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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사찌라시) 페카던전의 동전

Tecla 2023. 4. 6. 00:48

루나사의 보름달이 저무는 무렵, 한 소문이 모험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타라의 에린 왕립 학교의 학생들이 페카던전에서 실종되었다는 소문이다.

\이 소문의 시작은 갑자기 에린 왕립학교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한 기담으로
소문이 돌고있는 학과에 따라 시작지점이 제각각이긴 했지만 찾아낸 자에게 막대한 양의 재능을 선사해준다는 공통적인 결말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소문이다.

만약 음악학과였다면 엄청난 음악적 재능이 생기는 결말이고, 마법학과였다면 엄청난 마나가 생겨나는 그런 결말 말이다.

하지만 일관적인 소문의 끝과 달리 소문의 시작에 대한 의견은 매우 분분했었는데 일단 모든 소문들에서 공통점만 모아 정리하자면

삼하인의 n번째날, 
해가 저문 뒤 n시간이 지났을 무렵, 
페카던전에 홀로 입장한다면 

이라는 조건을 만족해야만 한다는 내용으로 귀결되었다.

문제는 원본이 되는 소문이 어느 학과의 것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이 n번째날, n시간이 지났을 무렵이 언제인지를 결론내릴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몇몇 학생들은 유일하게 추가적인 조건이 더 붙어 있는 [천문학과 : 로비에 들어오거나 나갈 때, 그 누구와도 마주쳐서는 안된다.]의소문이 더 신빙성이 있기 때문에 천문학과가 말하는 삼하인 4일, 해가 저문 뒤 4시간 뒤(오후 10시)가 맞지 않느냐고 주장하였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사실 추가적인 조건에 대한 소문은 각 학과별로도 존재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소문이 학교 전체에 퍼지기 시작한 후 각각의 학생들은 서로 자신들의 소문이 진짜라고 여기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소문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추가문을 숨기기 시작.
가장 나중에 소문을 접한 천문학과의 추가문만이 공개적으로 돌아다니고 있었고 다른 학과들은 이 것을 모른체 해왔던 것이었다.

진상을 알게된 천문학과 학생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공격적으로 다른 학과의 추가문을 밝혀내기 시작했는데 그 조사의 결과물들은 아래와 같았다.


[지질학과 : 동전을 가지고 잠이 들면 밤마다 동전의 주인인 오래된마법사가 꿈에 나타나 자신의 지식을 전수해준다]
[음악학과 : 한번 사용한 동전은 큰 물에 흘려 버려야 한다]
[역사학과 : 얻을 수 있는 동전의 총 갯수는 4개. 이중 하나는 출입구, 두개는 눈동자, 마지막것은 생명을 의미한다.]
[검술학과 : 사실 동전을 찾을 수 있는 여신상은 페카던전 로비가 아닌 골드를 제물로 바치고 들어간 던전의 보상방의 여신상을 말한다.]
[마법학과 : 이 동전을 가진 사람은 두번다시 페카던전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연금술학과 : 동전은 의미을 실체화 하는 매개체이고 동전에 담겨져 있는 에르그이다.]
[약학과 : 동전을 사용하는 올바른 방법은 입에 넣는 것이지만 정해진 동전이 아닌 경우에는 한쪽 눈을 실명,최악의 경우 겉과 속이 뒤집혀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들이 모두 갖춰지기 전에, 에린 왕립학교에 새로운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어느학과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용기있는 학생이 홀로 페카던전에 입장했다는 소문이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퍼진 소문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 학생이 누구인지를 수소문하며 다른 거짓된 추측들을 사실인양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검술학과의 친위대 지망생이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연금술학과의 괴짜로 통하던 아웃사이더 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학생이 진짜로 페카에 갔는지 혹은 정말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확인할 길은 없었다.

