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au)호러물인데 연애하는 톨밀 2
두번째 에피소드는 톨비쉬가 상담을 받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
상담자는 친구이자 의사인 카엘릭.
평소에 오컬트에는 관심이 1g도 없던 톨비쉬라 그 이상한 꿈들과 1박2일 실신은 다소 충격적인 경험이었던 것으로.
그 꿈을 꾼지 벌써 몇 주가 지났지만 톨비쉬는 아직도 가벼운 불면증 상태.
잠이 얕게 드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형체가 어른거리나 의식이 멀어질라하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깨어나는 통에 지난 몇 주간 톨비쉬의 수면사이클은 완전 엉망이 되어버렸으면 좋겠다.
더욱이 그 때 보았던 게시글은 신변에 문제가 생겨 모두 지웁니다. 라는 짧은 글 하나만 남기고 모두 지워져 자신이 정말로 댓글을 남겼는지 안남겼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카엘릭은 톨비쉬가 인터넷에서 찾아온 캡쳐본이라는 것을 읽으며 꿈을 꾸기 이전 톨비쉬의 일상과 그때 받았던 스트레스따위를 면밀하게 분석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고다니던 사람도 아니니 트라우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 영향을 받은 것도 아니고.
진지한 얼굴로 그 날 보았던 파란 후드티를 찾아 쇼핑몰 센터를 뒤지고 다니는 톨비쉬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카엘릭은 들고있던 테블릿으로 톨비쉬의 정수리를 가격.
약이나 처방해 줄테니 자라. 하고 톨비쉬를 집으로 돌려보냈으면 좋겠다.
카엘릭 선생님의 특별조치를 따라 핸드폰은 off.
잠들기 전 가볍게 스트레칭은 필수, 따끈한 물에 샤워는 옵션.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침대에 돌아온 톨비쉬의 손에는 다소 거부감이 느껴지는 알약 한 정이 들려 있었으면 좋겠다.
어쩐지 상큼한 레몬향이 나는게 모 비타민제약의 알약 만드라고라 C와 비슷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카엘릭이 절대로 부작용이 없는 완벽의 수면보조제라고 했으니 그렇게 믿고 섭취.
속았다는 느낌을 애써 지우고 침대에 눕자 거짓말처럼 잠이 몰려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김없이 떠오르는 꿈의 형태는 신기하게도 어느 중세풍의 오두막이었으면.
장소는 깊은 숲속, 제법 가파른 언덕끝에 고즈넉하니 지어진 오두막에서 일어난 톨비쉬의 앞에는
흐릿한 글씨로 세안. 이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었으면 좋겠다.
이건 또 무슨꿈이지 라고 생각할 새도 없이 부엌으로 이동한 톨비쉬는 푸닥닥 소리를 내며 빠르게 세안.
면도는 생략하고 그대로 셔츠에 얼굴을 문지른뒤 식탁의자에 걸쳐져 있던 얇은 외투를 입고 오두막 밖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다시한번 나타나는 흐릿한 글자는 산책. 이라고 바뀌어져 있는 상황.
다시한번 문구가 지시한 대로 집 근처를 한바퀴 돌고 오는 동안 톨비쉬는 자신의 몸과 의식이 어쩐지 따로따로 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몸은 정면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톨비쉬의 의식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주변은 모두 깊은 숲속, 뾰족한 나무로 보아 산세가 험하거나 사람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 지역.
언덕을 내려가는 길은 한 곳 뿐이고 길이 이어진 방향 먼쪽에는 사람이 사는 마을같은것이 보였으면 좋겠다.
언뜻 돌벽같은 것이 보이는 걸 보면 요새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면.
그렇게 톨비쉬가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동안 산책을 끝낸 꿈속의 톨비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아침식사.
그릇을 물이 든 대야에 집어 넣고 돌아서자 언제 옷을 갈아입은건지 아까보다 튼튼해 보이는 옷과 신발이 입혀져 있었으면 좋겠다.
어김없이 떠오른 글자에는 순찰. 이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었으면.
