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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비밀레)악마와 거래

Tecla 2018. 11. 28. 02:38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톨비쉬가 보고싶다. 밀레없이 홀로 수호자가 되기로 한 세계의 톨비쉬가 오랜 고독감에 지쳐있던 도중 이계의 존재에게 영혼을 팔려던 이교도의 서적을 습득하게 되는 배경으로.

책에서 소환할 수 있는 이계의 존재는 소환하는 사람의 가능성에 따라 무한대로 달라질 수 있는 이형의 것으로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것이 특징. 

제물로 교환할 영혼의 가치만 높다면 이론적으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쓰여 있었으면. 

평소라면 읽어보기는 커녕 표지만 보고 태워버렸을 톨비쉬는 이미 책을 펼친 순간부터 자신이 더이상 순수한 수호자의 자격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이게 자신의 본심이었다며 이계의 존재를 소환했으면 좋겠다. 


톨비쉬가 바라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대가로 이 세계에 새로운 수호자를 만들어 내는 것. 

오직 에린만을 사랑하고 에린만을 위하는 동시에 영원히 이 세계를 살아나갈 완전불멸한 수호의 방패를 소원. 

그리고 그 소원을 듣고 나타난 악마가 소원을 이뤄주겠다며 톨비쉬의 영혼을 거두어갔으면 좋겠다. 


악마를 소환하자마자 의식을 잃어버렸던 톨비쉬가 정신을 차린 곳은 어느 이름모를 도시의 한복판. 

한번도 본적없는 건물들과 익숙하지 않은 의복의 사람들이 한가득 지나다니는 대로변 한가운데에 반투명한 톨비쉬가 멀뚱히 서 있었으면 좋겠다. 

소원은 어떻게 된거냐고 묻는 톨비쉬에게 악마는 지금 진행중이라고 대답. 톨비쉬가 빈 소원은 톨비쉬의 영혼이 감당하기에도 너무 벅찬 소원이라 아예 세계자체를 재구성해야한다고 하며 악마는 수지타산이 간신히 맞는 정도라고 투덜거렸으면 좋겠다. 

가까스로 손해를 보지 않는 정도라는 말에 톨비쉬는 자기 영혼의 가치가 그렇게 떨어졌냐며 스스로를 비웃었으면. 

영혼으로 모자란 값은세계에 흩뿌려진 톨비쉬에 대한 기억을 뽑아내어 그 값어치를 추출. 

에린에 남아있던 이름모를 수호자의 흔적들은 없었던 일이 되어버리고 그 결과 톨비쉬가 막아낸 일들이나 미리 준비해둔 방어책들도 파도에 쓸린 모래성처럼 스르륵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수호자가 없어진 에린은 순식간에 마법과 신비를 잃고 에린이라는 이름은 작자미상의 이야기책속으로 사라진지 오래였으면. 

그렇게 수호자를 잃은채로 톨비쉬가 수호자로 살아왔었던 시간만큼 흘러간 곳이 지금 톨비쉬가 서 있는 세상. 

신비가 사라진 연금술이 마법과 같이 자연스럽게 생활상에 녹아있는 기계장치의 세상을 보며 톨비쉬는 자신이 해왔던건 결국 이러한 가능성을 막아왔던것 뿐이냐고 물었으면 좋겠다. 

수호자가 없어도 신에 대한 사랑이 없어도 사람들은 결국 또 적응해서 살아간다고, 빛으로 그들을 인도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영광에 매달려 앞으로 나아갈 사람들의 길을 막아서며 제자리에 멈춰서게 만들고 있었던것 뿐이냐며 괴로워했으면 좋겠다. 


톨비쉬가 괴로워 하거나 말거나 악마는 여전히 톨비쉬의 소원에 맞춰 세계를 재 구성하는 일에 삼매경. 

대답없는 악마를 뒤로하고 유령같은 모습으로 도시를 돌아다니는 톨비쉬의 눈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도 결국 태어나고 살아남는 사람은 그 운명이 그사람이라 익숙치 않은 세계에도 불구하고 몇몇 낯익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으면 좋겠다. 

