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타밀 2
한여름에 지쳐있던 루에리와 밀레시안이 에어컨리모콘과 티비리모콘의 소유권을 두고 입씨름하던중 제 xx차 에린대전이 발발.
판카라의 비장한 분위기를 내겠답시고 에어컨을 발레스북풍모드를 최고풍량으로 틀고 배경음으로는 비극의 시작과 끝(드라마2보스곡)을 크게 재생한뒤 각자의 리모콘을 칼자루삼아 휘둘렀으면 좋겠다.
누가보면 브류나크와 프라가라흐로 착각할 만큼 진지하게 무기를 움켜쥔 두사람이 동시에 짤막한 리모콘을 휘두르는 순간 과도한 전기사용으로 차단기가 다운되었으면 좋겠다.
방금전까지 웅장하게 울리던 음악은 뚝 끊기고 공기조차 축복받지 못한것 마냥 스산하고 독특한 냄새가 풍기던 냉기가 후덥지근하게 덥혀져버렸으면.
어.. 하고 멈춰선 두사람이 잠시 눈치를 보다가 네가 음악을 너무 크게틀었다느니 네가 냉방을 너무 세게했다느니 하며 남탓을 시작,
어둠속에서 다시 맞붙는건가 싶은 찰나 어두워진 방안으로 보라빛 성물이 어른거리며 지나갔으면 좋겠다.
능력치배분은 다르지만 시력과 반응속도에 셋째가라면 서러운 탈인간급 용의 기사 두명이 잠시 나타났던 보라색 빛을 놓치지 않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뒤를 잡으며 나타난 검은가면이 두사람의 뒷통수를 후려치며 스턴.
정신을 차렸을땐 리모콘의 건전지 압수당한 뒤였으면 좋겠다.
다시 밝아진 집안에서 한결 가벼워진 리모콘을 돌려받은 두사람이 에에엑?! 하고 합창하듯 항의해보지만 괴씸죄만 더해져 반팔 반바지 스레빠차림으로 쫓겨났으면.
캠프파이어 잃은 코볼트마냥 쾅하고 닫힌 현관문앞에 멍하니 서있는 두사람의 뒤에서 어머 저기봐요. 저 집에 사는 사람들인가봐. 하는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으면 좋겠다.
지나가던 사람은 한두사람이 아닌건지 네? 저 집에 사는건 에린 최고의 마법사와.. 어머어머 그럼 저 두사람이 에린을 양분한다는 그..? 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소근소근.
서로 눈치만 살피던 루에리와 밀레시안이 약속이라도 한것마냥 리모콘으로 얼굴을 가리며 급하게 자리를 떠나며 어디로 갈지를 상의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탈에린급 아웃사이더 두사람이 모여 떠올릴만한 지인은 몇 되지도 않고 그 중 연락없이 받아줄 맘씨좋은 사람은 딱 두 명.
하나는 방금 쫓겨나온 집의 동거인이고 남은 하나는... 이라며 걸음을 멈추고는 누가 먼저라도 할 것 없이 그 자리에서 증발하듯 사라졌으면 좋겠다.
장소는 에린에서 멀어지며 상공 어딘가로 이동. 급하게 손님의 소식을 알리는 부엉이의 날개짓에 나오가 서둘러 스테이지로 내려왔으면 좋겠다.
집에서 뒹굴다가 급하게 나온 기색이 역력한 두 사람이 건전지 없는 리모콘을 꼭 쥔채로 문앞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에 나오가 폭소를 터트리는 것으로 마무리.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es/880667583187476483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