꿈속의 톨비쉬는 이번에도 문구의 지시에 따라 숲으로 이동. 언뜻 저기로 들어가면 되는건가 싶은 장소에 다다르자 1이라는 글씨가 쓰여진 하얀 천이 펄럭이고 있었으면 좋겠다
빽빽하게 들어찬 숲속에는 입구의 나무 말고도 여러개의 천이 묶여져 있었으면.
점점이 이어진 하얀천들은 일종의 이정표. 꿈속의 톨비쉬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1번 나무를 지나 2번 나무로 이동.
그렇게 하얀 천을 따라 숲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나무는 모두 24개로 톨비쉬는 꿈속의 자신이 어떻게 이 것들을 찾아다니는지 신기할 지경.
눈 한번 깜빡할 사이에 다음나무를 찾아내며 거침없이 움직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숙련된 레인저와 같은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능숙한 움직임에도 집에 돌아왔을때의 시각은 이미 늦은 오후.
점심을 먹기엔 조금 늦고 그렇다고해서 저녁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시각에 고민하고 있을 때 문득 널려진 옷가지나 대야가득 들어있는 그릇이 그의 눈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청소. 라고 쓰여진 글씨를 통과해 들어가며 집안으로 들어선 꿈속의 톨비쉬는 집안을 치우기 시작.
어수선했던 집이 정리되자 본격적인 허기가 느껴지며 꿈속의 톨비쉬의 시선이 달력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알반 헤루인 이라고 쓰여진 달력 아래에는 8이라는 글씨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으면.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없는 톨비쉬는 이제 긴장을 풀고 잠자코 꿈속의 자신이 행동하기를 기다리는 중.
곰곰히 생각하며 달력을 바라보던 꿈속의 톨비쉬는 외출용 외투를 뒤져 지갑을 찾아낸 뒤 제법 신이난 발걸음으로 마을을 향해 달려갔으면 좋겠다.
길을 내려간지 얼마 안된 것 같았지만 눈을 잠시 부비는 사이 꿈속의 톨비쉬는 이미 마을에 도착.
사람들이 잔뜩 오고가는 삼거리에 우두커니 멈춰선 꿈속의 톨비쉬의 모습에 사람들은 어떠한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었으면 좋겠다.
마치 꿈속의 톨비쉬가 보이지 않는다는듯 자연스럽게 톨비쉬를 피해 움직이는 사람들은 어쩐지 그 지하철 속 승객들과 같은 느낌을 주었으면.
하지만 그런 이질감이 톨비쉬에게 전해지기도 전에 어디선가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며 한 중년 여성이 꿈속의 톨비쉬에게 접근.
어휴, 레인저 양반. 왜 이제야 내려왔어. 생선 장수 아저씨가 한참을 기다렸다고. 라며 투박한 손을 살랑살랑 내저어보였으면 좋겠다.
꿈속의 톨비쉬는 그녀를 알고 있는지 고개를 가볍게 숙여보이고는 무언가라고 웅얼거리기 시작했으면.
알아들을 수 없는, 정확히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말이었지만 여성은 그 말이 재미있다는듯 그래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럼 큼지막한 양파랑 신선한 샐러리로 준비해 둘테니까 이따 찾으러와. 하고 시장쪽으로 이동.
꿈속의 톨비쉬는 잠시 그녀가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발걸음을 돌려 반대편골목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이어 잠깐잠깐씩 끊어지긴 했지만 생선장수의 생선과 중년여성의 양파, 그리고 샐러리를 사서 돌아온 꿈속의 톨비쉬는 저녁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은뒤 그릇들을 정리하고 다시 침대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진짜 톨비쉬의 푹신한 침대와 달리 나무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한 딱딱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자 다시 아득한 현기증이 느껴졌으면.
꿈에서 깨는 걸까 생각하는 톨비쉬의 의식이 흐려지는가 싶은 순간 눈앞에는 다시 익숙한 천장이 보이기 시작.
희미하게 커튼의 틈새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빛의 의지해 주변을 둘러보던 톨비쉬는 어느새 자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앉아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어질거리는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톨비쉬는 당장 핸드폰의 전원을 켜고 카엘릭에게 전화.