소문의 끝은 결국 그 학생이 페카 던전의 저주를 받아 사라졌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재능을 준다는 미신과 달리 학생이 사라졌다는 소문은 학교의 입장에서 꽤나 곤란한 소문이었다.
결국 선생님들은 학교의 평판을 위해 이 바보같은 소문에 대한 진상을 직접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시작은 시시하게도 학생들의 숫자를 헤아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런 사소한 행동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소문이 진짜일까? 그럼 이제 선생님들도 그 소문을 믿는 거지?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학교 내에서 실종된 학생은 존재하지 않았다.

재학생부터 휴학생, 퇴학생에 이르기 까지 모든 학생들의 위치와 건강, 행적을 조사해 보았지만 페카던전에 출입했거나 실종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페카던전에서 실종되었다는 학생에 대한 소문이 가짜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가지 방심이 발생했다. 
애초에 처음부터 학교에서 신경을 쓴 소문은 페카던전에서 사라진 학생에 대한 소문뿐이었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이 결과로 소문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결과에 실망한, 혹은 이 거짓된 소문에서 쓸데없이 용기를 얻은 몇몇 학생들은 이제 다른 음모론을 떠올리고 있었다.
혹시 누군가가 정말로 동전을 찾아내기 위해 일부러 누군가가 선수를 쳤다는 소문을 흘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었다.
소문을 흘릴만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결과에 실망한, 혹은 이 거짓된 소문에서 쓸데없이 용기를 얻은 몇몇 학생들은 이제 다른 음모론을 떠올리고 있었다.
혹시 누군가가 정말로 동전을 찾아내기 위해 일부러 누군가가 선수를 쳤다는 소문을 흘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었다.
소문을 흘릴만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딴짓하기’가 아니었던가.
학생들의 음모론은 누군가 일부러 거짓된 소문을 뿌렸다에서 누군가 이미 동전을 가지고 돌아왔다. 라는 소문으로 발전되었고 학생들은 누군가 동전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서로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성적이 좋아진 학생이라던가, 한쪽 눈을 의료용 안대로 가린 학생, 도서관에 겉과 속이 뒤집힌 괴물이 책을 보고 있었다는 괴담 등, 여러 이야기가 새롭게 탄생했지만 어느 것 하나 기존의 소문처럼 흥미롭지는 않았다. 
이에 몇몇 학생들은 생각했다. 역시 진짜가 아니면 재미없어.
그렇다면 진짜 소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 결과는 가장 첫 줄의 소문으로 돌아간다.

모험가들은 ‘그’ 페카던전에서 구조임무를 맡아달라는 학교측의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 
말이 구조이지 노련한 모험가들도 꺼려하는 페카던전에서 아이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보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곱게 죽어있기라도 하면 호상이요, 열중에 아홉은 좀비가 되어 있을텐데 그것을 ‘구조’해 오라니. 
도륙내어 잔해라도 챙겨오라는 말인걸까?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중에 그렇다면 왕실의 기사들이라도 보내달라는 요청에 못이긴 에레원 국왕이 그림자 영웅을 불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그림자 영웅은 두 번 되묻는 질문없이 곧바로 페카던전으로 향했고 무사히 생존한 채로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 뒤로는 이름모를 몇몇 기사들이 함께 동행하고 있었는데 그림자 영웅은 그 일행들의 언급을 흐리며 다시 자신의 왕성으로 돌아갔다.
왕성은 이번 사건을 페카던전의 데미리치가 아이들을 홀렸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그럼 페카던전의 동전에 관한 소문은 어떻게 된 거야?”

이 소문은 아주 오래된, 예전 이멘마하 마법학교가 있었던 시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옛날 옛적, 모이투라 전쟁이 마무리되고 전쟁영웅들의 거취가 하나 둘씩 정해졌을 즈음에, 심오하고 난해한 마법이라는 학문에 고통받던 학생들 사이에서 어느날 부터인가 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어떠한 제물로 생성된 페카던전 보스룸에 어떠한 마법식이라고 풀어주는 ‘마법사’가 있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페카던전이라는 불길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 만큼 그 마법사의 정체는 모두가 쉽게 떠올릴 수 있었지만 그가 아직 ‘마법사’라고 불린다는 것은 곧 그가 아직 ‘그것’의 경지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것과 같았다.
소문의 내용은 아직 불완전한 페카던전의 주인을 속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었으며, 잘만 이용하면 그가 가직 지식을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소문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하나, 우선 아주 오래된 동전 4개를 준비한다.

