰지 말아요. 괜한 말을 입에 올린 벌이니까. 그보다. 새 장비를 사는 것보다 이것을 사용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당신을 찾아왔어요. 선택은 당신 마음이지만.. 나는 언제나 이걸 당신에게 돌려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건.. 그 녀석이 당신에게 이 장비를 넘긴다고 미리 서명해서 당신에게 보내진 거잖아요. 내게 유품으로 주고싶었던 것이 아니라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요.”
“맞아요, 하지만..:
“나는 내 동생의 유언에 손대고 싶지 않아요.”
미헬의 단호한 거절에 우나는 아주 잠시 말을 고른 뒤 평이한 어조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 때의 그는 당신이 모험가가 될 줄 몰랐잖아요?”
미헬은 우나의 눈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되물었다.
“우나 씨는 내가 모험가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럴것이다.
당장 저기에 지나가던 자이언트에게 물어보아도. 혹은 던바튼을 지나가는 백 명의 사람에게 되물어도 미헬은 이제 어엿한 모험가로 보일만한 눈빛과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질문은 그런의미가 아니었다.
“………”
“내가 왜 이 길을 떠나는지 알면서?”
미헬은 공허하게 웃으며 양 팔을 벌려보였다.
“내게 살아돌아오라고 당부하고 있으면서?”
그 모습은 마치 나비처럼 팔랑거리는 귀여운 몸집으로 보였지만 그녀의 눈은 솔레아의 지하터널보다 깊고 어두워보였다.
“만약에”
그러나 그 눈은 그녀만이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나는 버석하게 마른 입술을 깨물어 딱 달라붙은 입을 억지로 벌리며 대답했다.
“당신이 이렇게 길을 나서지 않았다면.”
쩍쩍 달라붙는 침이 불쾌했다.
분명 자신의 입이고, 자신의 말이건만 우나는 그 말을 하는 것이 마치 타인의 목소리와 타인의 입을 빌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낯설었다.
“이 장비는 분명 내가 사용하고 있었겠죠.”
어쩔 수 없었다.
친절하고 상냥한 우나는 감히 그의 하나뿐인 가족 ‘미헬’에게 이렇게 날을 세우면 안되었을테니.
속내를 숨겨야한다는 강박과 그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그녀의 영혼을 갈라 이러한 이질감을 만들어내었다.
“당신이 걸으려는 길을 똑같이 걸으며.”
그랬다. 만약 미헬이 미치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추억이 깃든 집을 그토록 미련없이 정리하지 않았다면.
탈틴에서 일년하고 4개월을 달리지 않았다면, 다시 반년을 단련하고 다시 반년을 수행하고.
이리아에 오지 않았다면. 솔레아에 도착하지 못했다면.
눈보라속에서 길을 잃고 셀라항구에서 그냥 돌아가버렸다면.
이 설원에서 죽고자 하는 것은 분명 그녀였을 것이다.
미헬은 그녀가 왜 자신의 보증을 자처하고 나섰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질투였다. 선망이였다. 연민이었고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는 자괴감에 몸부림치는 그녀의 마지막 단말마였다.
사랑했던가. 동경했던가.
그 만남은 정말 짧았던 동행이었던가.
모른다. 알 수가 없었다.
이 낯선 이종족의 동행에 대해서만큼은 그의 동생이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편지에 잠깐 셀라항구를 다녀왔고 같이 동행한 사람이 있었으며 ‘그 사람’의 이름이 ‘우나’라고만 말했지 그 사람이 여성이며 그렇게 간절한 눈으로 자신의 로켓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는 설명하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것은 그녀 혼자만의 바람인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쩌면, 이 멍청한 동생이 생애 처음겪는 첫사랑에 아무것도 못하고 돌처럼 굳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아, 미헬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그녀에게 있어 동생 루데크는 멍청하고 귀여운, 그렇게 영원할 것 같은 작은 남동생이었지 이토록 많은 사람을 만나고 넓은 대륙을 두려움 없이 전진해 나아가던 모험가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죽지 않았더라면.
아주 조금의 시간과, 아주 조금의 기회와, 단 한번의 만남만 더 있을 수 있었더라면.