첫마디부터 이 돌팔이가. 라고 말하자 카엘릭이 숨넘어가게 웃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카엘릭의 비타민 처방은 톨비쉬에게 제법 효과가 있었고 톨비쉬는 그날이후로 원래의 컨디션을 회복했으면.
카엘릭은 톨비쉬의 극적인 플라시보효과에 놀라워하며 새로 꿨다는 꿈에서 흥미.
그러나 이야기를 전해들은 뒤에는 휴가가고싶은 마음이 표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시원한 숲과 아담한 오두막, 평화로운 일상에 친절한 마을 주민들.
흔히 볼 수 없는 잉어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기 취향의 저녁식사.
톨비쉬는 굳이 휴가를 떠난다면 자신은 레져시설이 갖춰진 펜션이 좋다고 대답했지만 카엘릭은 그래, 자네에게 필요한건 자연과 더불어 숨쉬는 휴가일세! 하고 톨비쉬를 시골에 있는 펜션으로 보내버렸으면 좋겠다.
물론 톨비쉬는 일이 있어서 불가능 할것이라 대답했지만 융통성과 일의 효율, 그리고 직원복지를 중시하는 알반기업은 시원스럽게 톨비쉬의 휴가를 허가해버리고 어느새 톨비쉬의 손에는 펜션장 열쇠가 들려져 있었으면.
이미 결제까지 끝난 열쇠를 반납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톨비쉬는 얌전히 펜션으로 들어가 휴식.
그리고 펜션생활이 3일째에 접어들던날 톨비쉬가 다시한번 그때와 똑같은 꿈을 꾸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다시 꾸기 시작한 꿈은 그 때와 같이 깊은 숲속의 오두막.
첫 날의 꿈과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늦은 아침을 먹고 순찰을 돌고 집안을 치운뒤 마을로 내려가 장을 보는 일상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두막의 천장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산책길에 나와 있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숲속,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리면 집에서 달력을 보고있는 중.
마치 한번 본 영화를 빨리감기 하는 것마냥 드문드문 끊겨진 기억은 자연스럽게 과거의 경험과 맞물려 그것이 자연스러운 생략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으면.
제대로된 의식이 돌아온 것은 저녁 장거리를 보기 위해 마을로 내려온 시점.
멍하니 삼거리에 서서 넋을 놓고 있던 톨비쉬는 문득 꿈속의 자신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더이상 구분이 필요없을 정도로 확끌어당겨진 일체감 때문인지 이제까지 제 3자의 시점에서 보던 꿈이 1인칭으로 바뀐 것같은 느낌을 주었으면.
멍하니 자신의 손을 돌아보던 톨비쉬는 어휴, 레인저 양반. 왜 이제야 내려왔어. 라는 인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다가오는 사람을 관찰.
큼지막한 눈에 서글서글한 인상이 선해보이는 분홍색 머리의 중년여성은 투박한 손을 살랑살랑흔들며 생선 장수 아저씨가 한참을 기다렸다고. 라는 말을 덧붙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톨비쉬는 이 상황이 아직 이해가 되지를 않아 대답할 수가 없는 상황.
톨비쉬가 아무런 대답없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응? 하고 미소짓고 있던 중년여성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응? 으응? 하고 대답을 재촉하는 것같은 묘하게 가라앉은 눈웃음이 톨비쉬에게 기이한 압박감을 가해왔으면.
이러한 압박감은 여성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닌 마을 전체의 변화로 발전.
와글와글 시끄럽던 사람사는 동네 특유의 소음이 잦아들며 오싹한 침묵이 톨비쉬의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오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서서히 뜀박질을 멈추고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걸음을 멈추고 톨비쉬를 돌아보기 시작.
톨비쉬는 그제서야 아 이거. 지하철에서의.. 하고 기시감을 느끼며 어색하게 웃고는 하하 글리니스씨도 잘 지내셨습니까. 하고 대답.
그리고 준비된 대사처럼 오늘도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저도 마침 생선이 생각나서 내려왔던 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따 가는길에 양파나 샐러리를 좀 사가려고요. 라고 말하며 긴 숨을 들이마셨으면 좋겠다.
