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비밀레) 22번째 서장
비디오카메라 처럼 기록된 톨비쉬의 기억이 보고싶다.
살짝 낡은 초창기 비디오 카메라 느낌으로 화면 지직거리면서 색바란 화면인데 처음은 그냥 밀레가 결사단 기사들을 찍는 영상이었지만 알터가 가장 먼저 넘겨 받아 밀레가 들어간 영상을 찍기 시작.
그렇게 밀레가 화면에 들어간 뒤로 다른 기사들의 시점처럼 한명씩 빠진 영상이 쭉이어지는데 티르코네일의 알터는 뒤돌아서 걸어가는건지 화면이 조금씩 흔들리며 멀어지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이후 이멘마하 집결지의 아벨린은 기기에 익숙치 않은지 뭔가를 조작하는듯 흔들흔들하다가 마이크 설정이 왔다갔다 음이 불규칙하게 크고 작아졌으면.
케안항구 저녁식사때의 피네는 얼굴이나 뭔가를 하는 손 부근을 줌 업.
수원지 게이트의 카즈윈은 가장 안정적으로 찍다가 갑자기 시점이 고정. 어디다 매달아 뒀었는지 불쑥 얼굴이 비치더니 성의없이 덜렁덜렁 들고가느라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찍혔으면 좋겠다.
마지막에는 톨비쉬가 아발론에서 찍는 영상이라는 느낌으로 톨비쉬가 없는 화면이 재생인데 계속 잔잔하게 흔들리는 소리 없는 화면이 이어졌으면.
알터처럼 뒤로 걷는 것도 아니고 아벨린 처럼 뭔가를 잘못 조작 한 것도 아니지만 화면 어딘가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흔들거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뭔가 숨을 쉬는 것이 천천히 걸어나가는 것 처럼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영상,
세계수가 있는 방향을 걷는 결사단을 차분히 바라보던 영상의 중간 잘못 찍힌 노이즈 처럼 깜빡이는 검은 그림자가 점멸하다가 톨비쉬님 이라는 소년의 목소리에 화면이 반전.
어디 불편하신 점이라도? 하고 묻는 어린 신시엘라크의 질문에 웅웅거리는 노이즈가 스쳐지나가자 신시엘라크는 그런가요?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시선을 돌려 멀어졌을 기사들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멀리 가 있을 것이라는 톨비쉬의 생각과는 달리 기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톨비쉬가 고개를 돌렸을 시점 그 자리에 멈춰 톨비쉬를 기다리고 있었으면.
화면 아래쪽으로 르웰린이 지나가는 기척이 스쳐지나가고 알터가 쪼르르 달려와 르웰린에게 무슨일이냐고 질문.
별일 아니시라는데요 라고 대답하는 르웰린의 입모양과 그 말을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조장기사들.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밀레가 톨비쉬 하고 이름을 부르며 손을 뻗어왔으면 좋겠다.
목소리가 들리는 위치를 향해 고개를 내리는 동안 활짝 펼쳐져 올라오는 10가닥의 손가락들이 화면 어귀를 부여잡자 멈춰섰던 화면은 다시 흔들흔들.
깜빡이는 그림자 노이즈가 스쳐지나가고 다시 화면이 밝아졌을때 톨비쉬의 앞에는 가슴이 큰 상처가 뚫린 밀레시안이 서 있었으면 좋겠다.
괜찮아요? 하고 묻는 밀레의 얼굴위로 다시 깜빡이는 눈꺼풀의 그림자가 오르내리자 밀레의 모습은 이신화의 모습과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교차.
괜찮습니다. 라는 다섯음절로 웅웅거리는 노이즈 후에도 밀레는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정말로? 하고 되물었으면 좋겠다.
그 염려어린 눈빛을 그대로 바라볼 용기가 없어 아예 눈을 감아버린 화면은 어두워진 상태로 정말로. 라는 세 음절의 노이즈로 대답.
검기만 한 화면에 물결무늬의 노이즈가 흔들리고 희미한 하얀 줄무의의 낡은 노이즈가 점멸하는 중간중간 밀레의 손에 붙잡혔던 화면 귀퉁이가 아주 조금씩 흔들렸으면 좋겠다.
손끝으로 살짝만 붙잡았던 화면을 손안 가득 움켜쥐어 끌어내리는 것처럼 검기만 한 화면에 줌 업되었다는 표식이 스쳐지나가고 무언가에 콱 틀어박혀 화면이 완전히 고정.
어두워진 화면 저편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희미하게 잡혀왔으면 좋겠다. 이어 거짓말. 전혀 괜찮은 표정이 아니잖아요. 라는 밀레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지루하기만 하던 검은 장면들이 컷.
투명한 느낌의 파란 빛으로 가득찬 화면 위로 두어번 눈꺼풀 모양의 검은 그림자가 깜빡거리다가 화면이 아래로 떨어졌을때 화면에 비치는 것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 거울처럼 비치는 물 웅덩이였으면 좋겠다.
떨리는 호흡이 그대로 담겨있는 화면에서 밀레시안? 이라는 톨비쉬의 음성이 흘러나오자 바라보는 화면 반대편에서 작게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깼어요? 라는 목소리를 따라 화면이 빠르게 돌아가는 장면에서 영상재생이 끝나고 비디오 테잎이 기계에서 꺼내져나오는 소음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새하얀 대기화면에 얼굴이 비친 톨비쉬는 느릿한 손짓으로 빠져나온 테이프를 들어 제목을 확인. no.21(終曲)이라고 쓰여진 제목에서 괄호안 소제목을 지우는 결말로.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1269998564236652544
20.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