둘, 동전 중 하나를 입 안에 넣고 남은 세 동전을 페카던전 여신상 앞에 던져 던전을 생성한다.

셋, 출입한 던전의 입구에서 제물로 바쳤던 동전들을 회수했다면 성공한 것. 만약 회수하지 못했다면 그 즉시 던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당신이 페카던전을 클리어 할만큼 강력한 모험가라면 남아있어도 좋다.

넷, 동전 세개를 회수했다면 이 동전들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가장 첫번째 방에 있는 여신상 앞에 회수한 동전중 하나를 바치고 남은 두 동전을 각각의 눈꺼풀에 문지르며 오른 눈과 왼 눈을 대신하도록 염원한다.
이때의 동전은 오른쪽 왼쪽을 제대로 구별하여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만약 좌우가 바뀐 눈을 들고다닌다면 다른 고스트들이 당신을 의심할지도 모른다.

다섯, 눈을 대신할 동전까지 준비되었다면 이제 눈을 감고 던전에 입장한다. 명심해라. 여신상이 있는 첫번째 방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절대로 눈을 떠서는 안된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혀 안에 있는 동전도 내보이거나 떨어트려서는 안된다. 

여섯, 위의 수칙을 모두 준수하였다면 던전이 당신을 거부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이제 어떠한 함정과 조건, 전투없이 던전의 끝 방까지 갈 수 있다.

일곱, 던전 보스룸에 들어가면 그 ‘마법사’가 있을 것 이다. 그가 중얼거리고 있다면 걸어도 좋지만 중얼거림을 멈춘다면 즉시 걸음을 멈추고 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 만일 한박자 틀리더라도 그는 별로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무시하고 걷는다면? 글쎄, 누가보아도 수상해보이지 않을까?

여덟, 질문할 타이밍은 그의 말이 멈췄을 때이다. 물론 이 때의 당신은 완벽하게 정지해 있어야 하며 입안에 있는 동전을 떨어트리지도 말아야한다. 한 침묵당 한 질문만. 그는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며 그곳에서부터 다시 계산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너무 쉬운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이 요령이라면 요령. 만약 당신이 너무 쉽고 허술한 질문을 던졌다면 다음질문까지는 아마 한참동안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아홉, 이미 주의를 들어 알고 있겠지만 질문은 3개까지. 특히나 3번째 질문때는 보상방의 직전에서 말하는 것이 좋다. 대답을 하는 중간 그가 당신의 존재를 인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당신의 생각처럼 여신상이 있는 방안에 못들어오지만, 그게 절대적이라고 믿지 말 것. 당신을 가호하는 여신상은 이미 ‘돌이 되어버린 여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열, 던전 밖으로 빠져나왔다면 여신상 앞에 떨어진 당신의 동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위에 남은 세 동전을 모두 쌓아두고 페카던전에서 완전히 빠져나와라. 무사히 빠져나왔다면 살아돌아온 것을 축하해도 좋다. 하지만 만약 여신상 앞에서 동전을 찾지 못했다면 세 동전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상태로 페카던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바깥으로 나왔다면 동전을 모두 버려도 좋다.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빠져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걸어야만한다. 아무리 길어도 팔라라가 떠오르는 시각이 되면 나올 수는 있을테니 겁먹지 말고 계속 걸을 것.

추신, 앞서 지나간듯한 사람의 동전을 다시 사용하지 마시오.(다른 사람의 에르그가 영혼에 섞일 수 있음)


이상 페카던전(골드)의 보스룸에서 제압한 이교도 사제의 소지품에서 나온 낡은 문서를 복원한 내용이었습니다.
보스룸에 소환된 제바흐는 밀레시안님이 무사히 토벌하셨습니다.
-루나사 기사 xxxxx

#루나사찌라시(썰)
2021년 5월 24일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1396504086732627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