긴장을 들키지 않기 위해 유창하게 연기를 펼지던 톨비쉬는 다시 훅 하고 멀어져가는 압박감을 느끼며 겨우 한숨.
글리니스라고 불린 여성은 호호호 하고 웃으며 그래그래. 라고 대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그럼 큼지막한 양파랑 신선한 샐러리로 준비해 둘테니까 이따 찾으러와. 라는 말을 남기고 시장쪽으로 멀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톨비쉬가 눈을 깜빡이자 생선자루가 손에 들려있고 다시 눈을 깜빡이자 저녁식탕의 앞.
어느 새 침대에 누워있는 톨비쉬는 이것도 그것과 똑같은.. 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는 곳은 자신의 방도, 휴가차 옮겨왔던 펜션방도 아닌 오두막의 침대.
흐릿하게 떠있는 세안. 이라는 글자를 보며 톨비쉬의 표정이 심각하게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무슨일이 생긴 것인지를 이해하기위해 눈앞의 글자를 방치한채 앉아있었던 톨비쉬는 글씨가 점점 뿌옇게, 그리고 붉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
동시에 마을에서 입을 다물었을 때처럼 기이한 시선들이 느껴지며 집안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어쩐지 이대로 붉은 글씨를 방치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붉게 달아올랐던 글씨가 다시 하얗게 변해버렸으면.
하지만 서 있는 상태에서도 글씨는 다시 붉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었고 톨비쉬는 꿈속에서 보았던 대로 부엌으로 이동.
세안을 하고 수건을 찾으려 하지만 이내 쓰게 웃고는 티셔츠를 끌어올려 얼굴을 닦았으면 좋겠다.
글씨가 사라진 덕분인지 집안에서 느껴졌던 의문의 시선과 압박감은 사라져 있었으면.
하지만 얼마 안있어 다시한번 산책이라느 글씨가 떠오르며 톨비쉬를 압박.
무언에 떠밀리듯 밖으로 나가자 글씨는 다시 어디론가로 사라져 있었으면 좋겠다.
얆은 외투를 걸친 상태로 밖으로 나온 톨비쉬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오두만 근처를 확인.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집 주변에는 감시도구나 인기척도 없었으면 좋겠다.
뒷마당에는 나중에 쓰려고 모아둔건지 마른 건초와 장작더미, 도끼같은 것만 놓여져 있는 것을 확인.
톨비쉬가 확인한 장소들은 꿈속에서 돌아다니던 산책길과는 다른 루트였지만 이것도 산책으로 칠 수는 있는건지 다시 원래의 길로 돌아가라는 압박감이나 시선은 느껴지지 않았으면.
집에 돌아온 톨비쉬는 다시 레인저의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숲으로 이동.
여기까지는 꿈대로 행동했지만 문제는 이 다음이었으면 좋겠다.
톨비쉬가 전에 느낀대로 1번이라고 쓰여진 하얀 천이 묶인 나무는 입구에 있어 발견하기 쉬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번의 나무가 어디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
꿈속의 톨비쉬는 이상하리만치 뛰어난 눈썰미로 다음 나무를 찾아갔지만 그런 능력이 있을리가 없는 진짜 톨비쉬는 난감하다는듯 숲입구에 서서 턱끝만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북슬북슬하게 자라난 수염을 매만지는 동안 가물가물한 눈을 깜빡이던 톨비쉬는 어느새 주변 하늘이 조금 어둑해졌다는 것을 깨닫고 하늘을 확인.
다시 시선을 내렸을땐 어느새 집안 청소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난 것은 둘째치더라도 하늘을 올려다 보던 자신이 실내에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톨비쉬는 자신도모르게 숨을 들이마시며 자리에서 일어섰으면.
달그락 거리는 그릇들을 무시하고 밖으로 뛰어나온 톨비쉬는 다시한번 숲 입구로 달려가지만 하얀 천이 묶인 나무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으면 좋겠다.
대신 그 자리에는 1번이라고 쓰여진 팻말이 화살표 모양으로 박혀있고 멀지 않은 곳에는 2번이라는 팻말이 또 박혀있었으면.
