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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밀레)수리부엉이의 숲

Tecla 2018. 11. 30. 23:02

숲의 저주로 날개는 나무 깃털은 나뭇잎이 되어버린 부엉이수인 카즈윈이 보고싶다. 


봄에는 죽을 만큼 괴롭고 여름에만 날 수 있고 가을에는 점점 기운이 빠지다가 겨울에는 걸어다니는 시체처럼 숲을 배회하지만 죽지못하는 불사, 밀레는 자신과 똑같은 불사의 존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여행자였으면 좋겠다. 


밀레의 불사는 누군가를 위해 죽어야한다는 저주, 하지만 수천 수백번 누군가를 도와도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어 밀레에게는 더이상 아무런 희망도 남아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를 어떻게 도와야 죽을 수 있는 것이냐고 괴로워하는 밀레에게 그럼 자신과 함께 저주의 근원을 찾으러 가보자며 도움을 요청, 둘이 함께 숲을 떠나 저주를 풀 방법을 찾는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결국 겨울이라는 타임리밋에 걸려 카즈윈은 저주대로 숲으로 돌아가게 되고 밀레는 또다시 홀로 남아 여행을 계속하게 되었으면. 


세상의 끝까지 찾아간 밀레는 결국 저주를 푸는 방법을 발견하지만 어디까지나 카즈윈의 저주를 풀 방법일뿐이었고 그 마저도 또다른 저주받은 물건을 가지고 카즈윈을 죽이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결과적으로는 불사의 저주에서 해방시키지만 온전히 카즈윈을 해방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에 절망한 밀레는 그 자리에 무너져서 한참동안 망설이지만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삶의 고통을 알고 있기때문에 카즈윈을 죽일 수 있는 엘시노의 단검을 뽑아들고 다시 숲으로, 

가는 길 내내 엘시노의 불꽃이 밀레의 마음을 좀먹으며 증오라는 감정으로 밀레의 머릿속을 까맣게 채워버렸으면 좋겠다. 


증오를 연료로 타오르는 마법의 단검을 들고 숲으로 돌아온 밀레는 곧장 카즈윈을 찾기 시작했으면. 

카즈윈을 발견한 것은 어느 호숫가 근처, 봄의 생명력에 괴로워하는 카즈윈을 발견한 밀레의 머릿속에는 가득찬 죽여, 그를 죽여야해, 그를 죽이는 것만이 이 타는 듯한 갈증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야. 하는 목소리가 가득채워져있었으면 좋겠다. 

힘겹게 밀레에게 말을 걸던 카즈윈은 밀레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자신의 가슴을 향해 치켜든 단검을 보며 쓰게 웃었으면. 

그게 내 저주를 풀 유일한 방법이구나? 하고 묻던 카즈윈은 네가 찾아온 해답이 그것이라면 나는 기꺼이 너의 선택을 받아들일테니까.. 하고 눈을 감고 밀레는 저항하지 않는 카즈윈을 보며 아주 살짝 혼란스러워헀으면 좋겠다. 


검을 치켜들었을때 흔히 보이는 원망이나 두려움의 말대신 네가 무사히 돌아와서 기쁘다는 말과 홀로 남겨두고 먼저 떠나서 미안하다는 말이, 다음에는 내가 너의 저주를 풀기위해 돌아올테니까, 꼭 이 숲에서 기다려달라는 약속을 남기며 손을 뻗는 카즈윈의 손이 밀레의 뺨을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그 온기에 반응한 밀레가 아주 잠시 제정신으로 돌아오지만 몸의 통제권은 여전히 단검의 저주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카즈윈에게 마지막 말을 전하려 하지만 그 애타는 마음이 더욱 거센 불길을 일으키며 저주를 증폭시켰으면 좋겠다. 

카즈윈의 이름을 몇번이고 외치며 자신의 마음을 말하려던 밀레는 결국 한마디도 전하지 못한채 카즈윈의 가슴에 단검을 내리꽂고 저주의 불길은 밀레의 마음속에서 빠져나와 카즈윈에게로 이동, 

가슴부터 번져나가는 불꽃이 순식간에 카즈윈의 몸을 뒤덮는 순간 밀레는 자유의 몸이 되었으면 좋겠다. 


불타는 카즈윈을 부여잡고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소리내어 말하지만 이미 카즈윈은 새까만 사람모양의 덩어리가 되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면. 