그녀는 자신에게 아무런 자격도 없음에 괴로워하며 하나뿐인 그의 가족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
그녀에게 헌신하는 것을 위안삼으며 그런 자신을 자조하지 않을 수 있었으리라.
절망하지 않았으리라. 희망을 갈구하며 수십 수백번씩 자신의 가슴을 내리치지 않았으리라.
이 영혼이 찢겨 너덜거릴 때까지.
미헬은 마른 사막처럼 버석거리는 그녀를 끌어안고 울음을 참았다.
자이언트로 가득찬 이 낯선 설원에서 그녀를 약하게 보이게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 멍청한 자식은 왜 설원을 동경하여 죽어서도 이 고생을 시키는가.
멋드러지게 사막을 오시하는 대장군의 포부를 가지면 어디 덧난단말인가.
그리하여 이 사막에 작은 비가 내리는 결말정도로 끝나게 했다면.
나도 편하고 너도 편하고 우나 또한 편히 마음을 털어낼 수 있지 않았겠는가.
아… 정말 죽고싶었다. 하나뿐인 가족을 잃어버려서.
미쳐버리고 싶었다. 그녀의 가족을 이리저리 품평하는 사람들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어버리고 싶어서.
그럼에도 살아야 하기에 달렸고, 죽지 못해 이곳까지 기어들어와 너를 이해해 보고자 애를 썼다.
그러나 삶의 궤적이 전혀 달리 살았듯 너를 사랑한 사람 또한 나만 남아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앞에 절망하고 죽고자했던 미친 사람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녀는 장례식장조차 찾아오지 못해 마지막 작별을 고하지도 못했으며, 그녀앞에 도착한 장비를 보며 다른 이들에게 의구심 섞인 눈빛을 받아야 했다.
혼수는 못할망정 유품부터 남긴 멍청한 동생이 그녀의 동생이라는게 너무나도 한심스러웠다.
그리고 그렇게 멍청한 동생과 똑 닮은 가족이었던 만큼, 한심스럽고 눈치없는 것은 그녀또한 마찬가지였다.
미헬은 이 3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단한번도 우나가 묻지 못했던 말을 대신 답해주었다.
“루데크의 묘비는 이멘마하 공동묘지 52구획 1-5번에 있어요.”
“………..”
“같이가요. 내가 돌아오면.”
우나는 서러운 물기가 얼어붙어 만들어진 얼음을 씹어 삼키며 대답했다.
“살아서."
“네. 살아서 돌아오면.”
그렇게 살기 위해서.
이번에는 우리 모두를 살게 하기 위하여 미헬은 동생의 장비를 집어들었다.
목표는 바르바 분지, 그녀의 동생이 최초의 탐험자가 되겠다고 큰소리쳤던 피시스 최 북단의 얼음동굴이었다.
◆
“그런데, 피시스에 가서 뭘 하려고요?”
미헬이 처음 동생의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루겠다고 나섰을때 그 끝이 동굴의 탐험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로켓을 묻어두고 오려고요.”
“어~ 그러려면 땅을 꽤 깊게 파야할텐데. 설원의 들짐승들은 꽤나 유난스럽거든요. 얼어붙은 땅을 파려면 제대로 된 도구나.. 음.. 마도구를 가져가야 할 것 같네요. 당신 완력으로는 얼음을 깨는 것도 힘겨울테니.”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했다.
그녀가 가려는 곳은 들짐승이 있는지, 아니면 제대로 된 짐승이 있는 지도 의문스러운 곳이었으니까.
얼어붙은 땅 피시스, 그 최북단인 바르바 분지에는 자르딘과 피시스를 나누는 이리니드의 결계가 있는 것으로 유며하지만 사실 그보다 조금 왼쪽의 북쪽 끝에는 자그마한 동굴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다.
뻗어나아간 방향을 보자면 그 또한 자르딘 지역으로 이어져 마땅했으나 이리니드의 힘으로 결계가 세워진 자르딘에 샛길따위가 존재할리가 없었다.
그러면 이 동굴은 왜 존재하는 걸까.
동굴은 오랫동안 모험가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주제로 언급되었다.
그리하여 몇몇은 실제로 들어가보기도 했고, 그 소문을 듣고 또 가본 이들도 제법 존재했으나 결국 들려오는 대답은 모두 동일한 ‘아무것도 없었다.’라는 대답이었다.
