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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웰밀레)수상한 소문

Tecla 2019. 12. 12. 15:16

르웰린 : 밀레시안님. 혹시 요즘 이멘마하 북쪽에서 내린다는 방울소리 나는 소나기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갑자기 마른하늘에 비구름이 생겨나면서 물안개가 잔뜩 끼는데 그 안개속에서 치링거리는 방울소리와 함께 호미질 소리가 난다고 하더군요.

밀레시안 : 와. 그거. 참. 신기한. 소문이네.요.

르웰린 : 듣자하니 비는 5분에 한번씩 내리며 비구름이 걷히고 나면 그 자리에는 잡초하나 없이  꽃뭉치들만이 남아있는다고 하던데요.

밀레시안 : 그것은 단지 소문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아주 흥미로운. 그리고 나와는 매우 관계가 없는.

르웰린 : ... 하.. 그러면 티르코네일에 나타난다는 추수의 요정은 어떻습니까. 자정무렵에 마을을 순찰중이던 자경대원인 트레보씨가 농경지 근처에서 나비날개를 가진 요정을 목격했다고 하더군요. 무언가를 힘겹게 옮기며 밀밭만 골라서 돌아다니는데 요정이 다녀간 다음날이면 밭 한켠에 곱게 묶인 10개단위로 묶인 밀줄기들이 놓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 밀들이 얼마나 깨끗하게 손질되었는지 못쓰게 된 이파리 하나 없이 아주 정갈하다던데... 이 소문도 처음들어보십니까?

밀레시안 : 그것은 매우 흥미로운(르웰린 : 밀레시안님, 성실하게 대답해주시지 않는다면 전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아-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그런데 그게 뭐 문제 될 거 있나요? 그냥 누가 대신 추수해주고 떠난 것 뿐이잖아요. 가져간건 못쓰는 쭉정이 정도 뿐인거고..

르웰린 : 사람의 순수한 선의를 믿는다면 그렇게 되겠지요. 하지만 티르코네일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경대원도 과연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생각할까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우리 마을에 몰래 숨어들어왔다면, 그리고 가장 중요한 농경지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고 사라졌다면. 

밀레시안 : ...(마른침꿀꺽)

르웰린 : ....흠... 워낙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잘 상상가지 않지만 티르코네일은 울레이드들의 자치구역이니 아마 그들 나름대로 외부의 위협을 배척하는 특별한 추적방식이 있을 겁니다. 밀레시안님도 직접 대면해 봐서 아시겠지만 그들은 은혜와 원한에는 아주 집요한 이들이거든요. 네, 설령 상대가 신족이라 하더라도, 몇백년이 지나 백골만 남게 되더라도 다시 돌아올 만큼 말이죠.

밀레시안 : 트, 트레보는 언제나 헬멧을 쓰고 다니니까 밤중에 뭘 잘못 봤던게 틀림없어요. 아니면 잠결에 헛것을 봤던가...

르웰린 : 잘 모아져있던 밀 이삭은요?

밀레시안 : 바람이 불다모면 한곳에 모일 수도 있겠죠!!

르웰린 : 호오, 바람이 그랬다?

밀레시안 : 아, 그 농경지 운석도 다이렉트로 떨어진 흉지인데 바람이 좀 이렇게 저렇게 불어드는 것 정도야 뭐 별일이라고..!!!!

르웰린 : 정말... 쓸데 없이 필사적이시네요... 하지만 아직도 추궁할 거리는 아주 많이 남아있습니다. 다음은... 이것으로 하죠. 낮동안 목축지에 방목되어 있었던 양떼들, 모두 털이 깎여져 있는 상태로 양우리로 돌아와 충격. 몇몇 양들은 무사하지만 유난히 털결이 곱고 부드러웠던 양들은 여지없이 모두 뜯겨져 있어 고급양털을 노린 소행이 아닌가 추측중이라고 이번달 발간된 전 에린 목축업 정보지인 복슬복슬 매거진에 기사가 났더군요. 지나가던 교역 행상인이 증언하기를 마치 사람처럼 똑똑하게 행동하는 늑대가 양떼들을 위협해 목책 뒤로 몰아놓고 신기루처럼 사라졌다고 하는데..
밀레시안 : 늑대는 원래 인간보다 똑똑해요. 라이칸슬로프가 레벨업 하는 속도 못봤어요? 한 번 쓰러트리면 바로 경험치로 승화시킨다니까. 톨비쉬의 입을 다물게 만든 선지자가 라이칸슬로프였던 것도 다 우연이 아닌 아튼시미니님의 설계아니겠습니까.

르웰린 : ..... 밀레시안님은 아직 교단 지하실을 견학해본 적 없었던가요?(밀레시안 : 지하실은 커녕 본교단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럼 지금 이야기는 제가 못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밀레시안님을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면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한두가지가 아니거든요.

밀레시안 : ....(밀레시안은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르웰린 : 음? 의외로 걱정보다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계시네요. 하지만 이왕 지금까지 기다리신거 제대로 초대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저희도 밀레시안님을 초대할 날을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사람이 있긴하지만.. 그래도 안내역은 제가 맡을 예정이거든요. 흠. 그런의미에서, 밀레시안님이 저희 일을 조금 도와주셨으면 좋겠는데... 하하,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종이 한 장을 읽고 서명을 써주시면 끝나는 일이거든요. 읽어야 하는 내용도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갑작스럽게 늘어난 날개귀 토끼의 개체수 때문에 세계수 구역을 조사하는 기사들이 굉장히 곤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오랫동안 정체되어있었던 토끼들이 갑자기 번식기를 맞이했을리도 없고 아발론에 무언가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닌데 딱 찝어 토끼만 늘어났단 말이죠. 게다가 어째서인지 실반드래곤이 아니라면 아발론에 걸음하지 않으시던 밀레시안님도 자주 세계수 근처에서 쉬고 계시고요. 그래서 두 사건의 접점을 자세히 조사하던중 우연히, 정말 우연히 이-런 가죽원단을 밀레시안들의 가판대에서 구입하게 되었는데요. 밀레시안님? 혹시 이 가죽에 대해서 아시는 바가 있으신가요? 루나사에서는 날개귀 토끼들의 개채수가 갑자기 늘어난 시기를 알반 엘베드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털가죽을 보니 불현듯 밀레시안님의 행방이 갑자기 사라졌던 일이 생각나더군요. 그 일도 분명.. 알반 엘베드의 일이 아니었나요? 그리고 이 털가죽의 최초 거래 날짜는 그 전날인 루나사... 참 이상하지요? 밀레시안들이 날개귀 토끼의 포근한 털가죽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와 날개귀 토끼들이 늘어난 시기, 그리고 앞서 말한 기묘한 소문들이 발생한 시기가 모두 일치하고 있다니..

밀레시안 : 그....그게... (눈을 데구르르 굴리며 시선을 피해보지만 집요하게 따라붙어오는 비취색 눈동자의 시선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 코앞까지 들이 밀어진 종이에는 위 사건들은 모두 저의 소행입니다. 라고 쓰여져 있다.)

르웰린 :  자, 밀레시안님. 이번엔 또 무슨 변명을 하실건가요? (손끝으로 아랫줄의 빈공간을 톡톡 두드리던 르웰린이 포기하라는듯 우아한 손놀림으로 만년필 한자루를 꺼내 권해왔다. 부드럽게 끌어올려진 입꼬리와 가볍게 접힌 눈매에서 승리자의 만족스러움이 훤히 드러난다.)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1198628436618575872
19.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