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밀레)인형가방
검은달 일상물이 보고싶다.
시작은 베인과 그 무리들이 잠시 던바튼에 들리게 된 일.
광장 한쪽에는 밀레시안들이 모여 앉은 채 무언가를 보며 귀여워~ 하고 즐거워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합창같이 높은 화음으로 연발되는 함성에 지나가는 사람들 두엇이 밀레시안들을 바라보았지만 발밑을 뛰어다니는 마법인형들을 보며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돌렸으면.
하지만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슬쩍 보기만해도 납득하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베인은 한참동안 밀레시안들을 바라보며 잘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무표정).
관심없는 것은 눈에 담지도 않는 버릇 때문인지 베인의 시선속에서는 둥글게 모인 밀레시안들이 얼룩덜룩한 가죽인형을 쓰다듬고 있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뭔가 새로운 주술같은게 유행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밀레시안들 만의 독특한 놀이방법일 뿐인건지 관찰하고 있던 베인의 눈썹이 미세하게 좁혀들자 곁에있던 검은달 교단원이 눈을 질끈 감으며 케흘미라크님...! 하고 자유의 날개 앰블럼을 꽉 움켜쥐었으면 좋겠다.
일처리를 위해 케흘렌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베인의 감시역(보모)을 맡고 있던 교단원은 아까부터 밀레시안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베인이 혹시라도 저기에 달려들어 깽판을 치지는 않을까 두근반 세근반 심장을 졸이고 있던 상태.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밀레시안들을 응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흐음... 음...? 흠...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마치 사냥직전 상대의 모습을 관찰하는 맹수의 고갯짓과 닮아있었으면 좋겠다.
여기가 던바튼인지 케나이 사바나인 건지.
배고픈 베사자의 앞에 밀레시안의 무리들이 지나갑니다. 마침 저들은 뭔가에 시선이 끌려 이쪽을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군요. 종탑 뒤에 자세를 낮춘 베사자가 밀레시안무리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무리의 규모가 커서 한꺼번에 덮칠수 없지만 한 녀석이라도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다면... 그 때를.. 딱, 놓치지 않은 베사자는... 딱딱, 딱? 하고 한참동안 패닉 겸 망상에 빠져있던 교단원은 손가락 튕기는 소리에 기적같이 의식을 회복.
어느 새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베인이 정신이 들었나? 하고 묻고 있었으면 좋겠다.
검은달에서도 손꼽히는 (또라이라고 유명한) 간부 앞에서 정신을 팔고 있었다는 생각에 교단원은 하얗게 질려버렸지만 베인은 교단원이 칠공에서 피를 뿜고 쓰러져도 아무렇지 않을 신경줄이라 자연스럽게 무시. 튕겼던 손가락으로 밀레시안들을 가리키며 저기 보이나? 라고 물어보았으면.
교단원은 떨리는게 목소리인지 목숨줄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흐리멍텅한 대답반 격렬한 고개끄덕임 반으로 긍정을 표현.
다행이군. 귀는 안멀쩡 한것 같던데 라는 나지막한 혼잣말에 귀... 귀가 짧아서 그렇습니다..! 하고 헛소리까지 덧붙였으면 좋겠다.
케흘렌이 자리에 있었다면 짧은건 네 귀가 아니라 뇌에서 입으로 연결된 하이패스일 거라고 비꼬았겠지만 베인은 교단원의 귀가 짧은지 긴지도 관심없다는 표정.
그리고는 그럼 저기 밀레시안들이 왜 가죽주머니를 보며 귀엽다고 연발하고 있는지 좀 알아와보게. 라고 지시를 내렸으면 좋겠다.
교단원은 네? 가죽주머니요? 하고 되묻지만 베인은 그만 말대답하고 가보라는듯 고개 끝을 까딱여 보였으면.
그나마 목숨줄을 챙길줄 알았던 교단원은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고는 인사선 좋은 여행자를 연기하며 밀레시안들에게 접근.밀레시안들은 잠시 낯선 이의 등장에 경계하는 눈치였지만 이내 활짝 웃으며 자신들의 얼룩덜룩 가죽인형을 교단원에게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다.
자랑 겸 인형에 대한 설명을 한참 듣던 교단원의 동공지 잠시 떨리는 것 같았지만 이내 거짓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마치고 다시 북쪽 문으로 이동.
잠시 후 로브를 반대면으로 뒤집어 있고 남동쪽 문을 통해 종탑 뒤로 돌아온 교단원이 베인에게 말없이 고개를 숙여보였으면 좋겠다.
교단원이 알아온 정보에 의하면 밀레시안들의 얼룩덜룩 가죽인형들은 다름아닌 수집기능이 달린 마법 가방의 부속품.