그렇다보니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얼음 벽과 눈덩이, 사람만한 고드름이 가득한 그곳을 제대로 탐험하겠다고 하는 이는 점점 줄어들어갔으며 결국 모두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더욱이 이리니드의 결계가 무너지고 자르딘 지역이 발견되며 왕립 지질학회원까지 정식으로 파견되었으니 이제 그 무의미한 얼음굴을 파고들어가보자 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동생은 바로 그 쓸모없는 동굴에 매료되었다.
“내 생각에는 조건이 필요한 것 같아.”
마치 콘누스의 지하굴의 몇몇 동굴들이 특정한 조건이나 문구에 반응하는 것처럼, 그는 피시스에도 고대 종족의 손길이 닿은 동굴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피시스와 관련된 그러한 특수한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그는 우연히 지하 터널에서 만난 사람을 구조하는 취미를 가진 밀레시안에게 뜻밖의 조언을 전해들었다.
“피시스에 있는 이리니드의 결계는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틀어 막은거야. 그러니 네 말 대로라면 그 결계를 우회하여 그곳으로 가고싶어하는 열망이 열쇠가 되겠지.”
감히 신의 뜻을 거스르면서 까지, 위대한 의지가 금지한 그곳으로 다시금 향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얼어붙은 빙벽을 파고들어가게 만들었나.
밀림에 있던 유적속 고대 자이언트의 기억은 그들의 선조가 세상을 불태우는 드래곤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땅속을 파고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다. 그들은 드래곤이 있는 그 곳으로 가고자 했다.
왜?
피시스와 자르딘을 번갈아 다녀오며 자르딘에서 복원 화석들을 몇 점 구한 루데크는 마음의 확신이 섰다며 누나 미헬에게 다음 여행은 반드시 바르바분지의 얼음동굴의 비밀을 밝혀보이겠노라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그리움이야, 누나.”
카루숲 유적의 빛나는 조각들을 모아 복원했다는 유물 수집서의 복사본과 셀라해변 주변에 자생하는 빛나는 나무열매의 생태보고서를 늘어놓고 거실을 장악하고 있던 루데크는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거리며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그 얼음의 비밀을 녹여낼 수 있을거야.”
그럴까? 정말 그럴까?
너는 왜 그 비밀을 밝혀 무엇을 이루려고 했을까.
모험가로서의 명예를 위해? 신비를 파해치는 꿈을 위해?
의미도 모르겠고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무지했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얼음벽 위로 미헬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동굴이라하기에 민망한 빙벽 아래의 작은 공동.
더이상 나아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그곳에서 미헬은 잠시 망설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거울처럼 반질거리는 얼음의 벽 위로 얼뜨기 같은 그녀의 모습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비춰지고 있었다.
미헬은 그 거울속 자신을 경계하듯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말을 고르기 위해 눈을 꼭 감은뒤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 어쩌지.
뭐라고 말해야하지?
모르겠다. 평생을 평범한 사무직 직원으로 살아와 동생을 뒷바라지하고, 기다리고, 이제 막 모험가가 되겠다 뛰쳐나온 그녀는 어느 멋진 이야기속의 주인공처럼 번지르르한 말을 쏟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간절했고, 그렇기에 더욱 진심밖에 없는 말만이 그녀의 심장을 북처럼 두드리며 자신을 놓아달라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가족을!!”
미헬은 추위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눈물을 깜빡이며 소리쳤다.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그녀는 여신인지, 정령인지, 혹은 괴물인지 모를 무언가를 향해 간절히 소원했다.
“문을 열어주세요!!”
그러자 그녀의 목에 걸린 로켓이 사라졌다.
그러자 그녀의 등에 매어진 침낭이 사라졌다.
그러자 손에 들린 등불이 사라졌다.
그러자 그녀의 반대편 손에 쥐어진 나침반이 사라졌다.
그러자 그녀의 허리에 둘러매어진 바깥과 연결된 로프가 사라졌다.
그리하여 문이열리고
문이열리고
문이열리고
문이열리고
문이 열렸으니.
미헬은 이 길의 끝이 어디인지, 이 초대가 무슨 의미인지를 의심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떨리는 발끝을 들어 천천히 천천히.
청금색 얼음의 길 아래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