검은용과의 계약에 괴로워 하던 붉은 머리의 청년은 화면속에서 빛나는 트로피를 치켜들며 즐거워하고 있고 찬 공기에 상처의 열기를 식히던 금발머리 드루이드는 따뜻한 손난로에 언 손을 녹여가며 길거리에 앉아 만돌린을 연주, 

종족을 뛰어넘어 사랑의 기적을 기도하던 분홍머리 사제는 그의 연주를 들으며 주머니속 캔커피두개를 끊임없이 만지작거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흰사슴모양의 풍선을 든 작은 꼬마아이는 자신의 엄마 아빠에게 빨리오라며 신이나서 거리를 뛰어가고 그 뒤로 붉은 머플러를 커플로 두른 부부는 넘어지지 말라며 느긋한 미소를, 모두가 행복하고 모두가 안정적으로 보이는 그 풍경이 톨비쉬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눌렀으면 좋겠다. 


은발의 브레이브를 땋았던 근위대장은 이 세계에서도 여전히 경비대의 일을 맡고 있는건지 경찰차에 기대어서 무거운 한숨을. 

그 옆에 있는 턱수염이 덥수룩한 그의 상사는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라며 어깨를 두드리지만 곧 콜록콜록, 아니 기침을 하자 지병으로 쑤시던 왼쪽다리가..! 아이던 경장! 어서 캔커피를 사오게나..!! 하고 엄살을 피웠으면. 

동생과 함께 쇼핑을 나온 누나와 부모님께 통화를 하며 지금 집에 가는 길이라며 뭐 사갈것 없냐고 묻는 외동딸, 

3가로등 마다 쥐어주는 광고지를 거절하기 귀찮아 다 받아주는 남자와 역시 우리 선배님이 최고시다! 하고 쾌활하게 외치며 치킨집으로 들어가는 청년이 바쁘게 스쳐지나가던 도중 톨비쉬의 눈에 낯익은 사람의 스쳐지나갔으면 좋겠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단번에 톨비쉬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얼굴. 

너무나도 익숙한 행동거지로 먼저 길을 비켜주는 사람들사이를 자연스럽게 스쳐지나가며 뚜벅뚜벅 걸어가서는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아 탔으면 좋겠다. 


어디론가의 주소를 말하는 목소리는 틀림없이 자신의 것. 

다급하게 악마를 불러 왜 이 세계에도 자신이 있냐고 묻는 톨비쉬에게 악마는 당연하지 않냐며 인상을 찡그렸으면 좋겠다. 

여기는 수호자인 톨비쉬만이 없는 세상. 수호자가 아닌 당신이 있는것은 당연하다며 없어진 것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희생되었다는 말에 톨비쉬는 그게 누구냐고 질문을. 

악마는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당신이 바라는 존재요 라고 대답했으면 좋겠다. 


당신을 위해 준비되었던것. 당신이 간절히 바래왔던 것. 

당신이 필요로 했고 당신이 소원했던 이세상 어디에도 없어 다른 세계에서 빌려와야만 했던 당신의 마지막 조각. 

하지만 이전세계에서의 당신은 그 조각을 스스로 버렸고 이 세계에서의 당신은 그 조각을 소원하지 않죠. 그래서 가야할 길을 잃고 이름을 부여 받지 못한채 잊혀진 주문에 휘둘려 여기저기 소환되며 소원을 이뤄주는 대가로 받은 타인의 영혼으로 근근히 생명을 이어가는 존재가 되어버린게 바로 눈앞에 있는 악마. 

하지만 이제 되었네요. 당신의 영혼이 내것이 되었으니 나는 이제 스스로를 소원할 수 있겠죠. 나는 내 이름을 부를 수 있고 내 의지로 이 땅에 내려올 수 있어요. 영혼과 이름을 잃고 방랑하는 것은 이제 내가 아닌 당신이 될거에요. 라며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흘렸으면 좋겠다. 


이름을 가지게된 악마는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로 도망가버리고 톨비쉬는 망연자실하게 수호자가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영혼을 가져갔다는 것은 곧 그 흔적을 더듬을 수 있다는 말. 

간절한 소원을 담아 무릎을 꿇은 톨비쉬가 이번에야 말로 진정 당신의 검으로 완성되기를 바란다며 기도를 올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한때 신성을 의심했던 탓인지 톨비쉬의 기도에는 또다시 대답이 없고 톨비쉬는 이제 더이상 안되는 것인가 하고 고통스러운 마음에 눈을 감았으면. 


그리고 그 순간 눈부신 빛과 함께 톨비쉬가 어디론가로 이동. 