턱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라앉히려는 톨비쉬의 눈앞에는 어김없이 마을. 이라는 글씨가 떠올라 있고 톨비쉬는 어느 새 마을 삼거리에 서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마을에 도착한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것.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거리마다 등불을 내걸고 있는데도 어린 아이들은 여전히 활기차게 뛰어다니고 사람들 또한 늦은 시각에도 웅성거리며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는 상태.
멀리서 다가온 글리니스는 손에 생선자루와 야채꾸러미를 들고서는 어휴, 레인저 양반. 왜 이제야 내려왔어. 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느때와 같이 손을 흔드는 대신 자루를 내밀어 보이며 생선 장수 아저씨가 한참을 기다렸다고. 라고 말했으면.
톨비쉬는 어색하게 웃으며 저번과 똑같이 하하 글리니스씨도 잘 지내셨습니까. 하고 대답하지만 글리니스는 톨비쉬의 말을 싹뚝 자르며 아니, 왜 늦게 내려왔냐니까. 하고 웃으면서 질문.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라는 말을 꺼내지도 못할 분위기 속에 톨비쉬가 어색하게 입을 다물자 글리니스가 응? 하고 미소지은 얼굴로 되물었으면 좋겠다.
톨비쉬는 어색하게 웃으며 집안일에 너무 몰두하다 보니.. 하고 가볍게 흘려넘기려 하지만 글리니스는 아 그랬어? 난 또. 자네가 숲에서 길이라도 잃은 줄 알았지. 에구구 나도 참 주책이지? '레인저'인 톨비쉬군이 숲에서 길을 잃을리 없는데 말이야. 하고 입을 가린채 호호 웃어보였으면 좋겠다.
어느새 글리니스의 짐을 넘겨받은 톨비쉬는 어색하게 웃으며 주변을 경계하고 글리니스는 그런 톨비쉬의 어깨를 토닥이며 내일은 늦지 말어. 응? 생선장수 아저씨가 아주 실망하고 돌아갔거든. 하며 톨비쉬에게 경고.
톨비쉬가 예에.. 하고 대답하자 글리니스는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스르륵 사라졌으면 좋겠다.
정확히는 톨비쉬의 시야가 빙글 하고 돌며 완성된 저녁식사 앞에 앉아있는 변화였으면.
톨비쉬는 이 모든 상황이 매스껍다고 느끼며 식사를 거부하려고 하지만 붉은 글씨가 격렬하게 흔들리며 톨비쉬에게 식사를 강요.
결국 억지로 밥을 먹고 자리에 눕자 눈을 감을 새도 없이 다시 하늘이 밝아왔으면 좋겠다.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느낌에 괴로워 할 틈도 없이 다시 해가 저물고 다시 해가 뜨고 또 해가 저물기를 반복.
며칠이 지났는지 몇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는지. 자신이 왜 이런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흐려질 무렵 꿈속의 톨비쉬가 어렴풋하게 다른 세상의 꿈을 꾸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언뜻 시골풍경의 펜션이 보인다던가. 정장을 입을 몇몇 사람들이 그에게 걱정스럽게 말을 걸어온다던가.
연보라빛 머리카락에 하얀 가운을 입은 안경을 쓴 남자가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식의 짤막짤막한 장면들이 있는 이상한 꿈.
어디서 그런 것을 보았지.. 하고 멍한 몸을 일으켜 순찰을 나가려고 하는 순간 톨비쉬의 귓가 어딘가에서 후후후.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숲은 전보다 더 어두워졌고 팻말또한 다시 하얀 천으로 바뀌었지만 톨비쉬는 더이상 아무련 어려움 없이 숲을 타며 정해진 루트를 돌고 있었으면 좋겠다.
마을 사람들은 친철하고 저녁식사는 언제나 똑같은 생선요리.
식사를 마치고 잠이 들면 다시 해가 떠오르는 그런 일상. 하지만 그렇게 똑같은 일상에 휘말려 서서히 자의식이 흐려져가고 있던 어느 날.
여느때와 같이 저녁식사거리를 사기 위해 마을에 내려간 톨비쉬의 앞에 새빨갛게 불타오르는 마을이 보였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치고 글리니스와 어린 아이들은 어떻게.. 어떻게 이런일이.. 어떻게 이런 잔인한짓을..! 하고 비명을 지르며 절규하다가 톨비쉬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며 다가와 불길이 치솟아오르고 있는 작은 가게를 지목.