가슴에서 시작된 불꽃은 이제 막 싹이 틔워진 날개를 불태우며 점점 밀레에게서 멀어져가고 작게 남아 있던 불티들은 호숫가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에 날려 먼 숲속으로 빨려들어갔으면 좋겠다.

와삭 하는 소리와 함께 품에서 무너져버린 검은 잿가루가 밀레의 무릎위에 한가득 쏟아져내리고 그 앞에는 툭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불꽃을 잃은 엘시노의 단검이 놓여져 있었으면. 

증오를 잃은 단검은 더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는 평범한 단검. 

알고 있었다고 이런 결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하고 단검을 집어든 밀레가 단검을 목에 겨누며 나는 이 불꽃이 그를 죽이면 나도 함께 죽을줄 알았어요. 하고 홀로 독백,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이게 내 마지막 임무가 될줄 알았어요. 그가 내 마지막 사람이 되기를 바랬어. 하지만 아니었나요? 이래도 안되는 것이였나요? 그렇다면 왜, 왜 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단 한순간이라도, 단 한마디라도.. 하며 목끝에 날을 들이댄 밀레가 뒤늦은 눈물을 흘리며 왜 그에게 한마디를 건네지 못하게 하신거냐며 묻는 밀레가 자신의 목을 찌르며 잠시 암전, 밀레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는 푸릇푸릇한 녹음이 가득한 여름의 숲이었으면 좋겠다. 


또다시 죽지 못하고 되살아난 자신의 운명에 괴로워 하며 목을 확인한 밀레는 상처하나 없는 목을 부여잡으며 낮은 웃음소리를, 아무리 괴로워도, 슬퍼도, 외로워도 이 삶은 끝나지 않는다며 다시한번 단검을 찾아 풀숲을 헤집었으면 좋겠다.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진 단검을 찾아낸 밀레는 다시한번 목숨을 끊기 위해 단검을 잡아들지만 단검의 손잡이를 잡는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밀레시안의 손끝을 스쳐지나갔으면 좋겠다. 

그게 .... 풀.. 유일... 방법....? 하고 말하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단검을 놓친 밀레가 아무도 없는 숲속을 두리번거리며 카즈윈의 그림자를 찾았으면 좋겠다. 

잿가루는 이미 어디론가 날려가거나 녹아들었고 숲은 무심하리만치 푸른 침묵으로 밀레의 의문어린 시선에 고개를 흔들고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잘못들었나 싶어 다시한번 단검을 잡은 밀레가 증오에 찬 엘시노의 불꽃대신 들려오는 나지막하고 차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무사히 돌아와서 기쁘다는 말과 홀로 남겨두고 먼저 떠나서 미안하다는 말, 등 밀레가 의식을 잃고 있을때 흘려보냈던 다정하고도 애틋한 말들을 되풀이하는 단검이 마치 자신으로 당신을 찌르지 말라는 것 처럼 처량하게 빛나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건 너무하다고 이런건 너무 치사하다고 단검을 들고도 스스로를 찌르지 못하게 된 밀레가 흐느낌에 떨고 있는 동안에도 단검은 녹음기를 틀어놓은것 마냥 그 순간의 기억을 되풀이했으면 좋겠다. 


네가 찾아온 해답이 그것이라면 하는 목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훅 불어온 바람이 밀레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며 나는 기꺼이 너의 선택을 받아들일거야. 라고 속삭였으면 좋겠다. 

그러니 그렇게 괴롭다는 표정을 짓지 말아줘. 하고 멀어진 바람이 숲을 흔들며 어디론가로 날아가고 밀레는 단검을 떨어트리고 얼굴을 감싸쥐었으면. 

단검이 말하지 않은 마지막 말은 밀레가 들었던 그의 목소리. 

다시 되돌아 온다는 그 한마디, 그 온기, 그 믿음, 저주와도 같은 그의 약속. 

얼굴을 가린 손틈사이로 눈물이 흘러넘치는 동안 녹음을 비추는 태양이 저물고 달이 뜨고 다시 태양이 떠올랐을때는 새하얀 눈밭이 녹아가는 새로운 봄의 날이었으면 좋겠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수없이 긴 세월동안 숲의 호수가 있던 자리는 흙으로 매꿔지고 그 자리에는 커다란 나무가 자라나 있었으면. 

그 나무에 기대어 끊없는 잠을 자고 있는 밀레에게로 어느 파란머리의 여행자의 발소리가 저벅거리며 다가오는 결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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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