보통은 토끼나 다람쥐, 스쿠압틴에 있던 얼룩덜룩한 그거(교단원은 파댜루루라고 말했지만 베인이 외울 생각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그거로 치환)의 모양으로 만들지만 방금 전 모여있던 밀레시안들이 가지고 있던 인형들은 조금 특수한 물건인지 특정 인을 본따 만든 모양의 인형이었다고 설명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베인이 특정인 누구? 라고 묻자 교단원은 조금 난감하다는듯 뺨을 손가락 끝으로 긁으며 알반기사단입니다. 라고 대답했으면.
베인은 알반? 하고 갑자기 무슨 반시 호밀알 까먹는 소리하냐는 시선으로 귀를 의심하다가 그 가죽주머니가? 하고 다시 확인.
교단원은 그제서야 왜 자꾸 인형을 얼룩덜룩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갔다는 표정으로 예. 알반기사단의... 아마도 간부급 인사들의 인형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갑옷의 디테일이 굉장했거든요. 라고 대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와 진짜 관심없는거는 눈에서 자체 필터링한다는게 사실이었네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렸으면.
다행스럽게도 베인은 교단원의 혼잣말에 관심이 없었는지 귀여워? 그 광신도들이? 하고 인상을 찌풀.
조금 베인에게 적응되었는지 교단원의 얼굴근육이 우리도 광신도고 그중 가장 미친게 당신이신데요 라고 말하고 싶은듯 씰룩였지만 입술을 꾹 깨무는 선에서 그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어지는 약 42분동안의 침묵동안 고민을 거듭하던 베인은 마침내 스스로 결론을 도출해 내고 아래턱을 쓰담쓰담.
하필 막 일을 마치고 종탑의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던 케흘렌이 요컨데 나도 귀여워 지면 되는거 아닌가. 라는 베인의 혼잣말을 들어버리게 되었으면 좋겠다.
쓸데없이 똑똑하게 들린 예민한 청력 탓에 케흘렌은 자신의 귀를 부정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채 뭐? 하는 경멸과 의문이 섞인 시선으로 베인을 응시.
그리고 옆에서 같이 들었을 교단원도 응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내지만 한쪽은 타고난 마이페이스로 다른 하나는 이것이 바로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을 뛰어넘은 대답.. 역시 자유는 좋은 것. 이라는 종교의 힘으로 케흘렌의 눈총을 튕겨내버렸으면 좋겠다.
결국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케흘렌은 뭐? 하는 표정 그대로 교단의 복귀.
케흘렌을 기다리던 다른 교단원들이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가 지시하신 일을 잘 처리했습니다? 모르피님이 부르십니다? 탈렉이 새로운 마도구의 시험을 요청했습니다? 하고 상사가 자신의 말끝을 똑같이, 그러나 의문문으로 반복하는 대답만 고스란히 돌려받고 긴급히 후퇴.
한 주가 다 되어가도록 여전히 뭐? 표정이 안풀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케흘렌이 넋이 나가있는 그 기간동안 베인은 얌전히 교단에서 대기중.
그 귀여워지면 해결되는 문제와 문제해결방식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케흘렌이 정신줄을 되찾을 때까지는 아직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었으면 좋겠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케흘렌은 일단 베인이 사고치지 않도록 감시인력을 투입해야한다며 움직였지만 돌아오는 보고는 별 일 없었다는 일 뿐.
오히려 기분나쁘도록 친절해지는 바람에 모르피드리아나스님이 겁에 질렸다던가 하지만 뭔가를 약속받으셨는지 곧 기분이 좋아 핫초코를 드시러 가셨다던가 탈렉님이 달콤하고 폭신폭신하지만 열량은 낮은 마시멜로를 개발하셨다던가 저쪽 연금술 부서에 예산이 갑자기 넉넉해 졌다는가 하는 소식들만 들려왔으면 좋겠다.
함께 던바튼에 동행했던 교단원에게도 있었던 일에 대해 깊히 캐물어 보았지만 그저 평소와 같이 밀레시안들에게 관심을 좀 보였다는 소식뿐.
뭘까.. 대체 무슨짓을 하려는 걸까.. 습관성으로 도져오는 위장병을 끌어안으며 게아타를 타고 임무지로 나가려고 하고 있던 그 때, 톡 도톡 하는 낯선 발소리가 케흘렌의 뒤에서 튀어나오며 저만치 앞으로 쌩하니 달려나가버렸으면 좋겠다.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간데다가 너무 가벼워 살아있는 생각하지 않았던 케흘렌은 낯선 침입자를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한채 멍하니 그 뒷모습을 응시.