당신..! 당신이 어떻게 좀 해봐요! 레인저잖아요! 저기 저 사람.. 아니, 저 괴물을.. 쫓아내요! 라며 톨비쉬의 등을 떠밀었으면 좋겠다.
톨비쉬는 얼떨결에 불 속으로 통과하여 가게안으로 뛰어들어가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불꽃에 그을리지도 뜨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면.
하지만 멀쩡한 것은 톨비쉬 뿐인듯 가게는 이미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혀져 있고 가게는 온통 불바다가 된 상태.
그 안에서 씩씩 거리며 쓰러진 점장을 내려다보고 있던 한 사람이 톨비쉬를 향해 휙 고개를 돌리더니 넌 또 뭐야! 라고 소리쳤으면 좋겠다.
톨비쉬가 침착하게 서바이벌용 나이프를 꺼내드는 동안 갑자기 뛰어들어온 레인저를 유심히 바라보던 젊은 점원은 어....? 당신, 그때 그 지하철의 남자 아니에요? 라고 말했으면.
지하철이라는 단어에 움찔 하고 톨비쉬가 반응하자 점원은 확신을 가진듯 맞죠! 그때 지하철에서 유일하게 정장을 입고 있었던 그 사람..! 와, 엄청 반갑다. 당신도 여기 있었어요? 어떻게 여기왔어요? 또 꿈이 겹친건가? 우와 세상에..! 이런일이 연속으로 일어나기도 하는구나 하고 깨방정을 떨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동시에 이때까지 반항할 의지를 잃은 채 레인저로서 행동했던 톨비쉬의 의지에도 희미하게 흔들림이 발생하기 시작.
톨비쉬의 눈이 떨리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점원은 음음. 역시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네요. 아무튼 이걸로 꿈에서 깨어났으면 좋겠는데. 라고 말했으면.
꿈...? 하고 정말 오래간만에 톨비쉬가 정해진 대사가 아닌 새로운 말을 입에 담는 순간 가게 밖에서 웅성이던 사람들이 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
네네. 꿈이요. 이거. 이 이상한 꿈 말이에요. 하고 활짝 웃은 점원은 내가 어지간하면 이런 끔찍한 일은 안 저지르는데 아니 글쎄 이 사람이 자꾸 사람을 노예취급하잖아요. 잡화점 점원이면 점원이고 나이가 어린거면 나이가 어린거지 욕먹는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며칠 씩이나 똑같이 반복되다보니 욱하는 마음에 그만.. 아, 그렇지만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아무리 욱한다고 해도 이런 막나가는 일을 항상 저지르는건 아니거든요? 이거 다 꿈이라는거 알고 한 일이라구요. 그도 그럴것이 여기.. 하고 말하며 주섬주섬 목뒤의 매듭을 풀던 점원은 점원용 앞치마를 내던지며 홀가분하다는 듯히 손을 터는 모습.
매일 똑같은 일만 반복되잖아요. 이정도 변화는 있어줘야 깨어날 것 같아서요.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점원의 모습이 훅 하고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글리니스에게 생선자루를 받았던 이질적인 둘째날과 마찬가지로 침대위에서 깨어난 톨비쉬는 다시 시작되는 아침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
세안을 하고 산책을 하고 순찰을 돌고 마을로 내려갔을 때까지 톨비쉬의 일상은 여전히 똑같은 흐름과 똑같은 순서를 지켜나가고 있었으면 좋겠다.
마을은 여전히 평화로웠고 장바구니에는 어느때와 같이 생선과 양파, 샐러리가 가득.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항상 수레를 끌고와서 생선을 팔던 생선장수가 가게를 열었다는 것.
그리고 그 가게의 위치가 어제 불이 났던 잡화점의 위치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던 톨비쉬는 집에 돌아와 생선을 구우며 초조하게 식사라는 글씨를 응시.
