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밀레) 물-그릇au 1
카즈윈이랑 물로서 몇번이고 재활용된 밀레가 보고싶다.
밀레는 이미 몇번이고 사랑을 하다가 실연당하고 사별하고 제 손으로 죽이기 까지도 해보고 산전수전 다겪어서 몸속에 혈액대신 망각수가 흐르는거 아니냐고 말이 나올 정도로 멍하고차가운 성격.
카즈윈은 학창시절에 일반인이랑 사귀다가 어느 순간 아, 이건 조금.. 하고 애정이 슥 식어버렸는데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버려서 반은 일반인의 학창시절 반은 그릇으로서의 학창시절을 보낸 반반이.
그릇들은 대부분 교육시설을 거쳐 경호쪽이나물들의 보조로서 활동하는데 거기서 카즈윈이 담당하게 된 것이 기분나쁠 정도로 조용하게 멈춰 있는 밀레였으면 좋겠다.
이거 살아있는 사람이긴 한건가 미심쩍어하며 다가가니까 소리없이 고개만 돌려 자기 이름 말하고 고개 끄덕이고 퇴장.
이상한 사람이 배정되었다면서룸메이트에게 하소연해보지만 이거이거, 맨날 일반인들에게 잘생겼다고 대쉬만 받다가 갑자기 물에게 배정받아서 관심 못받으니까 삐진거 아니냐며 장난질 당헀으면 좋겠다.
물이 만날 수 있는 인간들은 대부분 그릇들이라 그릇들은 모두 가슴의 구멍 유무를 보이게만드는 유니폼을 착용한 상태.
카즈윈의 가슴에 주먹을 넣었다 뻈다 하는 장난이 가능한것으로 보아 카즈윈이 밀레에게 반한 건 아닌게 확실하지만 일단 그 숨막힐정도로 조용한 인상이 기억에 남아버렸으면 좋겠다
밀레는 카즈윈을 방패막이 등으로 써가며 제대로자기 일을 처리하고 카즈윈도 일반인 경호보다는 빡세지만 스릴있는 임무등에 만족하는 상태.
가끔씩 물에게 배정된 다른 그릇들이 아 물녀석들 성격 더럽게 까칠해, 야 참아 사람이랑 많이 못만나봐서 다들 어린애들수준이라잖아. 아 그래도 좀 사람을 배려한다던가 실수를 넘어간다던가 아 더럽네 진짜 등으로 푸념할때도 카즈윈은 그런거없었는데 정도 였으면 좋겠다.
네네 카즈윈은 엘리트여서 좋겠지요 하고 그릇들이 가슴을 퉁퉁 치며 장난같은걸 걸어오지만 사실 카즈윈도 그렇게 완벽하게 방어해내는 타입은 아닌지라밀레에게도 자잘한 부상이 많았으면 좋겠다.
한번도 쓴소리나 짜증을 낸적이 없는 밀레에게 왜 화를 안내? 하고 물어오지만 밀레는 화를 내기도 지쳤다고 대답했으면 좋겠다.
그제서야 밀레가 일부러 말을 적게하거나 아끼는 것이 아닌 말할 힘도 없을만큼 지친 상태라는 것을 알게된 카즈윈이 밀레에게 좀 더 신경을 쓰게되고 무관심 아래에서도 미묘하게 변화하는 표정변화에 흥미를 갖고 좀 더 큰 반응을 일으키고 싶어서 밀레근처에서 이것저것 참견하거나 관여하기 시작하게 되는데 이게 카즈윈의 연애 초기단계.
그거 너무 유치원수준아니냐 하고 룸메이트에게 조롱받지만 조용히 해. 하고 무시하며 밀레의 반응을 꼼꼼하게 기록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날 수록 밀레는 점점 더 조용해져 가지만 카즈윈은 그 침묵속에서도 여러가지를 읽어 낼 수 있는 유일한 그릇이 되어 아예 페어처럼 묶여버렸으면 좋겠다.
이때까지도 가슴의 구멍은 여전히 휑 한 상태. 복잡한 연인관계도 아니고 깔끔하게 물과 그릇으로서의 역할을 해내는 밀레-카즈윈 페어는 상부에서도 흡족한 한 쌍.
왜 연인관계로 발전하지 않아? 하고 묻는 룸메에게 글쎄.. 딱히 뭔가를 하고싶은건 아니야. 그냥 조금 더 관심이 쏠리고, 조금 더 눈길이 머물고, 조금 더 세세하게 관찰해야하는게 즐거운 것일 뿐. 하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카즈윈의 관찰이 신경쓰이던 밀레도 이제는 완전히 경계를 풀고 카즈윈에게만 작게 싸인을 보낼 정도로 믿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 깊어지지도 않고 더 얽혀들지도 않는 미묘한 경계선 위에서 서로가 제일 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관계의 가장자리 끝에서 언제까지 그 사람과 페어를 맡을건데? 평생할 노릇도 아니잖아? 라고 물었을때 왜? 라고 되물었으면 좋겠다.
왜 그러면 안돼? 그냥 그사람은 물이고 부여 받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수행해 내려면 그릇이 필요하잖아 라고 대답했으면.