팔락팔락하게 휘날리는 망토 아래로 보이는 빵실빵실한 검은 엉덩이를 보며 허, 하고 한숨짓는 케흘렌의 얼굴이 다시 뭐? 상태의 표정으로 되돌아가 보였으면 좋겠다.
마법을 캐스팅할 의욕도 나지않아 휙하고 스태프를 집어던지자 그 무게에 깔린 인형이 깡 소리를 내며 저만치 앞으로 나동그라져 버렸으면.
겉에 입은 갑옷도 어느정도 장갑이 있는건지 인형은 부들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무엇에 공격당한건지를 확인.
그사이 케흘렌은 복도를 걸어나와 스태프를 주워들고 있는 중이었으면 좋겠다.
금속재질의 막대가 바닥을 긁는 소리에 반응한 인형이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라이트닝 로드의 전격이 넘실거리는 스태프가 인형을 겨냥하고 있었으면.
여전히 뭐? 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있던 케흘렌은 딜레이없이 전격을 쏘아내고 마법은 인형을 단숨에 불태우며 반대편 벽을 붕괴.
쾅하고 벽이 무너지는 소리에 놀란 교단원들 몇몇이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아 뭐야 케흘렌님이네. 하고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신들의 위치로 돌아가 버렸으면 좋겠다.
인형이 사라지고 나서야 케흘렌의 표정은 다시 원상태로 복귀.
소란을 듣고 왔는지 헉헉거리며 뛰어온 모르피가 케..케흘렌.. 호..혹시 이 근처에서... 검은색 마법인형 못봤나요? 이...이렇게.. 자...작고.. ㄱ..귀여운... 인형인데.. 하고 손으로 둥글둥글한 실루엣을 묘사해보였으면 좋겠다.
귀엽다는 묘사에서 케흘렌의 입이 다시한번 멍하니 벌어질 뻔했지만 다른 간부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생각에 황급히 입을 가린 케흘렌은 못봤다고 대답.
모르피는 이.. 이상하다.. 분명 이쪽 방향으로 뛰쳐나갔는데... 하고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엉망이 된 복도를 둘러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크..큰일이네.. 발로르에게 이번주 까지 완제품을 납품하기로 약속했는데.. 큰일이야.. 이대로라면 성과금 보너스를 놓치게 되어버려... 라고 중얼거렸으면.
모르피는 마감시간이 촉박하다며 연구실로 돌아가버리고 케흘렌은 그제서야 자신의 발로 밟고 있던 인형갑옷의 어깨장식을 확인 이걸 얼른 버려야겠다 라며 발 밑을 확인.
밟고 있던 잔해를 주워들기 위해 허리를 굽히려는 찰나 뒤늦게 나타난 탈렉이 케흘렌님, 혹시 모르피님이 이쪽에 오시지 않았습니까? 라고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콰직 하고 어깨장식을 부숴트린 케흘렌은 방금 막 연구실로 돌아가셨다고 대답.
어색한 발동작을 숨기기위해 뭔가 마감때문에 바쁘다고 하시던데.. 하고 말을 돌렸으면 좋겠다.
탈렉은 안그래도 그 건으로 며칠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흐릿한 눈을 두어번 깜빡거리고는 네에.. 의뢰받은 마법인형이 갑자기 연구실을 뛰쳐나가 사라져버렸거든요. 아무래도 원본이 되는 사람의 습관데이터 너무 자세히 입력한 탓인 것 같은데 하고 연구자의 사념에 빠져 혼잣말을 중얼중얼.
케흘렌이 대충 그의 말을 흘려넘기며 그거 힘들겠군요. 하고 맞장구치자 탈렉은 네, 아무래도 두번째 인형은 탐색 범위를 좀 줄여야겠어요. 라고 고개를 끄덕여보였으면 좋겠다.
두번째...? 하고 다시 뭐? 표정이 된 케흘렌의 얼굴이 보이는건지 안보이는 건지 탈렉은 이번에 도망친 인형은 프로토타입이었으니까요. 당장 납품해야하는 기간이 좀 빠듯하긴 하지만 일단 저에게 예비용 인형이 있으니 그것으로.. 아, 케흘렌님 임무에 가시던 중이었지요? 저도 모르피님을 보조하러 돌아가봐야하니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연구실 방향으로 돌아서버렸으면 좋겠다.
뭐? 한 표정으로 멍하니 남겨진 케흘렌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자 발밑에서는 다시 빠각하며 남은 장식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으면.
머리를 잡고 앓는 소리를 힘겹게 삼키던 케흘렌은 결국 부서진 잔해조각들 처럼 부서진 멘탈을 수습하지 못한채 인내심을 상실.
팍 하고 바닥에 남아있던 차내버리는 결말로.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1190131052846538753
19.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