커다란 생선이 구워지는 동안 문득 생각이 났다는듯 밖으로 나간 톨비쉬가 이미 한껏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게 심호흡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두막 뒤에 쌓여져 있던 건초들을 숲에 옮기기 시작했으면.
얼추 생선이 다 구워질 시간이 되었는지 잠잠하던 식사. 라는 글씨가 슬슬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지만 톨비쉬는 여전히 건초를 숲 여기저기에 뿌리고 다니는 중.
화덕아래에는 미리 가득 채워놓았던 장작더미들이 새빨간 불꽃을 흔들며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이내 지나치게 기름을 많이 담고 있던 냄비를 집어삼켰으면 좋겠다.
물처럼 바글바글 끓고 있는 기름냄비속에서 잘 구워지다못해 바싹 익어버린 생선이 검게 타들어가는 동안 매캐한 냄새가 베인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
톨비쉬 또한 그 타이밍에 맞춰 건초더미에 불을 놓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포르륵 타오르던 작은 불씨는 잠시 타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짙은 연기를 남기며 소멸.
눅눅한 숲의 습기 때문에 불이 붙기 어려운듯 보였으면 좋겠다. 그러나 진짜 불꽃은 이미 겹겹이 쌓인 나뭇잎층 사이를 파고들어가고 있었으고 톨비쉬는 이것을 숨기기 위해 연기가 나는 지점을 자근자근 밟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언덕아래에서는 연기를 보고 달려온건지 여러명의 장정들이 흉흉한 눈빛을 빛내며 몰려오고 있었으면.
가장 앞에는 눈을 휘번뜩하게 빛내는 글리니스와 생선장수가 서 있었고 그 밖에도 여러가지 날카로운 무기들을 들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모두 숲으로 모여들었으면. 순식간에 톨비쉬를 둘러싼 사람들은 아무말 없이 톨비쉬를 위협.
글리니스가 어휴 레인저양반, 밤중에 이게 다 무슨일이야 하고 묻지만 톨비쉬는 예전처럼 대답없이 글리니스를 빤히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응? 이게 다 무슨일이냐니까. 하고 묻는 글리니스의 미소는 이전과 같이 압박감을 주지만 톨비쉬는 묵묵히 시선을 내려 타다만 건초더미를 내려다 보았으면.
좁혀온 마을사람들이 톨비쉬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레인저의 오두막에서 펑 하는 폭발음이 들리며 모두의 주의를 돌리고 톨비쉬는 그 틈을 타서 도주.
집안에서 터져나온 폭발음은 기름이 가득 들어있던 냄비가 끓어넘치다 못해 쏟아내져린 소리로 집 여기저기에 흩뿌려진 기름이 튀어나간 불씨들을 집어삼키며 오두막 전체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진짜 큰 불은 오두막이라는 것을 깨달은 마을사람들이 급히 오두막으로 달려가지만 톨비쉬가 노린 것은 그 다음과 다음.
사람들이 오두막에 시선을 빼앗긴 틈을 타서 숲 안쪽으로 도망친 톨비쉬의 손에는 아직 뿌리지 않은 등유가 들려 있었으면 좋겠다.
불을 끄라고 소리치던 글리니스가 킁 하고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숲 가득 등유냄새가 퍼진 뒤였으면.
안돼! 하고 비명을 내질렀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 나뭇잎 층 사이에서 희미하게 잠들어있던 불씨는 이미 화르륵 타오르며 모습을 드러내었고 땅속 깊은 곳에서 시작된 잔불씨들은 등유가 떨어진 발자국을 쫓으며 숲 여기저기로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순식간에 불에 휩쌓인 숲의 모습에 오두막의 불을 끄려던 마을사람들은 망연자실하게 멈춰서 숲을 바라보고 숲속에 있던 톨비쉬는 잡화점 점원이 사라졌을 때와같이 스르륵 녹아서 소멸.
다시 깨어난 곳은 병원 침대로 익숙한 문양이 박힌 환자복이 톨비쉬에게 입혀졌으면 좋겠다.
깼냐? 하고 무심하게 말을 걸어오는 말에 톨비쉬가 역시 돌팔이.. 하고 대답하자 카엘릭이 쓰게 웃어보이는 것으로 에피스드 2.
19.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