정신을 차리는 장소는 아주 익숙한 마을의 성당 뒷편이었으면 좋겠다. 

푸드덕 거리는 닭날개소리에 정신을 차린 톨비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자 캥캥거리던 붉은여우가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을 쳤으면. 

수호자 상태와 비교했을때 말도안되게 떨어진 신성력과 형편없어진 몸상태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라이미라크 성당의 스태인글라스에 얼굴을 비춰보는 도중 멀리 촌장의 집에 누군가 올라가는 인기척이. 

기다리고 있었네. 자네가 나오의 소개장을 가지고온 여행자인가? 하고 허공에 글씨를 쓰는 던컨의 앞에 낯익은 뒷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나도 익숙한 신성력을 작은 몸 가득 품고 네. 하고 무해하게 웃어보이는 작은 악마가 던컨에게 초대장을 내밀어보이고 있었으면. 


던컨에게 덕담과 함께 이것저것 조언을 얻은 악마는 팔랑팔랑 계단을 뛰어내려와서는 식료품점으로 직행. 

이후 은행에 들렸다가 학교에, 그리고 성당으로 들어와서는 달걀채집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면 좋겠다. 

암탉은 쫓는것은 처음인지 신중한 표정으로 조심조심 암탉을 쓰다듬는 악마는 달걀하나를 얻을때마다 암탉을 쫓아 엉거주춤하게 앞으로 걸어나갔으면 좋곘다. 그렇게 앞도 안보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던 악마는 앞길에 우두커니 서있던 톨비쉬와 부딪치며 엉덩방아를 찧고는 품에 안고있던 달걀을 몇개 떨어트렸으면. 

아야 하고 넘어진채 달걀을 주울생각도 하지 못한 악마는 앗, 죄송합니다. 하고 다급하게 고개를 들어올 톨비쉬는 무방비하게 악마와 시선을 교환. 

서로를 마주보는 순간 쿵 소리와 함께 다시한번 세상이 반전되며 자신의 몸이지만 자신의 것이 아닌듯한 기묘한 감각속에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한뼘쯤 높아진 채 누군가의 시선을 억지로 맞춰보게된 기분으로 타인과 시선을 공유하게된 톨비쉬가 눈앞에는 녹색의 눈의 집시여인이 앉아있었으면. 


그러니까, 내가 과거에 영혼을 팔았다? 하고 흥미로워 하는 목소리는 이전 수호자만 없는 세상에서 들었던 자신의 목소리. 택시를 타고 도착한 어느 점술가의 천막안에서 벨라라는 이름의 점술가를 마주한 톨비쉬가 재미있는 이야기라며 느긋하게 웃어보였으면 좋겠다. 

그래, 그럼 그렇다고 칩시다. 그럼 그 영혼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하고 다리를 꼬으며 몸을 뒤로 쭉 빼는 톨비쉬의 모습에 벨라는 차분하게 고개를 들어 허공에 떠있는 톨비쉬안의 톨비쉬를 응시했으면 좋겠다. 

한참동안 톨비쉬를 바라보던 벨라는 사랑하세요. 라는 대답을. 그 이름을, 당신의 영혼을 가져간 악마를. 아끼고 사랑하고 가꾸어 꽁꽁 숨겨놓았던 마음을 열어내면 그 영혼에 얽매인 당신의 영혼은 자연스럽게 당신에게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당신이 악마에게 빌었던 소원과 악마가 타인의 영혼을 먹으면서까지 바랬던 미래가 함께 이뤄지게 되겠죠. 그것이 바로 당신과 그 악마, 그리고 에린을 위한 일입니다. 하고 말하며 시선을 내려 반쯤 믿지 않는 듯한 톨비쉬를 진지하게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재밌네요. 내가 무언가를 소원했다..라. 그리고 그게 세상을 위한 일이라니.. 하고 나지막하게 웃으며 자세를 고쳐앉은 톨비쉬는 그래서 그 악마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다. 

벨라와 톨비쉬 뒤의 톨비쉬,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악마가 처음뵙는 분이네요 제 이름은.. 하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 

입을 여는 벨라와 악마의 손을 잡는 톨비쉬, 그런 톨비쉬의 얼굴을 빤히보며 입을 여는 악마의 입에서 동시에 밀레시안. 이라고 대답하는 결말로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es/976680592258482176

18.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