야.. 너.. 야아.. 정신차려라. 분명 그 사람은 물이고 우리가 그릇이긴 한데 일단 우리에게는 은퇴라는 선택지가 있거든? 너도 슬슬 결혼생각도 하고 노후생각도 해야지. 언제까지 이런 사선에서 구를 수는 없잖아 라고 짠한 시선을 받았으면 좋겠다.
은퇴? 노후? 하고 아직 너무 먼 것 같은 이야기를 들은 카즈윈이 밀레에게도 이러한 이야기를 물었으면. 너는 언제 은퇴할꺼야? 물들은 어렸을때 부터 관리받는다며 그럼 은퇴후에도 관리받나? 하고 물었을때 밀레는 별 이상한 소리도 다한다는 표정으로 물은 은퇴 안해요. 연인이 생겼을때 일반인 거주구역에서 살아 갈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물은 평생 여기 있어야 해요. 라고 대답했으면 좋겠다.
평생? 이라는 말에 카즈윈이 인상을 찡그려보이자 뭐.. 나는 한 3년 남았나? 하는 소리를 흘렸으면. 3년뒤에 누군가 연인관계가 생기거나 무슨 일이 있다는건지
아 그래.. 하고 더 캐묻지 않고 흘려듣는 카즈윈이 내심 3년뒤에 은퇴하겠다고 미리 신청해야하나 등을 생각하는 동안 밀레는 3년이나 버틸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3년뒤, 카즈윈의 룸메이트가 시설을 나가고 함께 푸념하던 물의 그릇들이 여러명 바뀌고 이제 막 물의 서브가 된 그릇이 저도 카즈윈씨 같은 깔끔한 페어를 이룰 수 있을까요? 하고 동경하는 눈빛을 보낼 즈음 밀레시안이 아무 말 없이 카즈윈에게 페어 해제를 요청했으면 좋겠다.
왜? 하고 갑작스러운 결정에 카즈윈이 눈가를 찡그리다가 아 3년. 하고 달력을 확인했으면. 카즈윈이 신청한 날짜는 조금 더 남았지만 밀레는 그보다 더 빠르게 페어 해제를 요청.
그럼 이제 너는 어떻게 할껀데? 하고 내심 대답을 기대하며 묻자 밀레가 조심스럽게 카즈윈에게 다가가 양팔을 둘러 꼬옥 포옹했으면 좋겠다.
물능력자들이 그러하듯 조금은 차가운 피부, 하지만 맞닿고 있으면 곧 따스하게 올라오는 살아있는 사람의 체온이 뒤섞이는 기묘한 느낌.
몇번인가 본의아니게 그리고 의도적으로 닿아보았던 유일하게 알고 있는 물의 체온.
카즈윈이 잠시 밀레의 체온에 적응하는동안 카즈윈에게 온전히 기대어 있던 밀레가 아예 눈까지 감고 뒷목을 토닥거리며 그동안 고마웠어요 하고 말했으면 좋곘다.
늘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던 뒷목을 조심조심 감싸쥐다가 조금 욕심을 부려 푸른 머리를 한웅큼 손에 감아보았으면.
늘 그래왔듯 어색하게 마주안는 카즈윈의 팔움직임에 작게 웃으며 목덜미에 이마를 기대던 밀레가 정말정말 고마웠어요. 하고 다시 인사를 건냈으면 좋겠다.
천만에. 하고 대답하는 카즈윈의 볼이 살짝 붉어지지만 밀레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조금 더 일찍, 당신과 만났다면.. 하고 말을 멈춘 밀레가 고개를 푹 숙여 카즈윈의 가슴박에 얼굴을 묻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고개를 든 밀레의 눈가는 전에 없이 붉어진 모습.
한번도 보지 못했던 선명한 감정의 색체에 카즈윈이 ...? 하고 놀라워 하는동안 밀레의 발끝부터 차근차근 투명한 물이 차올라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랬다면 어쩌면.. 하고 끝끝내 말을 삼키던 밀레가 으응.. 하고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흔들었으면 좋겠다.
더이상은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우리는 그정도면 된다고 양손 가득 카즈윈의 뺨을 감싼채 얼굴을 올려다 보던 밀레가 카즈윈의 코에 자신의 코를 톡 하고 기대었으면 좋곘다.
딱 그정도 까지만 가까워졌던 밀레는 완전히 물로 변해서 카즈윈의 발밑으로 쏟아져내렸으면.
손안에 잡히는것 하나 없이 모든것이 액체로 변한 밀레의 모습에 카즈윈이 멍해진 눈으로 자신의 양손과 바닥을 내려다 보았으면 좋겠다.
물위로 비치는 얼빠진 자신의 표정에 허.. 하고 헛웃음을 지었으면.
허탈하게 터져나오던 웃음과 함께 물위로 잔원을 떨어트리던 카즈윈이 자기 가슴을 쥐어뜯어보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은 빈 공간이였으면 좋겠다.
물위로 무릎꿀고 웃음도 울음도 아닌 소리를 끅끅 토해내던 카즈윈 가슴근처에 할퀴어진 상처만 가득 남아버리는 것으로 마무리.
덧붙일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 사족은 붙이고 보는거라서 덧덧, 마지막 카즈윈 감슴 근처에 상처가 난거는 가슴 매꿔진거를 말하고 싶었는데(뭐가 있어야 상처가 나니까..) 너무 의식의 흐름대로만 썼더니
https://twitter.com/teclatia/status/853564553296084992
04.16